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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C지구(서울)

2014-0814.제2지역 성동구청 MOU 협조회의(1차)

by 조흥식 2023. 2. 3.

2014-0814.2지역 성동구청 MOU 협조회의(1), 이현주 지역부총재

*숲멍하는 시간

 

 

 

*숲멍하는 시간

@남유용(南有容 1698~1773), 뇌연집(䨓淵集)

*자암의 글씨에 붙인 발문(自庵大筆跋)

내가 남쪽 교외에서 한가로이 지낼 때에 맑고 화창한 날을 만날 때면

언제나 술 한 병 가지고 높은 산에 올라가 바위에 걸터앉아

눈길을 먼 곳으로 흘려보내곤 하였다.

구름 안개는 퍼졌다 걷혔다 하고 숲 속 나무는 흔들렸다 고요해지며

날짐승 들짐승들은 날아가거나 달려가며 울고 부르짖고,

물고기와 자라는 뜨고 잠기며 흩어졌다 모였다하는 백가지 천 가지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내가 앉은 자리 사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구별해 보면 구름 안개와 숲 속 나무, 새와 짐승의 즐거움은 산에 속하고

물고기와 자라의 즐거움은 물에 속하지만,

합하여 하나로 보면 산에서 구름 안개와 숲 속 나무, 새와 짐승이 능히

퍼졌다 걷혔다 흔들렸다 고요해졌다 날아가다 달려가다 울다 부르짖고,

물속에서 물고기와 자라가 능히 뜨고 잠기며 흩어졌다 모인다.

내가 산수 사이에서 한가로이 자적하면서 만물과 그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늘에서 얻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것으로 하늘의 광대함을 알았다.

한가로이 혼자 술을 마시다 거나하게 취하면,

저 퍼졌다 걷혔다 흔들렸다 고요해졌다가 날아가고 달려가다

울고 부르짖고 뜨고 잠기고 흩어지고 모이는 것이

각각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내가 내 즐거움을 즐기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안다.

저들이 그 즐거움을 스스로 즐기면서 나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도

내가 내 즐거움은 즐길 줄 알면서 저들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도 답을 얻을 수가 없어서 팔을 베고 잠이 들었는데

조금 뒤에 잠을 깨고 보니 눈과 귀로 보이고 들리는 것도 실로 그대였고

나의 즐거움 또한 다함이 없었다.

얼마 지나 구름은 산으로 돌아가고 새와 짐승은 숲으로 달려갔으며

물고기와 자라는 물속에 잠겼다.

나 역시 지팡이 짊어지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니 석양은 아직도 울타리 아래에 있었다.

이것으로 해가 길다는 것을 알았다.”

 

*남유용의 자암의 대필에 붙인 발문(自庵大筆跋)

일종의 숲멍에 대한 경험을 쓴 글이다.

자암의 대필은 16세기 명필 김구(金絿)고요함 속에 하늘은 광대하고,

한가한 가운데 해는 길다[靜裏天大 閒中日長]”라는 글씨이다.

원래부터 하늘은 광대하고 해의 길이도 일정할 텐데,

왜 고요하고 한가한 가운데서 새삼 느낄 수 있다는 것인가.

남유용은 오사모에 띠를 두르고 길에서 호령이나 하며

달려가는 자와는 하늘의 광대함을 말하기에 부족하다.

부지런히 잇속이나 챙기면서 자신의 처자식을 돌아보며

있네 없네 말하는 자와는 해가 긴 것을 말하기에 부족하다.”라는

형 남유상(南有常)의 말을 떠올리며 김구의 글씨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덧붙였다.

당장의 이익과 권력을 좇느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광대한 하늘과 장구한 시간을 돌아볼 여유란 없다.

 

*남유용은 이어 산에 올라가 풍경과 만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내려왔던

한가한 어느 날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산속의 변화무쌍한 만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자신 안에 충만해지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만물이 즐거운지 즐겁지 않은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광대한 하늘 아래 함께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여느 유학자의 격물치지 공부처럼 만물에 내재한 심오한 이치를 찾으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숲멍과 같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자신과 만물에 밀도 있게 집중하고 나니 하루 해가 길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남유용으로서는 어쩌면 자신을 둘러싼 우주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경험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조정의 고위 관료로 누구보다도

바쁜 삶을 살았을 남유용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보낸 시간은 그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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