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5.지대위원장 동우회 월례회(청담동 생생일품두부)
*라민, 이상한 선배 티타임
*찬사와 비평 사이에서-서문
찬사와 비평 사이에서-서문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후집(後集) 권시랑 이수에게(與李侍郞需書)”
“지난번에 보내 주신 문집(文集)의 서문을 받고 기쁘고도 감사했습니다.
이른바 문집의 서문은 어느 한 문집의 선구(先驅)인 것이며,
그 의미를 확대하면 작자가 쌓은 내공을 알려 주고 그것을 목적으로 삼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의 문집에 서문이 없을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이 때문입니다. ……
그대가 내 문집에 서문을 쓴 것에 대해 아무도 혐의쩍어할 자는 없습니다.
만일 공정하게 서문을 쓴다면 내 시문(詩文)의 경우에도
마땅히 눌러야 하고 높여서는 안 되고 또한 마땅히 물리쳐야 하고 올려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서문을 지으면서 도리어 억누르고 또 배척하는 이치는 만무한 것이니,
그대를 위해 방법을 말해준다면 다만 문집을 지은 연유의 본말을 말하는 것으로 또한 충분할 것입니다.”
@우리는 서문이 또 다른 하나의 편견이라는 사실을 안다.
서문이 저자의 전적(前績)과 텍스트에 대한 해석의 콘셉트를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문집 서문은 일화를 포함한 작은 약전[Capsule Biography]
혹은 인물평과 메타텍스트(다른 텍스트를 비평, 논평하는 텍스트)를 축으로 구성된다.
저자와 책의 가치와 의도, 구성, 출판 배경과 과정을 개괄함으로써
책의 존재 이유와 불멸성을 담지하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서문 찬자, 편집자, 저자와 모종의 역학 관계가 매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서문 찬자의 권위적 해석을 빌림으로써 책의 완성과 함께
당도할 미래의 독자들에게 해석의 규범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는 천기(天機)다’, ‘시는 성정(性情)의 표현이다’ ‘글은
옛것을 본받아 새롭게 써내는 것이다[法古創新]’와 같은 문학에 대한 선언적 명제들,
김창협(金昌協)이 김석주의 식암집(息菴集)에 단 식암집서(息菴集序),
박세당(朴世堂)이 김득신의 백곡집(栢谷集)에 단 곡집서(栢谷集序)처럼
전대(前代) 문학의 시문을 개황하고 저자의 위치를 비정하는 작업을 통해,
서문은 당대 문학의 통사(通史)를 전개하기도 한다.
이처럼 서양에서 워즈워스와 코울리지가 공동 저작하여 발표한
서정민요집(Lyrical Ballads)에 실린 워즈워스의 서문이 낭만주의의 선언문으로 읽히고,
예일학파로 불린 미국의 문학비평가들과 자크 데리다가 공동출판한
해체와 비평(Deconstruction and Criticism)(1979)에 달린 제프리 하트먼의 서문이
‘예일선언(Yale manifesto)’으로 명명되어 해체주의 시대의 전망으로 읽히고 있는 것처럼
서문은 때로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선언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수(李需)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의 서문을 쓰면서
보여준 이규보와 이규보의 문장에 대한 총평은 결국 천여 년의 세월을 견디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규보가 왜, 어떻게 중요한 위상의 인물인가를 요약하고 논평한다.
특히 ‘문여기인(文如其人: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담고 있다)’의
강력한 자장 속에서 글을 해석하려는 관념은 서문에서
더욱 두드러져 약전에 기술되는 인물평이 문집 전체 글의 위상을
재고(再考)할 뿐만 아니라 제고(提高)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주희가 여러 사람의 문집 서문을 쓰면서 우선적으로
그 인물평을 기술한 관례는 주희 문학의 영향권에 있는
문집 서문 찬자에게 인물평을 키워드로 서문을 창작하려는 경향성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지난번 서문(석은집서 石隱集序)을 보니, 전체 글이 격식에 맞지 않는 듯합니다.
말의 뜻이 또한 대부분 온당치 않아 불가불 글 하나의 구상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로 시문이 명절에 비해 여사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집 서문의 문체는 마땅히 문사(文詞)를 위주로 써야 합니다.
공을 세운 부분은 서술을 간단히 하고, 아울러 그사이에 의론을 써서 글이 사람으로 인해서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문집 서문의 체제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글을 보면 ‘당시 내가 눈으로 살펴보았다’라고 한
부분 아래에 서술한 부분이 너무나 번다하여 행록이나
유사와 같은 종류가 되어버렸으니 아마도 이와 같아서는 안 될 듯합니다.
“박윤원(朴胤源 1734~1799), 근재집(近齋集) 유여성에게[與兪汝成]
@박윤원은 유한준(兪漢雋)이 쓴 유언민(兪彦民)의 문집 석은집 서문에서
지나치게 인물 중심 기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
서문이 행록과 유사와 같은 전기류 저술과는 달리 문학적 성취에 집중할 것을 지적한다.
간혹 서문을 읽으면서 무감(無感)과 무각(無覺)의 독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의 책에 앞에 놓이는 서문이
맹목적 찬사의 규례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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