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빛사랑 조흥식

2025-0102, 북한산(2)

조흥식 2024. 12. 28. 13:16

2025-0102, 북한산(2)   *독바위~호랑이능선~비봉~사모바위~승가사~구기동

제목: 영광 해안에서

 

 

 

 

제목: 영광 해안에서

@임상덕(林象德, 1683~1719) 노촌집(老村集)

*봉차박사군기시지작 기축(奉次朴使君寄示之作 己丑)

형승은 우리나라 밖까지 펼쳐지고, 변방 요새는 칠도 앞에 있으리라

  고기잡이 불빛은 바다 봉수와 섞이고, 신기루는 염전에 깔리리라

  일월도 모두 그곳 안에서 운행하고, 천지도 그 끝을 채우진 못하리라

  아침저녁으로 장관을 만날 테니, 부지런히 시구를 전해 주게나

 

*전라남도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서해의 수평선과 기괴한 섬들,

그리고 황홀한 낙조와 노을을 볼 수 있다.

이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될 정도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이행(李荇, 14781534)신증동국여지승람,

영조 때 편찬된 여지도,

오횡묵(吳宖默, 1834~1906)여재촬에서

모두 영광의 형승(形勝)으로 2구의 칠도(七島)를 꼽았는데,

칠도는 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지금의 칠산도(七山島)를 가리킨다.

칠산도는 괭이갈매기, 노랑부리백로, 저어새의 서식지로 유명한데, 해안도로에서도 멀리 보인다.

또 이곳 인근은 칠산 앞바다로 불리는데,

조기가 많이 잡혀 봄철이 되면 원근의 상선(商船)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시장처럼 시끄럽다고 하여 파시전(波市田)이라고 하였다.

이곳에서 잡힌 조기와 염산면의 소금, 그리고 법성포의 기후가 최고의 굴비를 탄생시킨다고 한다.

 

*이 시는 영광 군수로 부임한 박() 아무개가 시를 보내오자,

작자 임상덕(林象德)이 그곳의 경관과 풍물 등을 상상하면서 그의 시에 차운하여 답한 것이다.

임상덕은 영광과 인접한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에서 대대로 살았기 때문에,

그곳의 지형이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어 보면 단순히 그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여 썼다기보다는

꼭 영광 해안의 어느 한 지점에서 서해의 수평선과 칠산도를 바라보며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지금의 독자들이 그곳의 경치를 마치 사진으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득한 서해에는 기괴한 바위와 섬들이 펼쳐져 있고,

변방의 요새는 멀리 보이는 칠산도 앞을 경계로 하고 있다.

시야에는 고기잡이 어선의 불빛과 바닷가의 봉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고

신기루는 염전에 깔려 기이한 광경을 연출한다.

저 멀리 보이는 해와 달도 수평선 안에서 운행하는 듯하고,

드넓은 하늘과 땅도 수평선 끝까지 채우지 못하는 듯하다.

그대가 이런 멋진 광경을 아침저녁으로 볼 테니,

이것들을 시에 담아 자신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하며 시를 끝맺는다.

 

*이 시는 대체로 자연의 경관과 저자의 당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

5, 6구는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남을 볼 수 있다.

지금의 과학적 지식이 있지 않은 조선 시대에도,

해와 달은 바다 너머에서 뜨고 지며,

하늘과 땅은 온 세상을 포함한다고 충분히 상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작자는 해와 달도 수평선 안 즉 바다에서 뜨고 지며,

하늘과 땅도 바다를 다 채우지 못한다고 하였다.

영광의 바다가 끝없이 넓음을 강조한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작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아무개는 박사동(朴師東, 1656~?)으로 추정된다.

박사동은 1709(숙종35) 914일 영광 군수에 제수되었고,

같은 해 1024일 하직 인사를 하였다.

이 시는 제목의 주()1709(숙종35)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박사동이 부임한 시기와 일치한다.

다만 저자 임상덕과 박사동과의 관계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임상덕이 영광 군수 박사동에게 준 시가 한 편 더 있는데,

이 시도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1709년에 저작되었다.

시의 전개 방식이나 내용이 거의 비슷하지만, 형식이 칠언율시인 점이 다르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오성(영광) 서쪽 끝엔 바닷가 하늘 넓은데 筽城西盡海天寬

물결 넘실대는 남쪽에는 진영이 서려 있네 南紀滔滔鎭堡蟠

돛배는 기러기처럼 줄지어 칠도로 오고 颿作鴈行來七島

신기루는 상투 모양 산 일으켜 변산 솟게 하네 蜃吹螺䯻出邊山

배마다 북을 쳐서 소금 시장을 열고 船船擊皷開鹽市

집마다 술병 들고 쌀자루와 바꾸리라 屋屋提壺換米盤

사군이 세금 감독하며 머문다고 들었으니 見說使君監稅住

한가할 때 시 주머니 아끼지 말고 채우게 暇時囊什莫須慳

*지주 박 사군에게 삼가 부치다[奉寄地主朴使君]

 

*조선시대에는 지인이 지방관으로 부임하면

보통 그곳의 멋진 풍경이나 풍속 등을 읊은 시를 주어 전송하였다.

남구만(南九萬, 1629~1711)도 영광군수로 부임하는 홍석기(洪錫箕, 1606~1680)를 보내며 시를 지어주었는데,

그 시에서도 영광의 멋진 풍경과 풍속을 읊었다.

 "호남 오십 고을 중에, 영광이 가장 아름답네.

오산(茣山)은 병풍처럼 둘러 있고, 법성포는 옷의 띠처럼 비껴 있네.

일만 그루 매화와 십 리에 펼쳐진 연꽃, 삼봉(三峯)과 칠도(七島)가 서로 어우러졌네.

어염(魚鹽)과 대나무 많아 재정(財政)을 자랑하고, 성곽과 주거(舟車) 모여 있어 큰 도회지라네"....중략.

(송홍영광지군임(送洪靈光之郡任)

 

*보통 호남은 50개 고을로 헤아리고 영남은 60개 고을로 헤아리는데,

남구만은 호남에서 영광을 가장 아름다운 고을로 꼽았다.

오산은 영광의 진산이고 법성포는 영광 굴비로 유명한 곳이다.

고을 곳곳에는 매화와 연꽃이 피어 있고 바다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펼쳐져 있다.

또 조기와 소금 등이 많이 나와 물산이 풍부한 곳이어서 사방에서 모여드는 사람들로 큰 도회지를 이룬다.

 

*이 시가 남구만이 영광을 직접 보고서 지형의 특성과 생활상을 솔직하게 읊었다면,

임상덕의 시는 영광에서 오랫동안 사색을 통해 멋진 상상력을 발휘하여 글로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대체로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않고 틈이 생기면 여행을 떠난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예전에 다녀왔던 곳을 다시 찾기도 한다.

2천 년 전 사마천(司馬遷)은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유람하고

옛 연()ㆍ조() 지역의 호걸들과 교유한 뒤로, 문장이 호탕하여 비범한 기운을 얻어

천하의 명저인 사기(史記)를 저술하였다고 한다.

 

*눈으로 즐기는 여행이나 입으로 즐기는 식도락 여행도 좋지만,

우리의 여행은 눈과 입만을 충족시켜서는 안 된다.

맹자(孟子)입을 즐겁게 하고 배를 채우려는 사람은 사람들이 천하게 본다.

작은 구복(口腹)을 기름으로써 큰 심지(心志)를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입과 배만을 채우느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데 소홀히 하는 지금의 여행 풍속에 경계가 될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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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