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빛사랑 조흥식

2025-0603, 도봉산(17)

조흥식 2025. 5. 31. 22:45

2025-0603, 도봉산(17), 마당바위~신선대(726m)~우이암~도봉산역

제목: 세 등급의 스승(三等師)

 

 

제목: 세 등급의 스승(三等師)

@최한기(崔漢綺) 인정(人政) 삼등사(三等師)

경사(經師)’는 얻기 쉬워도 인사(人師)’는 얻기 어려우며,

인사는 얻기 쉬워도 기사(氣師)’는 얻기 어렵다.

경사란 인증하고 풀이하여 몽매함을 일깨워주는 사람이고,

인사란 기량에 따라 진퇴시켜 사람의 도리를 성취시켜주는 사람이고,

기사란 사람과 사물의 운행과 변화를 구명해 받들어 따르도록 하는 사람이다.

 

기사인사경사를 겸한다면 상등, 중등, 하등의 사람을 가르칠 수 있고

또 천하의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

그리고 인사경사를 겸한다면

중등과 하등의 사람 및 말과 글이 서로 통하는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스승에는 세 가지 등급이 있는데 스승을 택하는 자들은 기사가 있는 줄을 모르고,

조금 지각이 있는 자는 겨우 인사가 있다는 것을 알며,

일반 사람들의 경우는 단지 경사가 있다는 것만을 안다.

 

그러나 차츰 연마하여 성취해 나아가 스승을 택하는 것에 제한이 없게 되어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운행과 변화를 스승으로 삼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사도(師道)가 이에 이르러 극진하게 될 것이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주위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 이런저런 ○○○이 있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나의 어린 기억에서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날들이다.

어린 시절 잔뜩 설레었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갔고

중학생이 되면서는 그 설렘의 느낌마저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저 달력의 빨간날에 불과했던 것이 어린이날이었고,

색종이로 만들다가 조금 후엔 동네 꽃집에서 한 송이 카네이션을 샀던 날이 어버이날이었다.

스승의 날에는 무엇을 했던가?

국민(초등)학교 때는 학급 임원의 어머니들이 학교에 찾아왔던 것 같고,

중학교 때는 반장의 주도하에 일정 금액의 돈을 모아 담임 선생님께 선물을 사드렸고,

고등학교 때는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학생회에서 지정해 준 비담임 한 분에게도 선물을 사드렸다.

 

*부모 자식의 관계는 내가 거부한다고 부정되는 관계가 아니므로

꼭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상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많은 행위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 속의 스승의 날은

의무적(?)으로 치르는 1회성 행사에 지나지 않아 어떤 의미가 남아있지 않는다.

선물을 드렸던 당시에도 잘 몰랐던 비담임 선생님이 지금에 와서 기억 날리는 만무하고,

1년간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의 이름조차도 가물가물하다.

어떤 선생님을 떠올릴 때는 비이성적으로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기억만 또렷하고,

또 어떤 분은 수업 내용이 학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기억만 남아있으니,

당시 전달했던 선물에 학생들의 마음 같은 것은 조금도 담기지 않았을 것이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이 결여되었을 때에는 학생들의 마음이 담기기 어려운데,

이는 특정의 날짜를 지정한다고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선생 스스로가 참된 스승의 모습을 보여줄 때에 자연히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스승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위는 조선 후기의 사상가 최한기(崔漢綺)가 스승에는 세 가지의 등급이 있다고 주장한 글이다.

그는 기존 유가의 사상 체계를 근원적으로 극복한 독특한 사상 체계를 구축하여

근대학문으로의 가교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의 운행과 변화를 바탕으로 한 경험을 중시하여

그의 학문은 기학(氣學)”으로 요약되어 불리고 있다.

이 글에서도 이러한 사상적 기반 하에 최고의 경지에 기사(氣師)”를 두고,

다음으로 인사(人師)”경사(經師)”가 있다고 하였다.

 

*“기사(氣師)”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사물의 생성과 운행 원리라는 측면에서 ()”라는 말을 붙인 듯하다.

,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이를 전하는 사람이 기사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말이 필요 없다고 했으니, 아마 시공을 초월하는 스승일 것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쉽게 추구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 최한기도 당대에 지각이 있는 사람도 이 존재를 모른다고 하였다.

너무 버거운 경지라 우선 논외로 하여야 하겠다.

 

*다음 등급인

인사(人師)”란 인간의 도리를 일깨워주는 사람이라 하였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가를 인도해 주는 사람으로

지금 시대에 추앙받는 참스승의 모습일 것이다.

똑똑하여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더라도

자신의 지식과 역량을 선한 데에 사용하지 않고

부도덕하고 악한 데에 사용한다면 배우지 않느니만 못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인사이다.

마음을 인도한다는 것은 지식이나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그에 부합할 때에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럴 때에는 말이 필요 없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인사가 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리고 세등급 중 가장 아래등급인 경사(經師)”는 글의 뜻풀이를 해주며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지금 소위 선생이라고 지칭하는 대다수 유형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과거 지식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특정인이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에는

이 역시 지식의 전달자로서 매우 의미가 컸지만 인터넷이라는 거대의 지식 창고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지식의 재가공과 선별까지 해주는 AI가 발달한 시대에는

이전만큼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학원과 인강이 발달하면서 학교 교사의 위상이 달라진 것보다도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번외 등급은 스승을 논하는 자리에서 언급할 가치는 없지만,

소위 선생이라 지칭은 되지만 실제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사(非師)”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사의 자리를 기계적 문명에 양보 당하면서,

앞서 경사의 지위에 있던 사람들도 점차 비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승의 날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이제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어느 등급에 속하는 스승인지를.

그리고 학생들은 나를 어떤 스승으로 생각할 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당당히 스승의 날을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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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