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동우회(2014-2015)

2015-0406.회장단회 워크숍 현지답사

조흥식 2023. 3. 12. 18:58

2015-0406.회장단회 워크숍 현지답사(정선, 영월, 평창)

古典新典 

 

 


古典新典

@송나라 대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절경으로 꼽히는 여산(廬山)을 찾았다가

들른 서림사에서 제서림벽(題西林壁) 이라는 시를 지었다

橫看成嶺側成峰 옆으로 보면 잿마루요 비스듬히 보면 봉우리라

遠近高低各不同 원근과 고저에 따라 모습이 각각 같지 않구나

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으니

只緣身在此山中 이 몸이 이 산 안에 있기 때문이로세

 

@소동파는 이 시에서 깊은 철리(哲理)를 보여줬다.

소동파는 여산의 봉우리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보여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면서

그건 나 자신이 이 산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깨치듯 말한다.

산 안에 있어서 오히려 산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그 전모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들려주는

소동파의 시는 한국 사회가 특히 결여하고 있는 한 가지에 대해

새삼 생각게 한다.

한국 사회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대체로 총체적인 관점을 갖지 못하고

문제의 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동파의 말처럼 어떤 사안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그 문제 안으로 들어가서 철저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개는 그 안에 머무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 문제 으로 나와 멀리서 바라보고 위에서 내려다봐야

그 문제의 봉우리는 어떠며 골짜기는 어떤지,

그래서 진면목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만의 골짜기에 갇혀 있는 지식인들이 너무 많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전문가 전능주의와 겹쳐 있다.

한국에서 전문이라는 것은 성역과도 같다.

전문에 부여되는 절대 권위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얘기할 때

비전문가들에겐 침묵을 명한다.

전문가가 말하니 다른 이들은 입을 다물고 오로지 경청하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전문 인력은 그야말로 범람을 이루고 있다.

자기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갖춘 박사의 숫자는 인구 규모로 본다면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박사들은 자기분야를 벗어나면 매우 취약한 안목을 드러낸다.

어찌 보면 많은 경우 박사는 넓은 지식[博識]이 아니라

협소한 지평과 시야에 갇힌 협사(狹士)’일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유식하나 실은 무식한 함정,

이른바 전문가의 무지의 덫에 걸려 있는 것이다.

분절주의적이며 파편적 인식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무지를 드러내는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이른바 통섭이라든가 융합

그 같은 전문화 과잉에 대한 한 반성이며 교정인 셈이다.

 

@한국엔 옛 선비들이 추구한 전인(全人)적 인간형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조선의 개국 공신이자 대학자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진유(眞儒)’, 즉 진짜 선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유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하며,

윤리 도덕의 실천가여야 하며, 역사가여야 하며,

계몽적인 성리철학자여야 하며 교육자 또는 저술가가 돼야 한다.”

종횡적 지식과 품성과 덕성을 두루 갖춘 종합적 지성인이어야 한다

대학(大學)에서 말한 격물(格物)에서부터 평천하(平天下)까지의

안목과 역량을 함께 갖춘(갖추려는) 君子像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이런 지식인은 두 개의 을 겸비한 이라 할 수 있다.

즉 전()과 전(), ‘양 전이다.

전체상을 내려다보는 조감적 시야와 함께 현미경적 세밀함까지

함께 아우르는 것이다.

우리가 고전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論語에서 말한 것처럼 博學근사(近思)’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즉 넓은 안목을 가지면서 자기 주변의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주변의 문제를 절실하게 묻고 궁구하되 작은 것에 붙들리지 않고

전체적인 시야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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