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3.제15지역(곽기현)+제16지역(이둘임) 합동월례회
2017-0213.제15지역(곽기현)+제16지역(이둘임) 합동월례회
눈 내리는 강가
눈 내리는 강가
@이제현(1287~1367), 익재난고(益齋亂稿),
*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 소상팔경(瀟湘八景)중에서
제목: 저물녘 눈 내리는 강가의 풍경[江天暮雪]
“바람은 거세 구름 모양 애처롭고
날씨는 추워 눈 오는 기세 삼엄하네
흩날리는 곱디고운 눈발을 가지고 놀면서
집집마다 소금을 쌓아 놓았네
멀리 포구에 고기잡이 배 돌아오고
외딴 촌락에 술집 깃발 내려졌네
삼경에 개인 설광이 은빛 달을 질투하여
다시 성근 주렴을 매달려 하네”
@고려 문장가 이제현은 소상강의 아름다운 여덟 경치를
사패(詞牌)중 하나인 ‘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을 사용해 묘사했다.
위는 그중 다섯번째 저물녘 눈 내리는 강가마을의 풍경을 담은 “강천모설(江天暮雪)”이다.
*사패(詞牌)란 무억인가?
사(詞)의 곡조명이자 사를 짓는 형식을 말한다.
각 사패마다 구(句) 수, 자(字) 수, 압운(押韻), 평측(平仄) 등이 고정되어 있다.
‘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은 곡조명이다.
@소상강의 경치들은 송나라 때부터 시제(詩題)나 화제(畫題)가 되어
직접 가 보지 않은 사람들도 시를 짓거나 그림으로 그렸다.
이제현은 중국에 오래 있었지만, 소상강에 갔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소상강의 경치를 다룬 시나 그림을 접하고
나름의 상상으로 작품을 지은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전단(前段)은
구름이 일그러질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고 차디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눈이 지붕 위에 소복이 쌓여 있는 광경을 묘사했다.
여기서 3구의 ‘篩寒洒白弄纖纖(사한쇄백농섬섬)’ 구절이 재미있다.
‘篩寒洒白’은 한기를 체로 걸러 흰 가루를 뿌린다는 의미이다.
‘纖纖’은 곱디고운 눈을 지칭하며,
‘弄’ 자가 붙어 고운 눈을 가지고 논다고 해석된다.
이제현은 눈 오는 모습을 어떤 존재가 한기를 체 쳐서
나온 흰 가루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발상 때문인지 다음 구절의 소금을 집집마다
쌓아 놓았다는 표현이 더욱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후단(後段)은 인적이 드문 어촌 마을의 풍경을 묘사했다.
저물녘 고깃배가 돌아오고 인적도 흩어져 주막도 문을 닫았다.
삼경의 시간, 어느새 눈은 그치고 눈 내린 마을 위로 시리도록 흰 달이 떴다.
이제현은 눈과 달빛이 공존하는 광경을 눈의 빛이
달빛을 질투하여 성근 주렴을 쳤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성근 주렴의 의미가 심장하다.
날씨도 추운데 문을 닫았으면 닫았지 왜 주렴을 걸었을까?
혹시 주점 처마에 주렁주렁 걸린 고드름이 성근 주렴 같아 보였던 것은 아닐까?
눈이 달의 흰빛을 질투해 ‘쳇’ 하면서 고드름 주렴을 냅다 걸어 버렸다고
생각하면 전단과 마찬가지로 익살스러운 분위기가 잘 살아나는 듯하다.
@이제현은 어린아이와 같은 눈으로 눈 내리는 강가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로 인해 탄생한 재치 있는 표현들은 소상강의 겨울을 떠올려 보는 데 재미를 더한다.
이 시에 대한 번역과 해석은 필자의 감상에서 나왔을 뿐 결코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옛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오늘날 있는 그대로 느껴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600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넘어 시인이 시를 통해
그려 놓은 풍경과 그 내면을 상상하고 그려 보는 것,
이것이 또한 한시 감상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