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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C지구(서울)

2014-1125.제2지역 합동봉사

by 조흥식 2023. 2. 10.

2014-1125.2지역 합동봉사(성동구청 김장봉사)

  *우근식 총재, 이현주 지역부총재

  *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며

@남용익(南龍翼 16281692)

옛사람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 반드시 벗들을 부르고

손님들을 모아서 술자리를 즐기거나 바둑, 장기 같은 오락을 즐겼었다.

그것은 한 해의 좋은 때가 반드시 이날 밤에 있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모두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올해 섣달 그믐날 해를 지키며 날을 새는 밤은

바로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한차례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서 즐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잔칫상을 갖추지 못하는 데다

또 초대할만한 객도 없는지라,

고요한 방에서 등불을 돋우며 홀로 한잔 술을 마시고,

이어서 고인의 책을 가져다 읽을 따름이니,

그 또한 심사를 달랠 만하였다.

 

*21년 전의 나를 생각하니,

비록 사람의 형체는 갖추었으나, 이날 밤이 제야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5, 6세에서 10여 세까지는 비록 제야가 제야라는 것은 알았지만,

또한 제야가 아쉬워할 만하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묵은해를 아쉬워하는 뜻은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으니, 오래도록

앉아서 가는 해를 지키면서도 지루함을 잊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렇지만 인정상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것은 노년이 다가오면서

뜻이 어긋났기 때문일 것이다.

나야 아직 젊은 나이에 다행히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를 영광스럽게 할수

있었으니, 나보다 늙고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자에 비하면 어떻겠는가?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이 꼭 남보다 많은 것은 아닐 것이나,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기쁨은 유독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째서인가?

오늘 야반(夜半)을 지나고 나면 곧 새해이니,

해가 새로워지고 달이 새로워지며 날이 새로워지고 때가 새로워진다.

천지의 만물이 다시 새롭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되니,

유독 사람만이 새로워지려는 생각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나름대로 자신하는 것이 많다.

술은 많이 마셔서는 안 되니 그대로 절주를 해야 할 것이고,

말은 가벼이 해서는 안 되니 그대로 삼가야 할 것이다.

예법이 너무 소략하여 내버려둘 수 없다면

예를 닦아 검속할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요,

벼슬이 너무 빨라서 특진해서는 안 된다면

경계하여 억제할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여 날마다 모두 새로워질 수 있다면,

새해가 나에게 있어서 어찌 평범한 의미이겠는가?

내년 이날 밤에 이 글을 읽고서 부끄러움이 없다면,

거의 자신을 새롭게 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이런 내용을 써서 기록으로 남긴다.

 

@해마다 이맘때면

누구나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기대가 교차하게 마련인데

예년처럼 송구영신이라는 인사말이나, 연하장, 흥청대던 송년회 분위기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지만 새해를 맞는 마음만은 다를 바가 없다.

 

@조선중기 문신, 시인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21세 때 쓴 글이다.

섣달 그믐날 친구들과 어울려 한바탕 술자리를 여는것이 관례였다고 하니,

옛날에도 송년회가 있었나 싶어 흥미롭다.

벼슬에서 너무 승승장구할 것을 경계하려고 하는 것에서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 해 3월에 당당히 과거에 합격한 터라, 그럴 만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노숙해 보이기도 하지만,

옛날로 보면 그 나이에 이 정도의 생각을 하는것이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갑오년 한 해는 국가적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역사적으로 말띠 해에는 큰 변고들이 많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있었고, 한심한 갑질도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죽어간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화살에 맞은 경험이 있는 새는 활모양의 굽은 나무만 보아도 겁을 낸다는

고사처럼 유사한 일에 가슴이 철렁일 때도 많았다.

 

@신년의 다짐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더 중요하다.

春秋時代 衛나라의 현인 거원(蘧瑗)50세가 되어

지난 49년동안 잘못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매년 반복되는 다짐과 후회는

어쩌면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핵심감정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감정이 기억으로 굳어져,

그와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현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자동적으로 과거의 경험과 유사한 방식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이론이다.

과거가 현재를 왜곡되게 지배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지나친 자기 확신보다는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어느 시인은 노래하였다.

사랑했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고.

연인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 시이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한 해, 한 해여도 좋겠다.

매년 이맘때쯤에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 한 해와 이별하며,

사랑했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고 말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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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mp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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