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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C지구(서울)

2015-0522.당선총재(권동선), 당선1부총재(이계오) 축하연

by 조흥식 2023. 3. 19.

2015-0522.당선총재(권동선), 당선1부총재(이계오) 축하연

梅花를 전별하다

 

 

 

梅花를 전별하다

@우전 신호열(辛鎬烈 1914~1993)

나는 본시 이별을 한하는 사람이라 매화를 위하여 한잔 술을 따르노라

그대는 푸른 깁사 장막에 의지하여 희디흰 명주 치마 움켜쥐고 있구려

예로부터 이별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이번 헤어짐이 가장 잊기 어렵구나

나는 매화와 고결함을 함께하니 벗으로 삼기에 마침 알맞네

그대는 막고야 선녀의 피부 같고 나의 심장은 광평처럼 굳세어라

언제나 가까이 두어 처라 부르고 동료처럼 보아서 형이라 불렀으니...”

 

@우전(雨田) 신호열은 누구인가?

1970~1993어간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의 부설

국역연수원에서 교수를 역임하신 한학자이다.

교육뿐 아니라 성호사설, 삼국사기, 성소부부고, 완당집, 하서집, 퇴계시집 등 주요 고전을 번역하였는데,

생전에 강의했던 연암집은 사후에 제자들의 손에 의해 출간되었다.

선생은 특히 漢詩에 뛰어난 자질을 보여 송시(宋詩)에 섞어 놓아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을 받았으며,

한시의 번역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경지라는 찬탄이 있었다.

 

@위의 시는 선생이 1991년 봄에

아끼시던 매화 화분의 꽃이 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것이다.

전체 작품은 116구 장편의 오언고시로 위의 시는 그 첫 도입 부분이다.

처음에는 한 구절씩 생각날 때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불러주시며

앞뒤로 어떻게 호응이 되는지 왜 이 글자를 놓았는지 설명하고,

매화와 관련된 고사를 거의 다 담았으니 공부하기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

덕분에 한시가 지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구경하긴 하였으나

저런 생각을 글만 보고 후인이 어떻게 번역하겠는가 싶어 한시 번역을 지레 단념하기도 했다.

그때 하신 말씀은 대부분 잊었으나 봄마다 피는 매화와의 이별조차 아까워하며

시에 담고자 했던 그 섬세한 감성이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듯하다.

제목부터 그냥 이별하다’, ‘보내다가 아닌 전별한다는 표현을 써서

예를 차려서 자리를 마련해 보낸다는 장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첫 구절은 자신에 대한 선언이자 시 전체의 주제를 천명한 부분이니,

마치 긴 판소리를 시작하기 전 '두둥' 하고 북소리를 울려 주의를 집중시키는 느낌이다.

 

@벽사장(碧紗帳)이나 소상(素裳),

당시 매분(梅盆) 뒤에 수십 개의 푸른 난화분이 있었고

또 그 상에 흰 보자기가 덮여 있었던 모습을 묘사한 것인데,

벽사(碧紗)나 연소(練素)란 시어가 자주 쓰이기도 하므로 허투루 놓은 글자가 아니다.

매화의 모습이 푸른 장막에 기대어 흰 명주 치마를 움켜쥐고 떠나려는

여인의 모습 같지 않으냐며 참 매정하다고 탄식하셨다.

또 다섯째 연의 광평장(廣平腸), 당나라 재상이었던 광평공 송경(宋璟)

굳센 기질로 철석같은 심장을 지녔다 하여 광평장이라 불렸는데

뜻밖에 감성이 풍부한 매화부를 지어 세상을 놀라게 한 일화가 있으므로가져온 것이다.

 

한 글자 한 구절이 모두 전거와 사연을 담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매화를 아내 삼아, 벗 삼아 곱디고운 모습을 차마 손도 대지 못하다가

이별에 슬퍼하며 평생의 필력을 기울여 장편의 시를 지어 전별하는 늙은 시인이 눈앞에 선하다.

유고가 널리 퍼지지 못해 세상에 잘 알려지지 못했기에 현대에 쓰인

한시를 소개하고픈 마음에 적어본다.

선생은 이 시를 짓고 이태 후 봄에 돌아가셨다.

매일 쓰다듬으시던 난과 매화는 어디로 흩어졌는지 모르겠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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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