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4.타워라이온스클럽 창립 14주년 기념식(최찬기회장 이취임식)
내 눈에 걸린 초승달
내 눈에 걸린 초승달
@동계 정온(鄭蘊 1569∼1641), 동계집
*초승달을 보며(見新月)
“어디에서 나온 거니?
어디로 지는 거니?
눈썹같이 가는 달 곱기도 한데
하늘과 땅 사이를 두루 비추네”
@조선중기 문신, 동계(桐溪) 정온(鄭蘊)은 누구인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다 겪은 선비입니다.
남명 조식의 학맥을 이은 동계는 유학의 가르침에 따라 올곧게 살려고
노력하여 충절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이 시를 언제 지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가 참 아기자기합니다.
어찌 보면 어린아이 때 지은 동시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파란 많은 세월을 다 겪고 존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
깊이 성찰한 시기에 지은 철학시 같기도 합니다
@동계 정온은 70세(1638년)
정축년 봄, 병자호란을 겪으며 지친 그는 여생을 초야에 숨어서 지내리라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덕유산(德裕山) 남쪽 골짜기인 ‘모리(某里)’로 들어갑니다.
모리는 예전 사람이 이곳에 어울리는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결국 이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골짜기가 깊지도 않고 산이 높지도 않아 밖에서 보면
골짜기가 있는 줄도 모를 정도인 곳입니다.
지대가 평평하지만 아래에서 보면 평평한 줄을 모르고,
볼만한 경치도 뚜렷한 방위(方位)도 말할 수 없어
그저 ‘어떤 마을’이라는 뜻의 ‘모리’라는 이름을 얻은 곳.
이 시는 혹 이곳 ‘모리’에서 지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계 정온은 초승달을 보고 묻습니다.
오기를 어디에서 왔느냐고.
지면 어디로 가느냐고.
그리고 가녀린 모습으로도 제 빛이 필요한 곳이면
구석진 곳까지 두루두루 빛을 전하는 것을 보고 흐뭇해합니다.
달은 날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데, 모양에 따라 보는 사람이 받는 느낌은 다릅니다.
보름달을 볼 때면 마음이 원만해지고 넉넉해지면서
둥근달처럼 모든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초승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게 되지는 않는 듯합니다.
어쩌면 기도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그 고운 모습에 매료되어 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낚싯바늘 같은 모양새를 하고 가만히 하늘 한 편에 있다가
늦은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이른 새벽 일터로 나가는 이의 눈길을 한 번에 낚아채곤 하니까요.
어울리는 계절과 자리도 조금씩은 다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보름달 하면 가을밤 하늘 중천에 휘영청 떠 있는 것이 떠오른다면,
초승달은 잎새를 다 떨군 겨울 나뭇가지 사이나 중천에서 비스듬히
기운 자리에 걸린 듯이 누워 있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달은 달이라 초승달 또한 마음에 빛을 보내는 것은 다 같습니다.
덜어낼 것을 다 덜어낸 후 아직도 세상에 웃을 일은 많이 남았다는 듯
실눈을 뜨고 웃는 모습은 보름달만큼이나 여유롭습니다.
처음 생겨난 것은 풀이건, 동물이건, 사람이건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동계 정온이 본 그 초승달이 오늘 저의 마음을 간지럽힙니다.
보름달이 기울기가 무섭게 초승달이 뜰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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