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54-C지구(서울)

2015-1027.태우라이온스클럽 창립 37주년 기념식

by 조흥식 2023. 3. 29.

2015-1027.태우라이온스클럽 창립 37주년 기념식

끝까지 길 위에서

 

 

 

 

끝까지 길 위에서

@어우 유몽인(柳夢寅 1559~1623)

이윤(伊尹)은 늘그막에 유신(有莘)에서 농사를 지었고

태공(太公)은 백발로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를 했는데,

지금 내 나이는 두 분보다 아직 젊다.

청산(靑山)과 녹수(綠水)가 죽이야 대어줄 터,

어찌 소인(小人)처럼 땅에 얽매여 떠나지 못하겠는가

 

@광해군 14(1622)

어우(於于) 유몽인은 64세의 노구를 이끌고 금강산 유람에 나섰다.

江原都事로 있던 32, 금강산을 노닌 이후 30여년 만이었다.

그 사이 임진왜란~정유재란의 戰火속에 分朝에서 광해군을 모시며

하삼도~함경도~평안도를 위무(慰撫)하는 御使로 나가기도 했고,

문안사(問安使) 등의 직책을 맡아 세 번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했다.

또 임란 때 호종한 공으로 공신에 책봉되기도 했으나,

59세에는 인목대비(仁穆大妃) 폐비론에 가담하지 않은 일로

이이첨이 탄핵상소를 하여 퇴거하였다

 

그렇게 5년을 퇴거하던 그가 갑자기 금강산을 유람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 모두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노인에게 편안한 것은 이부자리이고

친근한 것은 궤안(几案)과 타구(唾具)이며,

의지할 바는 지팡이고 필요한 것은 술과 고기와 죽과 약물이라면서,

이런 게 있어도 늙은 몸을 지탱하기 어려운데

어찌 험준한 산을 오르려 하느냐고 반대했다.

 

만약 불행히도 건강을 해치게 되면 어떻게 치료할 것이며,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선영으로 돌아오겠느냐고도 걱정했하지만

어우는 불에 타 죽으나 얼어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이고,

굶어 죽으나 먹다가 탈이 나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이며,

요절하거나 장수하거나 죽기는 매일반이라고 웃으며 일축했다.

 

@그리고는 은()나라 건국에 공을 세운 이윤(伊尹)도 늘그막에

유신(有莘)에서 농사짓다 탕왕(湯王)의 초빙을 받았고,

()나라의 기틀을 만든 강태공(姜太公)80(90세라는 설) 넘어

위수(渭水)에서 낚시하며 문왕(文王)을 기다렸다면서,

자신은 그들보다 훨씬 젊노라 장담했다.

죽을 끓일 먹거리야 자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면서,

편히 살던곳을 떠나 객사할까봐 소인처럼 전전긍긍할 필요없다고 말했다

 

@어우의 이 호기로운 말을 보노라니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밀려나 암이나 치매와 맞닥뜨리거나

황혼 이혼의 갈등 한가운데 있거나 했던,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60~70대 노인 9.

그들이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고 싶다는 두 친구의 간절한 외침에

공감하여 함께 길을 나서서,

석양이 물드는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었다

하늘의 황혼과 자신의 황혼을 아울러 조망하던 그들의 눈동자,

그 눈동자는 전쟁의 피바람과 정쟁(政爭)의 칼바람을 지나

금강산을 오르던 어우의 그것과 닮아 있을 것만 같았다.

 

시대와 생활의 양상은 다르지만 각자 짊어진 노년의 삶의 무게는

대동소이하겠기에, 만약 어우가 새롭게 길을 나선 이 친구들을 보았다면

참으로 큰 용기를 내셨노라 응원의 박수를 보냈을 것만 같았다.

그해 어우는 금강산 유람은 무사히 마쳤으나,

그 다음해 인조반정이 일어나 광해군 복위를 꾀했다는 모함을 받고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저 드라마 주인공들이 들었더라면,

더 늦기 전에 금강산 다녀오시기 정말 잘하셨노라 위로의 말씀을

올릴 것 같았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