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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합회

2019-1223. 칼리지연구소 2019년도 송년오찬회

by 조흥식 2023. 11. 22.

2019-1223. 칼리지연구소 2019년도 송년오찬회(개봉역, 민물매운탕)

실학자가 말하는 사후세계

 

 

 

 

 

실학자가 말하는 사후세계

*지구상에서 사람만이 사후세계를 궁금하게 생각한다.

동물들과 달리 사람만이 자신이 유한한 존재임을 알고서 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과 동시에 죽음을 인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사람이 안고 있는가장 큰 불행일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마음이 늘 불안하여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고,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믿고 싶어하여 미망에 빠진다.

 

*실학자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은 녹암(鹿菴) 권철신(權哲身)을 비롯한

젊은 후배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하고 끝까지 주자학을

존신(尊信)하였지만 여느 주자학자들과는 달리 순암은 사후세계에 대해 일정한 관심을 가졌다.

 

*귀신이 무엇인지는 주역(周易), 계사(繫辭), 예기(禮記), (祭義),

염락(濂洛)의 학설을 보면 알 수 있으나 끝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귀신에는 세가지 등급이 있으니, 천지(天地)의 귀신이 있고,

사람이 죽어 된 귀신이 있고, 또 백물(百物)의 귀신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사람이 죽어서 된 귀신의 경우는 그 이치가 알기 어렵습니다.

그에 대해 후세에 세 가지 논설이 있으니,

유자(儒者)기운이 모이면 생명이 태어나고 기운이 흩어지면 죽어서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고 하고,

서양 사람들은 기운이 모여 사람이 되는데 이미 사람이 된 뒤에

일종의 영혼이 따로 있어 사람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고

그 사람 본신의 귀신이 되어 영원히 존재한다.”고 하고,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그 귀신이 다시 사람이 되어서 계속 윤회한다.”고 합니다.

 

*만약 유자의 말대로라면 성인이 제사 제도를 만든 뜻에는

분명히 조상의 귀신이 온다는 이치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만약 다만 자손이 조상을 사모하는 마음 때문에 제사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이는 거의 헛된 장난에 가까워 매우 불경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조상과 자손은 하나의 기운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응하여 오는 來格 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조상의 기운은 이미 흩어져서 음양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으니,

그 기운은 허공에 분산되어 벌써 원초적 상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다시 무슨 기운이 있어 오겠습니까.

만약 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흩어지지 않고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만약 서양 사람들 말대로라면 사람은 선악을 막론하고

모두 영혼이 있어 죽은 뒤에 천당과 지옥의 과보가 있게 됩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영혼이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그 귀신이 매우 많을 터이니,

이른바 천당은 텅 비고 넓어서 혹 수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소위 지옥이라는 곳은 땅 둘레가 9만 리이고 그 지름이 3만 리라고 하니

3만 리 속에 그렇게 많은 귀신들을 어찌 다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가사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땅이라는 것은 형질(形質)이 있어 공간이 없이

꽉 차 있는데 귀신이 아무리 형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죽은 뒤에 기운이 흩어지는 것이 더디고 빠름이 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흩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불교의 말대로라면 그 말은 더욱 어처구니없어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그 중에는 그럴 법하게 생각되는 점도 있습니다.

대저 천하의 도가 하나가 아닌데 유가(儒家) 외에는 모두 이단(異端)입니다.

그렇기에 유자의 도는 상도(常道)를 말하고 괴변(怪變)은 말하지 않습니다.

괴변은 진실로 예측할 수 없으니, 괴변을 계속 말하다 보면 결국은 허황되고

정상에서 벗어나 거리낌 없이 마구 행동하는 이단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괴변을 말씀하지 않았을 뿐이지 괴변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보면 임금과 신하가 서로 경계하면서반드시 상제(上帝) 아니면 조상의 영령을 들어서 말하는데,만약 실제로 그것이 없다면 성인이 어찌하여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모호하여 믿기도 어려운 일을 가지 사람들을 속였을 것이며, 사람들 역시 믿고 따랐겠습니까.분명히 그러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말했을 것입니다.

()나라 사람들은 귀신을 숭상한 것이 어찌 후대의 어리석은 백성들이

무당에게 유혹되는 것과 같겠습니까.

이는 필시 말할만한 실제 사실이 많이 있었을 것이지만,

진시황(秦始皇) 때 기록이 다 불타고 없어져 전해지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후세에는 상도만 말하는 경향이 많아져서 만약 조금이라도 평소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일에 대해 한마디 말을 하고

한 가지 행동이라도 했다 하면 대뜸 괴변을 말한 죄를 씌웁니다.

이런 까닭에 가르침을 맡은 사람들은 조심하여 말하지 않고,

상도(常道)를 지키는 이들은 단지 선유들의 말에 의거하려고만 하여

결국 의심이 석연히 풀리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생사는 대체적으로 말한다면 실

로 기운이 모이고 흩어짐에 달려 있으니,

불이 꺼지면 연기가 흩어져 허공으로 올라가 소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서양 사람들 말처럼 흩어지지 않는 것도 있으니,

마치 순금이 불에 들어가면 전체가 다 녹아 버리지만

한 점의 정광(精光)만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또 그 중에는 불교의 말처럼 윤회하는 경우도 있으니,

흩어지지 않은 기운이 만약 있다면 그것이 모여 다시 태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기운이 모였기 때문이고 보면 귀신은 기운이 아니겠습니까.

 

역사의 기록으로 보면 전생에 반지를 숨겨놓은 곳을 알았다든지

전생에 살던 집의 우물을 기억했다고 하는 따위의 일들이 매우 많고,

지금 세상 사람들의 집안에 전해지는 말을 보더라도 그럴 법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들을 반드시 그렇다고 증명하려 한다면 부질없는 짓이고,

그렇다고 일절 그렇지 않다고 무시해 버리면 너무 융통성 없는 태도이니,

그저 말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역(周易)에서 ()이 떠도는 것이 변()이 된다.” 했는데,

그냥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고 변함이 되는데

이른다면 그 혼이 어디고 없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장자(張子)혼이 떠도는 것이 변이 된다.”는 것을 근거로 윤회설을

부정하였으니 어찌 감히 다시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만은 그 의심은 끝내 풀리지 않습니다.

 

정주(程朱)의 학설에도 간략히 언급만 하고 분명히 말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후인들의 의심만 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정자(程子)죽음과 삶, 사람과 귀신의 이치는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이다.” 하였다.

 

어류(語類)에 주자가 귀신과 생사의 이치는 틀림없이 불가에서 한 말,

세상 사람들이 본 바와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이치로 미루어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이러한 곳은 굳이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했고,

전생에 반지를 숨겨놓은 곳을 알았다든지 전생에 살던 집의 우물을

기억한 일들 같은 경우는 따로 얘기할 이치가 있다.” 하였다.

 

주자대전(朱子大全)의 왕자합(王子合)에게 답한 편지에

천지의 陰陽이 끝이 없고 보면 사람과 만물의 혼백도 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감응함이 있으면 반드시 통하기 마련이니,

()이 응고되어 흩어지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다 소멸하고 만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했고,

 

또 동숙중(董叔重)에게 답한 편지에서

귀신의 이치는 성인도 말하기 어려워했다.

참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해도 안 되고,

참으로 어떤 것이 있지 않다고 해도 안 되니,

만약 이치를 분명히 알지 못한다면 젖혀 두는 것이 좋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이러한 말들은 그럴 법한 이치가 있는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안정복의 묘지(경기도 광주시 중대동 텃골 소재)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상성호선생서(上星湖先生書) 순암집(順菴集)

사람이 죽으면 기운이 흩어져 아무것도 없이 사라진다는 유교의 주장과

사람이 죽은 뒤에는 영혼이 영원불멸한다고 한 천주교의 주장과

사람이 죽은 뒤에는 윤회한다고 한 불교의 주장을 차례로 논박한다.

 

*그는 유교의 주장대로라면 조상의 귀신이 없을 터이니

유교에서 그렇게 중시하는 제사도 헛일이 되고 말 것이라 하였다.

유교에서 조상과 자손은 하나의 기운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응하여 오는 이치가 있다 주장하지만 조상의 기운은 이미 흩어져서

우주의 기운에 돌아가 버렸다면 다시 무슨기운이 있어 오겠느냐고 반문하고,

오는 기운이 있다면 흩어지지 않고 별도로 존재하는 귀신이 분명히 있다고 하였다.

일반적인 유학자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천주교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이 죽은 뒤에 기운이 흩어지는 것이 더디고 빠름은 있을지언정

영혼이 영원불멸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불교의 윤회설에 대해서는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그 중에는 그럴 법하게 생각되는 점도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주석에서 전생에 반지를 숨겨놓은 곳을 알았다든지

전생에 살던 집의 우물을 기억한 고사를 증거로 들었다.

 

*전생에 반지를 숨겨놓은 곳을 알았다는 진() 양호(羊祜)의 고사이다.

양호가 5세 때에 자기 유모에게 자기가 가지고 놀던 금가락지를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유모가 너에게는 금가락지가 없었다.” 하자,

양호가 즉시 이웃 이씨(李氏) 집으로 가서 동쪽 담장 곁의 뽕나무 속에서 금가락지를 찾아내었다.

 

그 주인이 놀라며 말하기를

이것은 우리 죽은 아이가 잃어버린 물건인데, 왜 가져가느냐?” 하였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이씨의 아들이 전생의 양호였다고 여겼다고 한다.

 

전생에 살던 집의 우물을 기억했다는 것은 진() 포정(鮑靚)의 고사이다.

그는 다섯 살 때 자기 부모에게 말하기를

나는 본래 곡양(曲陽)의 이씨(李氏) 집 사람인데 아홉살 때 우물에 빠져

죽었다.” 하기에 그 부모가 곡양의 이씨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모두 그 말과 부합하였다 한다.

 

*사람의 사후세계가 있는지,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인지는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확인할 길이 없다.

孔子삶을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죽음을 알 수 있겠는가.” 하였거니와

유교에서는 삶과 죽음의 이치를 낮과 밤의 이치와 같다고 본다.

낮이 있어야 밤을 밤이라 인식할 수 있고, 밤이 있어야 낮을 낮이라 인식할 수 있다

 

대하 장편소설 토지, 작가 박경리 선생이 대담하면서

죽음이 없으면 삶을 누가 인식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어느 고승의 깨달음인들 이보다 더 직절(直截)할 수 있겠는가.

한참 동안 마음이 숙연하였다.

 

*주자는 귀신에 대해 참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해도 안 되고,

참으로 어떤 것이 있지 않다고 해도 안 된다.” 하였다.

 

*불교에서는 영혼이 있어서 사후에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견(常見)이라 하고, 육체가 소멸하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단견(斷見)이라 하면서, 상견과 단견을 떠나서 중도(中道)의 정견(正見)으로

보아야 실상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사후세계가 있다면 어떤것인지 가서 두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알수 없다

천당과 지옥, 극락을 아무리 그럴 듯하게 그려서 말해도

그것은 상견에 떨어진 우치(愚癡)한 생각에 불과하다.

 

 

*맹자(孟子)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은 양능(良能)이고,

생각하지 않고도 아는 것은 양지(良知)이다.” 하였다.

사람에게 불성(佛性)이 있든 신성(神聖)이 있든 그것이 양지, 양능을

벗어난다면 사람은 참으로 비참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자기를 믿을 수 없고 남을 믿을 수도 없어, 오직 유무(有無)의 사이에

미묘하게 존재하는 절대자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면,

단군상의 목을 자르고 불상에 오물을 끼얹는 짓인들 못할 리가 있겠는가.

 

*젊은 학자들이 천주교에 빠진다는 말을 듣고 순암은 이렇게 시를 읊었다.

천당이니 지옥이니 황당한 말이니 바꿀 수 없는 도리가 우리 유가(儒家)에 있네

그 주장이 참으로 허황하지 않을지라도 악하면 지옥 가고 선하면 천당 가는 것을

 

*낮 동안 바르게 산 사람이 밤에 꿈자리가 사나울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꿈을 꾸기 위해 낮에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종교가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사후세계를 위해 착한 일을 한다면 이는 필경 자기를 집착하는 삿된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천당이든 극락이든 사심에 집착한 사람이 들어가서 싸우는 곳은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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