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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갑총재(2020-2021)

2020-1203. 제2기 라이온스 아카데미(5강좌)

by 조흥식 2024. 1. 7.

2020-1203. 2기 라이온스 아카데미(5강좌)

구더기는 똥을 좋아한다

 

 

 

 

 

구더기는 똥을 좋아한다

@조수삼(趙秀三 1762~1849), 경원총집(經畹總集)

*번역문

구더기는 똥을, 말똥구리는 말똥을, 낙타는 소금을, 생쥐는 측간을,

닭은 지네를, 고양이는 뱀을, 뱀은 파리를, 좀벌레는 책을 좋아한다.

이 모든 것이 본성이다.

저 여러 사물들에게는 응당 자연스레 생긴 취미가 있어 각자 기약하지 않아도 절로 이르게 된다.

사물의 본성은 본래 옅은데 기욕(嗜欲)이 그것을 짙게 만드니,

 

나 또한 시()에 있어서 그러하다.

나는 일여덟 때부터 시를 배웠는데 오래도록 빠져들어 미친 듯 좋아하여 밤낮을 잊고 침식을 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어른들은 병이라도 날까 걱정하여 금지시켰지만 번번이 틈을 타 인적 드문 곳에 숨어 몰래 읊조렸다.

걱정이라고는 오직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일 뿐,

무엇이 즐거워서 그렇게까지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올해 팔순인 모친께서는 두 가지 취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불경(佛經) 읽기와 베껴 쓰기이다.

왕복 다섯 시간 거리에 있는 절에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때마다 다녀올 만큼 독실한 불자이니, 어쩌면 당연한 취미인 것도 같다.

그런데 이 독실한 신앙도 제쳐놓을 만큼 중요한 취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WWE라고 불리는 미국 프로레슬링 프로그램 시청이다.

TV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읽고 있던 불경과 베껴 쓰던 사경(寫經)

노트도 거실 한 구석으로 슬며시 치워두고 레슬링 시청에 몰두한다.

 

*위에서 인용한 글은 조선후기의 가장 중요한 중인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언급되는 조수삼(趙秀三)의 글이다.

그는 32세가 되어 그간 써둔 시편을 정리하고 위와 같이 서문을 붙였다.

만물은 본디 좋아하는 것을 따른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자신이 시문을

짓는 행위 또한 다름 아닌 본성을 따르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글을 짓는다는 행위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본성을 드러내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아니다.

서문의 뒷부분에서 조수삼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만 그것(시문)을 즐겨 적취[]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구하는 데

부지런했고, 그것을 구하는 데 부지런했기 때문에 얻은 것이 많았다

 

*독경과 사경이든, 프로레슬링 시청이든, 교양 강좌 수강이든,

시문을 짓는 일이든,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어쩌면 조수삼의 말처럼 무엇이 즐거워서 그렇게까지 하는지 알지 못하는(不知何所樂而然矣)’ 경지에 올랐다는 점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체로 돈이나 명예가 사람을 움직이게끔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만큼 사람을 즐겁게 해 주지는 못한다.

그 즐거움 덕분에 그 어떤 불편함이나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부지런해지고, 부지런해지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성과가 크든 적든, 남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그리 중요한 일은 아닌 듯하다.

내가 즐겁고 내가 행복하다면.

 

 

Ti-story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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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