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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갑총재(2020-2021)

2021-0418. 제6차 354복합지구 총재협의회

by 조흥식 2024. 2. 15.

2021-0418. 6354복합지구 총재협의회

아이는 정말로 잘못이 없다오

 

 

 

 

 

아이는 정말로 잘못이 없다오

@최성대(崔成大 1691~?), 두기시집(杜機詩集) 만양편(晩孃篇)

계모여 계모여 아이를 때리지 말아라

아이를 때리는 건 그렇다 쳐도 아이를 죽이지는 말아라

아이는 정말로 잘못이 없다오

울 안에 있는 대추 아이는 먹지 않고

통발에 있는 물고기 아이는 가져가지 않았다네

어젯밤 꿈에서 본 우리 엄마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하고 문을 나와 물을 긷더군요

슬픔을 삭이며 소리 내지도 못하더라

창고에는 온갖 곡식 담긴 상자에

집 안에는 계수나무로 들보를 만들었네

새매가 그려진 당에는 사방에 향주머니 있고

온갖 보물로 장식한 옷은 아침 햇살을 받아 광채가 번쩍이네

아이는 굶주림에 괴롭고 추위에 떨어도 감히 그 곁을 쳐다보지도 못하네

마당 앞의 참새 둥지에 참새 날아와 지지배배 두 마리 새끼를 품고 있네

이놈 너 참새야

차라리 내 폐를 쪼아 먹을지언정 내가 찧은 곡식을 먹지 마라

나더러 아침에 흰쌀 찧어놓으라 하셨는데

저녁에 헤아려보고 부족하면 계모가 노하실 것이야

참새야 날아가거라

어찌하랴! 한두 알 낱알이

되려 아이의 목숨을 그르쳤구나 아이의 목숨을 그르쳤구나

들판에 어떤 풀이 피었네

꽃 이파리가 작고 가냘프다

이를 캐며 길게 탄식하노니 우리와 함께 가자꾸나, 우리와 함께 가자꾸나

해마다 한 맺힌 넋은 생기 없는 모습으로

사람 향해 입을 벌려 보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네

 

*18세기, 두기(杜機) 최성대는 민정 세태와 풍속을 섬세한 감정으로 묘사한다고 평가받는 시인이다.

위에서 소개한 작품은 계모의 학대로 죽은 아이가

들판에 이름 모를 풀로 환생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의 집안은 부유하였지만 정작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평소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계모에게 줄곧 학대를 받은 것이다.

계모의 학대가 심할수록 생모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던지 꿈에서 엄마의 모습을 그리곤 하였다.

계모는 아이에게 곡식을 찧어놓게 한 후 수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들볶았던 모양이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참새에게 곡식 대신 자신의 폐를 쪼아 먹으라 사정하기까지 했을까.

참 얄궂게도 몇 알의 곡식을 빌미로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원혼은 들판의 이름 모를 작은 꽃이 되었다.

아이와 닮은 가냘프고 여린 모습으로.

 

@시 마지막 부분에 꽃을 캐는 사람은 누구일까.

최성대는 원한을 품은 여인이 꽃으로 환생한 내용을 다룬 원녀초가(怨女草歌)라는 시에서

아픈 마음 아직도 그치지 못해, 해마다 봄바람에 피는구나

주저하며 사람을 향하는 듯, 얼굴에 바른 연지가 붉네

어떤 여인만이 이를 알아보아, 꽃을 캐면서 길게 탄식하누나라 하였다.

환생의 모티브에 동병상련의 정서를 자주 구사하는 것은 최성대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로 본다면 꽃을 캐는 사람은 학대받던 아이의 마음을 알아본 같은

처지의 또 다른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시의 구두나 해석이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말미의 爰我衆邁 爰我衆邁兮의 번역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모두 필자의 공부가 부족한 탓이다.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질정과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길 고대해 본다.

번역도 해설도 부족하면서 감히 이 시를 소개한 이유는

자신의 아픔을 알아달라는 듯 꽃잎을 피웠던 모든 아이를 기억하고

또 그 넋을 위로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더는 이름 모를 풀이 된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Ti-story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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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