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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총재(2024-2025)

2025-0120, 도봉LC 전회장 오순자 별세

by 조흥식 2025. 1. 17.

2025-0120, 도봉LC 전회장 오순자 별세(뉴스타장례식장, 미아사거리)

*목표를 향해 갈 때

 

목표를 향해 갈 때

@진화(陳澕), 매호유고(梅湖遺稿) 영곡사(靈鵠寺)

깎아지른 절벽에서 우뚝한 소나무 굽어보고서

다시금 돌층계 밟으며 마른 지팡이 짚는다네

도리어 우스워라! 와 노는 사람의 조급한 마음

한 번 와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 오르려 하네

 

*고려가요 한림별곡(翰林別曲)을 보면,

니정언 딘한림 솽운주필이란 대목이 나온다.

정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와 한림 진화(陳澕),

이 둘이 운자를 부르는 대로 붓을 휘날려 시를 짓는다는 뜻이다.

 

당대 제일의 문호(文豪)였던 이규보와 함께 일컬어질 정도라면,

진화 이 어른의 시 짓는 재주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법도 하다.

실제 그와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았던 최자(崔滋, 1188~1260)

보한집(補閑集)에서 진화의 시문을 일러

시문이 맑고 웅혼하며 화려한데 온갖 변화를 연출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시는 후손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진 그의 글을 모아 엮은

매호유고에 실린 40여 수 정도만이 남았다.

2,000여 수나 되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속 이규보의 시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비록 그렇지만, 이를 하나하나 읽어보면 진화가 이규보 못지않은

감성과 지성, 관찰력의 소유자였음을 알게 된다.

이 영곡사 또한 그렇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영곡사는 충청도 충주 대림산에 있던 절이다.

마치 금강산 보덕굴(普德窟)처럼 높은 절벽 위에 달아맨 듯

지은 건물에서 달천(達川) 강물을 내려다보는 위치가 절묘하여,

일찍이 고려 시인 정지상(鄭知常)이 와서 노닐며 시를 지을 만큼 경치가 좋았다.

진화도 어느 날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 오르며 산 중턱쯤에 있던 이 절을 찾았다.

깎아지른 듯 높직한 절벽에서 멀리 소나무를 바라보고,

다시 내려가고자 지팡이를 짚으며 한 수 읊는다.

놀러 오는 이들의 마음이란 급하기도 해라! 한 번에 최고봉을 바로 올라가려고 하다니.”

 

*우리는 무언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잡으면 거기에 바로 도달하지 못해 안달할 때가 많다.

하루하루 목표치를 체크하며 때로 기뻐하고 때로 좌절한다.

진화가 읊은 것처럼, ‘최고봉에 오르고자 다른 데는 눈길도 주지 않고 급하게 오르는 셈이다.

그리고 그걸 한 번에 이루려고 한다.

그들에게 시행착오란 있을 수 없다.

한 번에 최고봉에 올라서 놀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급하게 오르다 보면, 놓치는 게 어찌 없을까.

성공하더라도 그게 과연 목표 달성이 맞을까.

천천히 여유롭게 산길을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길가에 예쁜 꽃이 피고 허공에 나비가 날며, 아름다운 경치가 곳곳에 있다.

그에 취해 감탄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최고봉에 다다라 있을 게다.

혹 오르지 못한들 또 어떤가. 다시 와서,

주변을 거듭 살펴보며 더욱 여유 있게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걷다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영곡사 같은 절경을 만나

머물러 마음을 쉴 수도 있을 테고.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새해를 맞이하여 저마다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였을 것이다.

거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한편, 목표만을 향하여 완벽히 모든 걸 빠르게 하려다가 많은 것을 놓치지 않기를 또한 바란다.

제주어 중에 '천천히'란 뜻의 꼬닥꼬닥이란 말이 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꼬닥꼬닥 걷노라면 여러분은 흥이 가시지도 않은 채

어느새 목표에 다다라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목표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서 삶의 보배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Ti-story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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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