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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빛사랑 조흥식

2015-0124.도봉산

by 조흥식 2023. 3. 5.

2015-0124.도봉산

더덕 정승과 잡채 판서

 

 

 

더덕 정승과 잡채 판서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 광해군11)

처음에는 더덕 정승의 권세가 중하더니,이제는 잡채 판서의 세력 당할자 없구나

(沙參閣老權初重, 雜菜尙書勢莫當. 사삼각로권초중, 잡채상서세막당)

 

@더덕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작물이다

중국은 주로 약재로 썼지만, 우리는 식재료(구이, 무침)로 애용하였다.

잡채 역시 예로부터 명절이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맛난 먹거리였다.

그런데 더덕과 잡채에 정승이니, 판서니 하는 높은 벼슬 이름이 붙어 있으니 얼핏 보면 아리송하다.

 

@광해군 시절에 한효순(韓孝純)은 좌의정까지 올랐는데,

세간에서는 그가 임금에게 더덕을 넣은 꿀떡[蜜餠]을 바쳐서 정승 자리를 얻었다고 수군댔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떡이길래 높은 정승 자리까지 얻을수 있었을까?

왠지 모르게 입가에 군침이 돌기도 한다.

 

@이충(李沖)이란 사람은 요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광해군은 꼭 그가 만든 반찬이 상에 올라야만 수저를 들었다고 한다

특히 신선한 각종 채소를 섞어서 만든 잡채 요리가 그의 주메뉴였다

요리 솜씨 덕분에 이충은 광해군의 총애를 무던히도 많이 받았고

벼슬이 호조 판서까지 이르렀지만, 백성들은 그를 잡채 판서라 부르며 조롱했다.

 

@더덕 정승과 잡채 판서 이야기는 민간에 떠돌던 노래가 실록에 실렸다.

위 이야기는 실록뿐만 아니라 신흠(申欽)의 상촌집(象村集),

이긍익(李肯翊)의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도 전해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더덕 정승대신에 김치 정승[沈菜政丞]’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더덕이든 김치든 분명한 것은 이들이 정승감, 판서감이 아닌 인물임에도

결국 뇌물을 바친 덕에 고관대작의 지위를 누리며 백성들의 원성과 조롱을 샀다는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한식대첩'에서 요리 솜씨를 뽐낼 인재들이 그만 국정(國政)을 요리하는 높은 지위를 차지한 격이다.

 

@더덕 정승이든 잡채 판서든 간에 이들이 임금을 잘 보좌하여

어진 정치로 인도했다면 사람들의 뒷공론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서 이들은 결국 후대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긴다

광해군이 요리 솜씨에 현혹되어 사람을 몹시나 잘못 고른것이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불탄 도성의 여러 궁궐을 중건(重建)하기 위해

무리하게 토목 공사를 벌였다가 인심을 많이 잃었는데,

이때 호조 판서로 있던 이충이 공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앞장서서 백성들을 수탈했다고 전해진다.

옛말에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을 기억해야 한다

백성을 수탈하는 신하를 곁에 두느니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곁에 두는 게 낫다

 

@요즈음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일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청탁을 일삼는 것을 금하도록 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른바 김영란 법의 국회 통과를 두고 말들이 많은듯하다.

그 옛날 임금에게 바쳐진 더덕 꿀떡과 잡채의 맛은 달콤했지만,

이로 인해 백성들은 안타깝게도 쓰디쓴 혹정(酷政)에 신음해야 했다.

부디 이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법이 시행되어

우리나라에 뿌리깊은 그릇된 청탁의 문화가 자취를 감추기를 바란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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