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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동우회(2014-2015)

2015-0709.동경라이온스클럽 최원영회장 이취임식

by 조흥식 2023. 3. 23.

2015-0709.동경라이온스클럽 최원영회장 이취임식(리더스나인, 서대문)

삼국유사 새롭게 읽는 법

 

 

 

삼국유사 새롭게 읽는 법

@일연(一然 1206~1289)

삼국유사(三國遺事), 연오랑세오녀(延烏郎細烏女)”

8대 아달라왕이 즉위한 지 4년 정유년(157)의 일이다.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이 바다에 나가 미역을 따는데 갑자기

웬 바윗돌3이 나타나면서 연오랑을 태우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사람들이 보고 말하기를 이는 범상찮은 인물이다하고 왕으로 삼았다.

세오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괴이하게 여겨 나가서 찾다가

남편이 벗어 놓은 신발5을 보고 역시 바위 위로 올라갔더니

또한 앞서처럼 그를 태우고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이 놀랍고도 이상하여 왕께 아뢰어 바쳤더니

부부가 서로 만나 그녀를 귀비로 삼았다.

 

이때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천문을 맡은 관리가 아뢰기를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나라에 내려와 있었는데,

지금은 일본으로 가버려 이런 괴변이 생겼습니다고 하였다.

왕이 사신을 보내어 두 사람을 데려오라고 하자,

연오는 내가 이 나라에 온 것은 하늘이 시킨 것이다.

지금 어떻게 돌아가리오.

그러나 나의 왕비가 짜놓은 가는 생초 비단이 있으니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 지내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그 생초를 주었다

심부름 갔던 사람이 신라로 돌아와 연유를 아뢰어

그의 말대로 제사를 지냈더니 이후에는 해와 달이 이전과 같았다.

그 생초 비단을 임금의 창고에 간직하여 국보로 삼고, 그 창고를 귀비의 창고라고 불렀다.

하늘에 제사 지낸 곳을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고 불렀다.

 

@연오랑세오녀의 설화는 삼국유사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했을 이야기이고, 설사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읽으면서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떠올릴 정도로

해와 달 설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이기도 하다.

왕비가 손수 생초 비단을 짰다는 대목에서는 직녀가 연상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실린 한 편의 동화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뿐일 것이다.

그러나 짧은 글이지만 분석하고 해체하며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삼국유사를 읽는 또 다른 묘미이다.

아래의 주석은 필자가 참여하는 삼국유사 읽는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하였다.

삼국유사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붙여 본다.

1)아달라왕:

신라 1~7대 왕의 이름은 박혁거세, 남해, 노례, 석탈해, 파사, 지마,

일성이다. 이 가운데에는 혁거세(세상을 밝게 다스리는 이),

탈해(궤를 열고 나온 사람)처럼 순우리말을 한자어로 옮긴 것도 있고,

일성(뛰어난 성인)처럼 유교식 시호를 취한 것도 있다.

8대 왕 아달라는 산스크리트어의 음역처럼 보인다.

5대 왕 파사(婆娑)도 그러한데, 뜻은 분명치 않다.

다만 이때 이미 불교가 들어왔으리라는 한 단서는 된다.

 

2)연오랑세오녀:

부부의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모두 까마귀 오() 자를 쓴 것으로 보아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까마귀가 길조로 받아들여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구려 벽화에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나오는 것을 봐도 분명하다.

벽화에는 태양 속에 삼족오가 들어있는데, 이때 는 태양을 의미한지도 모른다.

이는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가면서 해와 달의 정기가 사라졌다는 설화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3)바윗돌:

일연 스님은 물고기라는 설[一云一魚]도 있다고 보충 설명을 넣었다.

설화라고 하지만 바위가 사람을 태우고 갔다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타고 갔다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긴 것 같다.

예부터 영일만 앞에는 고래가 많이 산다는데 그렇다면 그 물고기는 고래였을까.

 

4)일본:

7세기 들어서야 일본이라는 국호가 등장한다.

이때(서기 157) 열도는 왜 또는 왜국으로 불렸다.

 

5)벗어 놓은 신발:

연오가 바닷말을 따러 들어갈 때 벗어 놓은 신발이겠지만,

옛이야기에서는 부재, 또는 실종의 기표다.

세오는 신발을 보고 남편을 찾으러 동분서주하며 바위에 올랐을 것이다.

 

6)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일식과 월식 현상을 말한다.

그렇지만, 자연현상에 관계없이 고대인들이 빛의 신인 해와 달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보여 주는 기호이기도 하다.

 

7)어찌 돌아가리오:

연오는 신라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일본행이 하늘의 뜻임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귀국하면 일본 왕 자리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다시 어부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오의 말은 천명이 아니라 계급의 이해를 반영한 것이다.

 

8)생초 비단:

생사로 짠 비단으로 이 시기에 이미 양잠 기술이 발전하였음을 말해 준다.

중국 양자강 유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에 비단이 생산되었다고 하니 그리 빠른 것도 아니다.

 

9)영일현 또는 도기야’:

영일현은 지금의 포항시 동해면 지역이다.

영일은 해를 맞이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양주동은 도기야를 순우리말 ‘()돋이의 한자식 표기로 보았다.

현 지명 포항시 동해면 도구리와 포항시 남구 일월동에 그 뜻이 살아 있다.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일연 스님이 박인량의 수이전에 있는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 설화는 해와 달 숭배 사상, 우리 민족의 일본 이주설 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와 같은 담론적인 해석도 좋지만, 읽는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정주 시인이 이를 읽고

신라 사람들은 무엇이든 그들이 하는 일에 하늘의 빛을 섞어 하기를 좋아했다”(신라풍류1’)고 읊었듯이 말이다.

흔히 삼국유사를 일러 상상력의 보고 라고 한다.

그 보물창고에서 지혜와 생각과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하나의 방법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대로 읽는 것이다.

위 주석도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연오랑세오녀 뿐 아니라 삼국유사에 대한 수많은 해석 가운데 정설로 확정된 것은 거의 없다.

최소한 이 책을 읽을 때는 전문가의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개별 독자의 해석과 주석, 역발상이 한데 어우러질 때,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삼국의 역사, 지리, 민속, 언어 등 전체상이 그려지지 않을까.

삼국유사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독자들의 지혜,

즉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

삼국유사 만큼 함께 읽기에 좋은 텍스트는 없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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