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3.세종로라이온스클럽 9월 정기산행(청계산 매봉)
거울을 본 사람들
거울을 본 사람들
@신흠(申欽 1566~1628), 상촌고(象村稿) 현옹자찬(玄翁自贊)
“나 자신이 현옹(玄翁)이라고 하자니 이는 빠지고 머리는 벗어지고
얼굴은 초췌하고 몸은 야위어 지난날의 현옹이 아니고,
현옹이 아니라고 하자니 진흙탕 속에서도 더러워지지 않고
곤경을 겪고 나서 더욱 막힘이 없어져 옛날의 현옹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현옹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현옹이라고 하는 것이 틀린 것인가?
내가 나를 잊고 살았지만 그래도 지난날의 나를 잃지 않았으니,
내가 이른바 옛날의 현옹이 아니라고 했다 해서 어찌 옛날의 현옹이 아니겠는가?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고 만물은 한 마리의 말이다.
사대(四大)가 합쳐졌다 해도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아, 그대 현옹은 하늘의 이치에는 능하고 인간 세상에는 능하지 못한 자인가?
이렇게 된 것이 하늘의 뜻인가, 인간의 뜻인가?
나는 큰 조화 속으로 돌아가련다.”
*사대(四大): 불교에서 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로 보는
흙(地), 물(水), 불(火), 바람(風)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은 거울 속에서 많은 것을 본다.
얼굴에 드러난 세월의 흔적뿐 아니라 그 세월을 살아온 자신의 내면까지도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변하는 것이 나일까, 변하지 않는 것이 나일까?’ 하고 말이다.
@윗글은 상촌이 52세에 거울을 보며 지은 것이다.
현옹(玄翁)은 그의 호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 52세, 쇠하긴 했어도 아주 늙은 것도 아닌데 법망에 걸린 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사판(仕版)에서 삭제되고, 심리(審理)에 부쳐지고, 전리(田里)로 내쫓기고,
멀리 귀양을 왔으니, 한 가지 죄목에 네 가지 형률이 모두 더해진 것이다.
법망에 걸린 것으로도 모자라 또 중상모략까지 당하였다.
아, 그러니 무슨 수로 늙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울을 가져다 스스로를 비춰 보면 딴 사람 같아,
이로 인해 자찬(自贊)하니, 이는 실로 자조하는 것이다”
@상촌 신흠(48세)은 광해군 5년(1613)에 계축옥사(癸丑獄事)가 일어나자,
선조로부터 영창대군(永昌大君) 보필을 부탁받은 유교칠신(遺敎七臣)으로 지목되어 내쫓긴다.
그리고 그 후 다시 논죄되어 춘천으로 유배된다.
이이첨(李爾瞻)이 인목대비(仁穆大妃)의 부친 김제남(金悌男)을 무함하여
화수(禍首)로 몰아세울 때, 그 여파가 상촌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상촌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던 이때 거울 속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세파를 견디느라 모습이 옛날과 많이도 달라졌구나.
그래도 진흙탕 속에서 물들지 않고 너를 지켰으니,
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그리고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키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천지 만물의 근원이 하나임을 알고 있으니,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여전히 삐걱거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찾을 것이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변화 속에서 함께 변하는 가짜 내가 아닌,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참나를 말이다.
우주의 큰 조화 속에 나를 맡기리라.’라고.
@번잡한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생활하던 가수 이효리가 최근 오랜 칩거를 마치고 새 음반을 냈다.
이 중 “변하지 않는 건”이란 노래의 노랫말은 며칠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식빵,
주름을 지운 낯선 모습의 자기 사진을 보며 든 생각을 적은 것이라 한다.
그녀는 그것이 가짜라도 겉으로 번드르르해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현상을
썩지 않는 식빵처럼 이상하고도 위험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생각들을 바꾸어야 변치 않는 소중한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유배를 와서 거울을 본 상촌과
번잡한 서울을 떠나 제주도 대자연 속에서 거울을 바라본 이효리,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성찰하는 시각이 많이 닮아 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도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을 향한 변화의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사가(이효리)
며칠 전 냉장고에서 꺼내 놓은 식빵
여전히 하얗고 보드랍기만 한 식빵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해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해
얼마 전 잡지에서 본 나의 얼굴
여전히 예쁘고 주름 하나 없는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저 이상한 얼굴
변하지 않는 걸 위해 우린 변해야 해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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