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9. 총장단회(5차), 354-D지구 방문
말하는 사람 수고롭고 침묵하는 이 편안하다
말하는 사람 수고롭고 침묵하는 이 편안하다
@장유(張維, 1587~1638) 계곡집(谿谷集) 묵소명(默所銘)
“온갖 묘함이 나오는 근원 침묵만한 것이 없으리로다.
영악한 자 말이 많고 어수룩한 이 침묵한다”
*조선중기 문신 장유는 침묵의 집, 묵소당을 짓고 이 명(銘)을 지었다.
그는 묵소명에 이어 묵소잠(默所箴)을 지어 다시 그 뜻을 나타내고자 했다.
“조급한 자 말이 많고 고요한 이 침묵하며, 말하는 사람 수고롭고 침묵하는 이 편안하네.”
*옛날의 현인들은 이렇듯 말을 삼가고 조심하는 것을 수양의 출발로 삼았다.
공자가 ‘인(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진 이는 그 말을 삼간다고 했던 것”이나
인의 4가지 덕목의 하나로 ‘눌(訥)’을 꼽았던 것도 같은 이치다.
*묵이 그렇고 눌이 그렇고, ‘졸(拙)’ 또한 그러하다.
장유가 벗인 민성휘(閔聖徽)의 별장에 써 준 용졸당기(用拙堂記)에서 졸(拙)에 대해
“사람들이 쓰다고 뱉는 것을 홀로 꿀꺽 삼키고, 사람들이 몰려갈 때 혼자서 등 돌리며,
이익을 좇는 일에는 겁내나 의리를 행함엔 용맹하다”고 한 것에서도
졸을 귀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묵과 눌과 졸을 단지 옛사람들의 덕목으로만 여겨야 할까.
말 잘하는 이들을 높이고 재주를 뽐내는 이들이 대접 받는 현실에서 낡은 것으로 여겨야 할까.
그러나 세태는 바뀌었지만 그 가치는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말이 많고 재주를 과시하는 이들이 많으나 진정한 대화,
속이 견실한 이는 찾기 힘든 이 시대에 이들 덕목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대화는 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에디슨의 말에 빗대자면 대화는 1%의 말과 99%의 침묵으로 이뤄진다.
침묵의 시간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내 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침묵으로 대화는 좀 더 대화다워지고 깊어진다.
말과 재주와 역량을 안으로 쌓고 채울 때,
스스로를 서투른(拙) 이로 내세울 때 안으로 충실해지고 단단해진다.
*묵과 눌과 졸의 역설이 거기에 있다.
이 셋은 소동파가 학문의 방법을 농사 짓는 일에 빗댄 글에서 말한 것처럼
두텁게 쌓아서 얇게 펼치게(후적이박발, 厚積而薄發) 해 준다.
‘해동의 제갈량’이라고까지 불렸던 양성지(梁誠之)나 선비의 기개를 보여준
박상(朴祥)이 모두 눌재(訥齋)라는 호를 썼던 것도,
조선 문학의 사대가(四大家)가 된 장유가 묵으로 말을 삼갔던 것도
넘치는 말과 큰 재주를 안으로 쌓고 다지려 한 게 아니었겠는가.
나아가려면 물러서야 하고 가지려면 놓아야 하듯,
말을 진정 잘하려면 침묵할 줄 알아야 하고
진정 큰 재주를 빛내려면 겉으로는 졸렬한 듯 감춰야 한다.
오늘날 더더욱 필요한 미덕들이다.
Ti-story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조흥식
0204mpcho@naver.com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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