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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빛사랑 조흥식

2022-0505,어버이의 날 아들부부들과 가족 오찬

by 조흥식 2024. 3. 18.

2022-0505,어버이의 날 아들부부들과 가족 오찬(파주 법원리 초리골 초계탕)

닭아 미안해

 

 

 

 

닭아 미안해

@이병연(1671~1751), 사천시초(槎川詩抄) 일찌감치 떠나려다가(早發)

*첫번째

첫닭 울고 둘째 닭 울더니 작은 별, 큰 별 떨어지는데

문을 들락거리며 조금씩 행인은 채비를 하네.

 

*두번째

나그네 새벽 틈타 떠나렸더니 주인은 안된다며 보내질 않네.

채찍 쥐고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니 닭만 괜스레 번거롭게 했구나!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 1671~1751)

본관 한산(韓山), () 일원(一源), 사천(槎川) 호를 썼다.

사천 이병연은 1696년 겨울, 동생 이병성(李秉成 1675~1735)과 함께

석실서원(石室書院)에서 강학을 하면서

농암(農巖), 삼연(三淵)과 사제의 연을 맺게 되었고,

삼연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백악시단을 이끌었던 문인이다.

 

80여 생애동안 3만수가 넘는 창작을 했다고 전해지며,

겸재(謙齋) 정선(鄭敾)과의 친교를 바탕으로 해악전신첩(海岳傳神帖)등과

같은 시화(詩畫) 교섭의 독보적 성취를 이룩하여 당시에

좌사천(左槎川), 우겸재(右謙齋)’로 불릴 만큼 명성이 높았다.

 

*이 작품의 제목은 일찌감치 떠나려다가입니다.

첫번째 수를 먼저 보면, 닭 한 마리가 울더니, 또 한 마리가 따라 웁니다.

그리고 닭 울음에 이끌린 듯 날이 밝아오면서 별들도 빛을 잃고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시어를 반복적으로 구사하여 마치 동요나

동시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시를 멋지게 쓰겠다는 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닭 한 마리, 또 한 마리 울고, 작은 별, 큰 별 떨어지는 새벽에

시인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시인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첫 번째 수에는 제목처럼 조발의 시적 상황이 펼쳐져 있지만,

왜 닭에게 미안한 것인지는 아직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두번째 수를 보겠습니다.

1구를 보면, 나그네는 새벽을 틈타 떠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2구를 보면, 주인은 안된다며 그냥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나그네는 왜 닭이 울기 시작하고,

별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새벽을 틈타 떠나려고 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결국은 주인 몰래 떠나려고 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왜 주인 몰래 떠나려 했고, 주인은 또 왜 그냥 보내지 않는 걸까요?

힌트가 3구에 있습니다. 지편사주인(持鞭謝主人).

시인은 결국 채찍을 쥐고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나게 됩니다.

 

*행간에 감추어져 있던 시적 정황은 이렇습니다.

시인은 나그네로 떠돌던 중, 간밤 어느 집에 하루를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런 나그네에게 주인은 정성과 호의를 다해 편의를 봐주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인 덕분에 시인은 하룻밤을 편히 쉴 수 있었지만,

동이 틀 때까지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이 되면 이모저모 또 주인에게 폐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이 잠들었을 새벽을 틈타 길을 나서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닭이란 놈이 울어대고 주인이 그만 잠에서 깨고 맙니다.

그리고 떠나려던 시인에게 식사도 안 하시고 어딜 가세요,

그렇게는 안 됩니다.’라면서 시인을 붙잡습니다.

결국, 시인은 주인의 호의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식사를 마친 후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신세 많았습니다.’라면서

감사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게 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괜히 부산을 떨어 닭만 잠 못 자게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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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