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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동우회(2014-2015)

2014-동일라이온스클럽 배재홍회장 자녀혼례

by 조흥식 2023. 2. 2.

2014-0712.동일라이온스클럽 배재홍회장 자녀혼례(궁전회관, 미아역)

독서삼매(讀書三昧)

 

 

 

독서삼매(讀書三昧)

@홍우원(洪宇遠 1605~1687)

*밤에 앉아 글을 읽다(夜坐讀書)

차가운 서재에 밤이 고요한데 창 밖에 소복하게 눈이 쌓였네

등잔 하나 서안을 환히 비추니 서안에는 고인의 책이 있구나

고인은 이제 가고 없는데 옛 책이 나를 일깨운다오

처음 읽자 눈이 홀연 열리어 황홀하게 보배를 보는 듯하고

거듭 읽자 마음에 계합하니 아름다운 그 말씀 음미하노라

읽고 또 읽으며 그만두지 않으니 담긴 의리 끝없이 광대하구나

그런데 어찌하여 윤편자는 찌꺼기에 책을 비유하였는지

방자하게 성인 말씀 모독하였으니 혹세무민이 이보다 심한 것 없네

아 나는 몹시도 옛것을 좋아하여 먼 후대에 뜻을 높이 가지노라

노둔한 자질 세상에 쓰이지 못해 초야에 묻혀 살아가고 있지만

방안 가득 천만 권 도서 있으니 하늘이 빌려 주시는 여생 동안

전대의 말씀과 옛 분의 선행을 가슴에 새기고 잊지 않으려 하네

 

어느 깊은 겨울밤, 고요하게 눈이 내린다.

밤이 깊어 고요한 건지, 눈이 내려 고요한 건지 알 수 없다.

창밖을 바라보니 한 자 넘는 눈이 쌓였다.

이런 날은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겨울밤의 정취에 취하는 것이 참 좋다.

서안(書案)을 마주하고 등잔에 불을 켜니 책을 읽을 마음이 절로 난다.

정겨운 등불아래 서책을 펼치니 이제는 가고없는 옛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처음 읽을 때는 보석처럼 찬란하게 다가와 눈이 부시게 하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와 거듭 읽어가는 사이 점점 그 말에 젖어들어

술과 고기보다 좋은 맛과 향이 마음 깊이 전해온다.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읽고 또 읽으면서 전에는 소홀히 지나치고

미처 보지 못했던 의리(義理)를 깨닫고는 그 기쁨에 늙어가는 것도

잊어버린다.

옛날 책을 폄하했던 윤편(輪扁)의 말은 좁은 식견으로 성인을 모독한

것이었거니와 나는 옛것을 좋아하는 성벽(性癖)으로 방안 가득

도서를 쌓아 놓고 남은 생애 하늘이 빌려 주시는 대로 서향(書香)

취해 살다 마치려 한다.”

 

@독서가 바로 삶 자체였던 유자(儒者)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전통 시대 유자는 바로 독서인(讀書人)이었다.

홍우원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살았던 이식(李植 1584~1647)

자제들에게 주는 글(示兒孫等)에서 다음과 같이 독서의 규모를

제시하였는데 이를 통해 당대의 독서 수준을 엿볼 수가 있다.

 

먼저 읽을 책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은 대문(大文 주석을 뺀 원문)을 백번 읽는다.

논어(論語)는 장구(章句 주희의 주석)와 함께 백번까지 숙독(熟讀)한다.

맹자(孟子)는 대문(大文)을 백 번 읽는다.

중용(中庸)과 대학(大學)은 횟수를 세지 않고 조석(朝夕)으로 돌아가며

계속 암송한다.

통감강목(通鑑綱目)과 송문감(宋文鑑)은 선생에게 한번 배운뒤 숙독하고

좋은 글귀가 있으면 한두권 정도 베껴놓고 수십번 읽는다.

 

다음에 읽을 책

주역(周易)의 대문은 먼저 효사(爻辭)를 읽되,

주희의 역학계몽(易學啓蒙)을 함께 읽어 대지(大旨)를 이해하고

점법(占法)을 숙지하며 다른 서적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연구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과 춘추호씨전(春秋胡氏傳)은 두어 번 읽어

큰 뜻을 이해하되,

좌전(左傳)은 베껴서 읽고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은 여력이 있으면 한 번 열람한다.

예기(禮記)는 선생과 강론(講論)한 뒤 좋은 문장이 있는 부분을 베껴서

숙독한다.

의례(儀禮)禮記를 읽을 때 참고하고 따로 숙독하지는 않고,

주례(周禮)는 춘추(春秋)를 읽을 때 역시 참고한다.

소학(小學)은 선생에게 배울 때 한 달에 한 번씩 통독하고 날마다 가슴에

새기고 실천한다.

주자가례(朱子家禮)는 늘 연구하고 실천하며 따로 송독하지는 않는다.

근사록(近思錄), 성리대전(性理大全)성리군서(性理群書), 심경(心經),

이정전서(二程全書), 주자전서(朱子全書)는 매우 중요한 공부로,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 강론하여 체인(體認)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니 궁리공부(窮理工夫)

오직 이 서책들에 달려 있다.

 

@이식이 제출한 독서의 규모는 학문의 길에 이제 막 들어서는

어린 선비들이 밟아야 할 이상적인 공부의 과정을 예시한 것으로,

당대에는 누구나 거쳐야 하는 기본적인 교양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유(韓愈)ㆍ유종원(柳宗元)ㆍ소식(蘇軾)의 글을 비롯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문장, 문선(文選)

사마천(司馬遷)과 반고(班固)의 사서(史書), 순자(荀子)ㆍ한비자(韓非子).

노자(老子)ㆍ장자(莊子)ㆍ열자(列子) 등 제자백가의 글,

초사(楚辭), 이백(李白)ㆍ두보(杜甫)ㆍ한유(韓愈)ㆍ소식(蘇軾)

황정견(黃庭堅) 등의 시,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 역대의 사서(史書),

우리나라 사서(史書) 및 문집(文集) , 경국대전(經國大典),

국조전고(國朝典故) 등을 섭렵하여 안목을 넓혔다.

홍우원이 방안 가득 쌓아 놓은 도서 역시 이러한 동양의 고전(古典)들을

망라한 것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홍우원은 삶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였을까.

 

@참된 삶을 살기 위해 도서에 둘러싸여 여생을 보내고자 하였던

홍우원의 바람에 비추어 보면 부족한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만 많은 책을 읽고 지식을 과시하는 것을 경계하고 책 한 권이라도

깊이 체득하여 실천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환공(桓公)이 당상(堂上)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윤편(輪扁)이 당하(堂下)에서 수레바퀴의 구멍을 뚫다가 도구를 놔두고

앞으로 나아가

공이 읽는 글은 무슨 글입니까?”라고 물으니,

환공이 말하기를

성인의 글이다.”라고 하였다.

윤편이 다시 성인이 살아 있습니까?”라고 묻자,

환공은 이미 죽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윤편이 그러면 공이 읽으시는 것은 고인의 찌꺼기[糟粕]

불과합니다.”라고 하였다.

환공이 내가 글을 읽고 있는데, 수레공 따위가 함부로 말하고 있구나.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으면 모르지만, 이유가 없으면 사형에 처하겠다.”

라고 하였다.

그러자 윤편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제가 하는 일로 관찰해 보겠습니다.

수레바퀴의 구멍을 뚫을 때 구멍이 크면 쑥쑥 잘 들어가지만

견고하지 않고, 구멍이 작으면 껄끄럽고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뚫으려면 마음에 따라 손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는 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술이 그 사이에 있습니다.

제가 제 아들에게 말해 줄 수 없어서 제 아들이 저의 기술을 계승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제가 일흔이 되도록 수레바퀴의 구멍을 뚫고 있는

것입니다.

고인과 고인이 전수하지 못한 것은 이미 상실되어 버렸으니,

그렇다면 공이 읽는 글은 고인의 찌꺼기인 것입니다.”(莊子 天道)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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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