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용문산, 양수리 나들이
제목: 멋이 뭣이 중헌디











제목: 멋이 뭣이 중헌디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연암집(燕巖集)
*공작관문고(孔雀館文稿) 자서(自序)
“코골기가 후후 불을 부는 것도 같기도,
솥의 물이 끓는 것도 같기도,
빈 수레가 덜컥거리는 것 같기도 하며,
들숨일 땐 톱질하는 소리가 나고,
날숨일 땐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나니”
*“이게 박지원 글이라고?
북학파의 핵심이자 명문장가로 손꼽힌다는 고상한 양반?”
이 문장을 읽자마자 내 머리를 스쳐간 생각이다.
이토록 일차원적이고 파격적인 어휘 선택이라니.
옆 사람이 어찌나 심하게 코를 골아댔는지,
그 유명한 박지원도 아주 진절머리가 나 견디지 못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사실 박지원이 코골이 일화를 작성한 의도는 따로 있지만,
그보다는 그가 사용한 원색적인 표현에 관심이 간다.
*많은 이가 글을 쓰고 읽을 때
‘있어 보이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듯하다.
두세 번 곱씹어야 겨우 이해되는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멋’이라 여기며, 그러한 글을 읽고 또한 ‘멋스럽다’고 생각한다.
박지원의 시대에도 이런 자가 많았던 모양이다.
영처고서(嬰處稿序), 초정집서(楚亭集序) 등 그의 주요작품에서 당대인들이
‘이 문장에 있는 것과 비슷한 표현을 쓴 성현의 전례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글의 옳고 그름을 따졌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성현의 전례라 함은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자의 글로,
고상함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수 십 년 동안 이 글, 저 글에서 활용되어
검증된 문장을 의미한다.
즉 이들에 따르면, 근본을 찾아볼 수 없고 우아하지 못한 글은
추한 서민의 것과 같으니, 내용과 상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탈락이다.
*하지만 난해하여 받아들이기 힘들고, 고급스럽지만 어디서 본 듯 지루하여
읽기 싫어지는 글이 정말 좋은 글일까?
나도 멋진 글을 쓰기 위해 누군가의 세련된 표현을 따라 적었던 경험이 많다.
그 글은 나의 글이 아니라 어설픈 짝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이것은 잘 쓴 글이 확실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경험도 많다.
쉽고 기초적인 언어를 썼다며 촌스럽다고 평가했던 그 글은 결코
내가 손가락질하며 놀려댈 글이 아니었다.
*박지원은 진부한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대범하게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글에 녹여내었다.
또한 그는 남의 글을 읽을 때 생소한 표현을 썼다고 해서,
혹은 일상에서 수없이 접하는 속된 말을 적었다고 해서 무작정 비방하지 않았다.
박지원의 이러한 점을 우리 현대인도 당연 본받아야할 것이다.
고급스럽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촌스러우면 어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진솔하고 때로는 발칙하게 드러내보아라.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적은 남의 글을 보고 이건 잘못된 글이라며 속단하지 마라.
Ti-story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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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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