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8.회장동우회 8월 정기산행
*북한산(도선사, 우이동 계곡, 개나리산장)
청규와 위계질서
청규와 위계질서
@금오헌록(金吾憲錄)에 수록된 이의현(李宜鉉, 1777~?)의 글
모든 관사에는 반드시 정해진 규례와 법규가 있어
이를 등록(謄錄)에 실어 후인(後人)에게 전한다.
이것은 근거할 곳이 있게 하여 혹시라도 혼란이 없게 하고자 해서이다.
더욱이 본부(本府)는 변고에 대처하는 중요한 곳으로
평소 기강(紀綱)이 있다는 명성을 지닌 관사임에랴.
내가 본부에 들어온 처음에 본부 안에 있는 청규(廳規)를 열람해보니
상세함과 원칙이 갖춰져 있고 크고 작은 일이 모두 거론되어 있으며
항목을 나누고 조목을 세운 것이 정연하여 볼 만하였다.
그런데 한마디 말로 그것을 요약하면 ‘우위(右位)를 존중’하는 것이었다.
우위를 존중하기 때문에 명령하면 반드시 시행되고,
명령하면 반드시 시행되기 때문에 일이 안정되어 곤란해지지 않게 된다.
이리하여 변고에 대처하는 중요한 곳으로서의 체모를 얻어
기강이 선 관사가 된 것이니, 어찌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기록하여 전하는 것은 비록 국법(國法)을 보조한다고
해도 될 것이니,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의금부에 내규(內規)가 존재했음을 말해주는 글이다.
의금부 도사로 재직했던 이의현(李宜顯)이 1826년(순조26)에 관사 내에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청규(廳規)가 있음을 확인하고 적은 내용이다.
이의현이 무척 자부심을 가지고 적은 글임이 느껴진다.
그가 보았던 그 청규가 아직도 전해진다.
그 자료에는 의금부라는 명칭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
관부의 내부 구조는 어떠했는지,
관원들이 업무를 나누는 방식은 어떠하였으며
선임과 신참의 서열은 어떻게 정했는지,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어떤 처벌이 있었는지,
전임자를 어떻게 우대하였는지 등
의금부 내부에서 수백 년 간 지켜져 온 온갖 규정들이 담겨 있다.
그것이 금오헌록(金吾憲錄)이다.
@의금부 내규집에서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이다.
중앙 관사 중에서도 기강이 센 관사로 자타가 공인하던 관사였으니 만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의 위계질서를 중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의금부는 4명의 당상관과 10명의 당하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상관은 다른 본직을 가진 사람이 겸직으로 맡게 되어 있었으므로,
의금부의 실제 업무는 당하관 즉 금부도사(禁府都事) 10명이 주도하였다.
이들의 서열은 도사(都事)로 임명되어 온 순서에 따라 상위(上位)와 하위(下位)가 정해졌다.
요즘으로 비유하자면, 군대에 입대한 순서로 선임과 졸병이 정해지는 식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많거나 학력이 좋은 자라도 늦게 입대하면
나이 어린 자에게 깍듯이 선임 대우를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의금부에서는 표에 미리 순서를 정해놓고 그 순서에 따라 근무하였다.
의금부의 업무는 본부(本府)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분소(分所)에 해당하는
당직청(當直廳) 업무로 나뉘었는데, 당직청은 본부보다 일이 고되었다.
또 의금부에서는 반역 사건이나 인륜을 어긴 사건 등이 발생하면
국청(鞫廳)이라는 특별재판소를 임시로 열어 재판을 하는데,
여기에 파견되는 일이 무척 힘들어 서로 맡지 않으려 하였다.
규정에 따르면, 새로 온 도사는 이곳 당직청 근무와 국청에 나가는 일에 우선 배정시키게 되어 있다.
간혹 당상관이 미리 정해진 근무 배정표를 무시하고
임의로 특정인을 지목하여 차출하면 그대로 따라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전에 예방 서리가 미리 당상관에게 알려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 시대 관원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느껴지지 않는가?
규율이 유지되려면 당연히 통제 방식이 따라야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규정을 어겼을 경우나 선임에게 건방지게 굴었을 경우에는 본부 안에서 시행하는 처벌 방식이 있었다.
3인의 도사(都事)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벌례(罰例)나 벌직(罰直) 등의 처벌을 결정하였다.
벌례는 벌로 한턱내게 하는 것이고, 벌직(罰直)은 벌로 근무를 더하게 하는 것이다.
@업무 위주로 어떤 관사를 이해하게 되면 그 안에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소속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저들 스스로 정한 규약의 필요성이 무엇이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면 일에 재미가 더해진다.
다행히 아직도 살펴볼 이런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어 이 일을 할 후배들이 할 일은 여전히 많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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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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