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5.세종로라이온스클럽 9월 정기산행(수락산)
이름뿐인 하눌타리
이름뿐인 하눌타리
@장유(張維 1587~1638), 계곡집(谿谷集) 필설(筆說)
오늘날 대부와 사(士)라 하는 자들 치고 아마 이 붓과 닮지 않은 자는 적을 것이다.
몸은 의관을 잘 차려입었으며 말은 조리가 있으며
걸음걸이는 법도에 맞으며 근엄한 얼굴을 의젓하게 하고서 지내니,
그들을 보면 모두가 군자요 바른 선비 같다.
그러나 남이 보지 않는 은밀한 곳에 있거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만나게 되면 뜻을 접고 욕심을 부리니,
마음에 어질지 못하고 행동에 의롭지 못한 자는 모두 이러하다.
대개 겉모습은 빼어나고 번지르르 하지만 그 속은 개털인 것이 이 붓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데,
사람을 관찰하는 자가 자세히 살피지 않고서 겉모습만 보고 속까지 믿어 버린다.
그러므로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옛날부터 붓은 족제비의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 유명하다.
족제비는 한자어로 황서(黃鼠)라 하고 또 서랑(鼠狼)이라고도 하므로
황모필을 낭미필(狼尾筆)이라 부르기도 한다.
“족제비는 꼬리 보고 잡는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꼬리털이 힘 있고
매끄러워 붓을 매기에 더없이 좋은 털이다.
이수광(李睟光)은 황모필을 중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품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꼽았거니와
명나라의 문장가이며 명필로 유명한 주지번(朱之蕃)은
황모필을 사용해 보고는 ‘천하의 제일가는 붓’이라고 하며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황모필이 이렇게 유명하다 보니 글씨를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탐을 냈을 법하다.
장유의 벗인 이생(李生)이라는 분도 글씨 쓰는 것이 취미라
특별히 부탁해서 얻은 황모필 한 자루를 보고 퍽이나 좋아하였다.
그러나 막상 먹을 적셔 글씨를 쓰려니 붓이 힘없이 휘어져 꺾이고 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속을 채운 털은 모두 개털이고
겉에만 족제비의 꼬리털을 살짝 입혀놓은 가짜 황모필이었다.
붓의 이름과 겉모습에 속아 보기 좋게 사기를 당하고 만 것이다.
@이생은 깜짝 놀라 한참을 허탈감에 빠져 있다가
붓 매는 장인의 남을 속이는 기막힌 재주와 가짜를 가려내는 사람이 없어
이렇듯 속임수가 통하는 야박한 세상이 된 것을 한탄하였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어찌 이 붓뿐이랴.
장유는 이생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의 이중성을,
특히 위정자들의 심각한 이중성을 폭로하였다.
뿐만 아니라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네의 얕은 식견에도
일침을 놓았으니, 쪽 빼입은 입성과 거침없는 달변과
점잖은 척 꾸민 태도에 현혹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맹자(이루상 離婁上)에서 인간의 신체 중에 눈동자만큼 진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들어보고 눈동자를 보면 절대 속내를 숨기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지만,
이 관찰법은 제 눈동자가 맑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또한 공자(論語, 위정)는 하는 일을 보고 어떻게 하는지를 살핀 다음
편안하게 하는지 억지로 하는지를 깊게 살피라고 하였는데,
이 방법 역시 오랜 시간을 두고 옆에서 겪어보아야만 가능한 관찰법이다
*지봉유설(芝峯類說) 잡설(雜說)
“우리나라의 토산품으로 중국에는 없는 것이 네 가지가 있으니,
경면지와 황모필과 화문석과 양각삼이다”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설부(說部)
“토끼털은 뻣뻣해서 쉽게 마르고 양털은 부드러워서 쉽게 꺾이니,
모두 우리나라의 황모필만 못하다.
태사 주지번이 내 붓을 써 보고서
‘5일을 썼는데도 닳지 않으니 천하의 제일가는 붓이다.’ 하고는
수천 자루나 되는 붓을 묶어 가지고 갔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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