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장동우회(2014-2015)

2016-0709.회장동우회 7월 정기산행

by 조흥식 2023. 4. 27.

2016-0709.회장동우회 7월 정기산행(수락산역~귀임봉~당고개 삼부자 찌개마을)

조선시대 재이론(災異論)自然法적 성격

 

 

 

 

 

조선시대 재이론(災異論)自然法적 성격

@중종실록(中宗實錄) 4

정광필(鄭光弼)이 참찬(參贊)으로서 반열(班列)에 있었는데 재상이 농담삼아 그에게 말하기를,

하늘에 우레가 있는 것은 마치 사람의 배가 울리는 것과 같아서

스스로 울다가 스스로 그칠 것이니 사람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 우레가 울리는 것을 나라가 어찌하겠는가.” 하니,

정광필이 웃으며 천천히 이르기를 배가 병이 나면 우는 것이지만 배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아니하여

병이 생기게 한 것은 사람이니 사람에게 어찌 책임이 없겠는가.’라 하였다

 

@우레라는 자연 현상을 병에 비유하여 나눈 대화이다.

여기서 재이(災異)에 대한 두 관점,

즉 우레는 하늘의 법칙으로 사람과는 관계없다는 시각과 재이의 원인에서

사람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재이는 하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진다.

동양의 천()에 대한 인식은

첫째, 견책(譴責)의 기능을 가진 천,

둘째, 인사(人事)와 구분된 자연법칙적 천,

셋째 천즉리(天卽理), 성즉리(性卽理)라는 고차적인 이론탐구로서의 천이라는 세 개의 흐름이 있다.

 

@견책의 기능을 가진 천은 한()나라 동중서(董仲舒) 이래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로 구체화되는데

人事가 잘못되면 하늘이 재이를 통해 견책과 경고를 나타낸다고 보았다.

이와는 반대로 천은 인사와 전혀 관계없는 자연법칙적 천이라는 인식 또한 한 축을 이룬다.

대표적으로 순자(苟子)는 천사(天事)와 인사를 구분하고 인간의 독립성,

자주성, 의지를 강조하며 운명론의 극복을 주장하였다.

은 맥락에서 유종원(柳宗元), 왕충(王充), 왕안석(王安石) 등은

늘을 자연 현상의 하나로 이해하고 재이론을 부정하였으며,

우석(劉禹錫)은 사람이 하늘을 이길 수 있는 경우는 의 시행을 통해서라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천에 대한 이해는 조선도 다르지 않았는데,

선은 특히 이기론(理氣論)의 탐구가 깊어 천에 대한 인식은 우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발전을 보인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유의미한 천은 천인합일의 천이었고 해석은 매우 의도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 학자나 관료들이 하늘을 과학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종대 천체에 대한 인식은 일정 수준에 다다랐고, 세기 이후 천체물리학적 고찰에 따라

이는 천의 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써,

사와는 무관한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천체현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내내 천인감응설의 천은 정치적 통치의 기준으로서

옳고 그름,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자연법으로서의 천이었다. 동양에 있어서 연법은 인간 불변의 본성에 의해 자연의 섭리를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나 예() 등 유교적 개념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정법 위에 존재하는 초월적 질서, 규범적이고 도덕적이며

실정법의 평가 기준이 되는 자연법은 곧 천()이었다.

하늘을 ()’로서, 인격성이 제거된스스로 그렇게 움직이는 자연의 원리로 이해하는 천리론적 해석이 사상,

철학계에서는 지배적이지만 다른 한편 정치적 기능으로서의 천,

곧 천명론(天命論)은 조선의 전 시대에 걸쳐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천명론에서 군주는 어떤 지위를 가지는 것일까.

 

@자연 상태에서 개인이 가지는 자기 보전의 자유가 자연권이며

자연 상태에서 초래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피하기 위해

사회계약이 탄생하고 주권자에게 자연권을 양도, 포기함으로써

평화를 추구한다는 홉스(Hobbes)의 견해나, 인간은 자유권, 평등권,

생존권, 독립권, 행복추구권 등의 자연권을 가지는데

이를 계약에 의해 국가로 이양하고 대신 시민적 자유를 가진다는

루소(Rousseau)의 자연법에 대한 근대적 해석에서 본다면,

서구의 군주권은 계약을 통해 부여받은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것이다.

이에 비해 동양의 군주권은 하늘에서 부여받은 것인데,

만인의 행복을 위해 부여된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정당하다.

군주는 이를 올바르게 수행할 의무가, 관료들은 군주와 함께

천의 정의를 함께 실현해 나가는 의무와 왕의 권력 남용이나

파행적 행사를 차단하고 제압해야 하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하늘은 이를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인이 행복하지 못하고, 군주가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못하며,

신하들이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면 하늘은 무엇으로써 경고할까.

 

@천인감응설은 민의 원망이 성변(星變), 천재(天災) 등 천의 재이로 반영된다는 논리이다.

우레, 지진, 흙비, 서리, 흉년, 기근, 가뭄, 황충(메뚜기), 햇무리, 유성,

혜성, 흰무지개, 제 철답지 않은 날씨 등은 실록에 늘 재이로 기록되고,

폭우나 심지어 민간에 와전되어 떠도는 말도 재이로 보았다.

특히 조선, 중 후기인 1500년부터 1750년까지는 소빙기로서

자연재해가 극심하였으므로 재이에 대한 체감은 특별했을 것이다.

당시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소빙기의 이상 현상을 겪으며

서양은 자연과학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았고,

동양, 특히 조선은 민생과 연결시키는 정치적 해석을 강화하며

천명(天命)이나 민본(民本)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았다.

 

@재이가 발생하면 왕은 재이의 책임을 자신에게 구하여 수성(修省)하고

음식의 가지 수를 줄이며[減膳], 노래, , 음악 등을 철폐한다[撤樂]

근신의 차원에서 정전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避殿],

직언을 구하는 분부를 내린다[求言].

대신들도 책임을 같이하며 면책을 청하고, 소결(疏決), 사면(赦免), 인재를 등용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상투적이고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보다 중요한 응천지실(應天之實)의 대책은 바로 민생문제, 현실 정치 점검이었다.

재이를 음양의 조화가 깨어진 것으로 보고 재이의 한 현상에 대해 양기로 또는 음기로 적절히 해석한다.

당시 너무나 흔했던 가뭄을 음기로 해석하면서 궁녀의 감원을 추진하기도 하고,

동전유통 금지책이 시행되던 영조 때에는 반대로 양기로 해석하면서

풀무, 화로를 문제 삼아 주전(鑄錢) 금지의 정당성을 확보하였으며,

지나친 토목 공사를 제재하는 근거로 삼았다.

지진은 음의 상징으로 보고 책비(冊妃) 문제로 연결시키며 혼례문제의 신중함을 논의하였고,

대동법 시행 논의나 외척 세력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재이는 곧 현실정치에 대한 반성, 실정법에 대한 판단,

법시행이나 폐지에 힘을 실어주는 자연법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재해가 극심했던 17세기가 지나 18, 19세기가 되면서

자연재해의 빈도가 줄어들고 왕권도 강화되면서 재이론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평 조상행(趙尙行)이 가뭄을 들어 주전(鑄錢)을 반대하자 영조는

그 논리를 한유(漢儒)에게서 배운 것이냐며 못마땅해 하였다.

그러나 영조 51, 월식은 재이가 아니라 했다는 이유로 도승지 정광한을 파직하였다

집권 말기까지도 재이론의 기능에 대해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우정자(右正字) 허종(許琮)이 상소하기를,

일식과 월식은 역가(曆家)의 정수(定數)입니다.

그런데도 재이(災異)에다 나열하는 것은,

대개 임금이 법으로 삼아야 할 곳도 하늘이고 두려워해야 할 곳도 하늘이니,

상수(常數)라고 하여 소홀히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하였다

 

@교리 엄인(嚴璘)이 말하기를,

오늘의 뇌성(雷聲)은 비록 재이(災異)라고 곧바로 말 할 수는 없으나

군신 상하가 재이라고 인정하고 힘써 수신 성찰(修身省察)의 도리를

다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실제적인 정사를 행한다면 바야흐로 나라에 그 효험이 있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자연 법칙임을 모르지 않고, 재이라고 할 수 없으나

재이라고 인정하는 것, 그것을 거울삼아 현실 정치를 되돌아보는 것,

여기에 조선시대 재이론의 정치적 역할과 임무가 있다.

얼마 전 토성의 위성에서 물이 발견되어 생명체 발견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다.

나사의 화성 정찰위성이 촬영한 메사(mesa) 사진을 통해 화성의 모습도 살필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인간이 가지는 의문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과학을 통해 밝혀지는 하늘과 우주는 갈수록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곧 민심이라는,

인사와 천사는 밀접하다는 2천 년 간 계속되어 온 믿음은 여전히 의미 있어 보인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