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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동우회(2014-2015)

2016-1005.회장동우회 월례회

by 조흥식 2023. 5. 3.

2016-1005.회장동우회 월례회(청담동 생생일품두부)

退溪의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退溪의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학봉 김성일(金誠一 1538~1593) 학봉집(鶴峯集)

퇴계선생언행록(退溪先生言行錄)”

선생은 50세가 될 때까지도 집이 없었다.

처음에는 하봉(霞峯)에 터를 잡고, 중간에 죽곡(竹谷)으로 옮겼다가, 마침내 퇴계(退溪) 가에 자리를 잡았다.

집 서쪽 시내 앞에 정사(精舍)를 짓고 한서(寒棲)’라 이름하였고,

샘물을 끌어다 못을 만들고 광영(光影)’이라 이름하였다.

그리고 매화와 버들을 심고 세 갈래로 길을 내었다.

 

앞에는 탄금석(彈琴石)이 있고, 동쪽에는 고등암(古藤巖)이 있는데, 시내와 산이 아름다워 마치 딴 세상 같았다.

병진년(1556, 명종 11)에 내가 처음으로 그곳에 가서 절하고 뵈었는데,

선생께서 주위에 책을 두고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 계신 모습이 그대로 홀연히 생을 마칠 듯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벼슬한 사람인 줄도 몰랐다.

 

@근래에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우리 삶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삶의 방식을 단순화했을 때 삶의 본질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문화 흐름이다.

넘쳐나는 물건에, 밀려드는 일에, 원치 않는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이제 자신의 삶과 생활 방식을 되돌아보고 생활을 단순하게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 채우기 위해 살아온 삶이 오히려 마음의 공허함을

불러온다는 것을 느낀 사람들이 이제는 비움으로써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고 많은 사람과 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이 꽤 현대적이고 이국적인 풍조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통속에는 선조들이 살아온 단출한 생활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이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수학하며

스승의 언행을 살피고 남긴 퇴계언행록(退溪言行錄)을 통해

퇴계의 정제된 생활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선생은 성품상 환하게 툭 터진 것을 좋아하고 덮거나 가려지는 것을

싫어하시어 나무 같은 것들도 반드시 모두 솎아 내고 베어 내게 하여 앞을 가리지 않도록 하였다.”

선생께서는 본디 검소함을 숭상하여 질그릇에 세수하고,

부들자리에 앉았으며, 베옷에 끈으로 된 띠를 묶고 칡을 엮어 만든

신발을 신고 대지팡이를 짚는 식으로 담박하게 지냈다.

시냇가의 집이라야 겨우 십여 가()로 된 작은 규모였다.

 

혹한과 장맛비는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것인데도, 선생은 여유롭게 지내셨다.

영천 군수(永川郡守) 허시(許時)가 가서 찾아뵙고는 몹시 놀라면서 여쭈었다.”

이렇게 좁고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견디십니까?”

그러자 선생께서는 천천히 말씀하셨다.

익숙해진 지 오래라 불편한 걸 못 느낀다.”

거처는 항상 정돈되어 있고 고요하였으며, 궤안은 늘 깔끔했다.

벽에는 책이 가득하였으나 늘 가지런하고 어질러진 적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서는 반드시 향을 피우고 정좌하였으며,

종일토록 책을 읽으며 나태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퇴계 선생은 사는 곳과 입는 것만 소박하고 정갈한 것이 아니었다.

식생활도 늘 소박한 음식을 즐겼는데, 스스로 나는 정말 박복한 사람인가 보다.

맛 좋은 음식을 먹으면 기가 꽉 막혀 체한 것 같아,

반드시 쓰고 담박한 음식을 먹어야 장과 위가 편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맛 좋은 음식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 섭생을 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소박한 식생활은 손님이 찾아왔다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집안 형편에 맞추어서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손님을 대접했고,

찾아오는 사람이 누구든 평소 드시던 음식을 나누며 자신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내보였다.

 

@퇴계 선생은 작은 집, 단출한 살림, 소박한 식생활은 선생의 인품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선생께서는 이미 지극히 덕성을 함양하였기에 일을 여유롭게 처리하였다.

아무리 급박한 경우에 처해서도 정신이 한가하고 뜻이 안정되어 정신없이 서두르는 모습이 없었다.”

선생께서는 온후하고 선량하고 공손하고 신중하며, 단정하고 자상하고 느긋하고 편안하여,

몸에 거칠고 태만한 모습이나 분개하고 증오하는 기운을 지닌 적이 없었다.

바라보면 엄숙하여 존경할 만한 법도가 있었고, 대해 보면 따스하여 사랑을 느낄 만한 포용력이 있었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아무리 별것 아닌 말이라도 반드시 잠시 생각한 뒤에 대답하였으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한 적이 없었다.”

 

@퇴계 선생은 의식주가 정리된 단출한 생활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그리고 이런 여유 속에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었다.

이런 여유가 있었기에 맑은 정신으로 이치를 분명하게 가리고 의리를 정밀하게 따질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빈틈을 내는 것이 삶에 숨통을 틔우는 일이 될수도 있다는생각을 하며,

나는 요즘 몇 년간 쟁여 두었던 이런저런 짐들을 꺼내 정리하고 있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