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장동우회(2014-2015)

2019-0407. 회장동우회 칭타오(중국) 워크숍 3일차

by 조흥식 2023. 10. 2.

2019-0407. 회장동우회 칭타오(중국) 워크숍 3일차(4,5,~4,7,)

*루방독일풍 거리, 짝퉁시장, 쇼핑, 피차위엔

*나는 구름이고 싶다

 

 

 

 

나는 구름이고 싶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 東國李相國集 백운거사어록(白雲居士語錄)

대개 구름이라는 것은 뭉게뭉게 피어나 한가롭게 떠다니지.

산에도 머물지 않고 하늘에도 매이지 않으며 동서(東西)로 떠다니며 그 자취가 구애받는 곳이 없네.

잠깐 사이에 변화하니 처음과 끝을 헤아릴 수 없지.

뭉게뭉게 성대하게 퍼져나가는 모양은 군자가 세상에 나가는 것 같고

슬며시 걷히는 모습은 고결한 선비가 은둔하는 것 같네.

비를 내려 가뭄을 소생시키니 어짊이요,

왔다가는 머물지 않고 떠날 때는 연연해 않으니 통달한 것이네.

색이 푸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검은 것은 구름의 본래 색이 아니네.

오직 아무런 색깔 없이 흰 것이 구름의 정상적인 색이지.

덕이 이미 저와 같고 색이 또한 이와 같으니,

만약 구름을 사모하여 배운다면 세상에 나가서는 만물에 은택을 주고

집에 머무를 때는 마음을 비워, 그 하얀 깨끗함을 지키고 그 정상에 거하겠지.

그리하여 아무 소리도 없고 색도 없는 절대 자유의 세계[無何有之鄕]

들어가면 구름이 나인지 내가 구름인지 알 수 없을 것이네.

이와 같다면 옛사람이 얻고자 했던 실제와 가깝지 않겠는가?”

 

인생은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작은 일조차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잘하고 싶지만 실수가 따르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갈등이 생긴다.

좋은사람도 부딪히면 실망을 주고 가까운 사람이 오히려 큰 상처를 준다.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고, 떠나고 싶다고 떠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어찌할까? 자유롭게 떠다니는 구름이고 싶다.

 

 

@백운거사 이규보는 구름이고 싶었던 사람이다.

자는 춘경(春卿), 어릴 적 이름은 인저(仁底)이다.

태어난 지 2년 뒤에 무신의 난이 일어났다.

집안은 한미했으나 그 또한 유학자였기에 무신들이 권력을 잡은 상황은 훗날 그에게 스산한 삶을 안겨주었다.

그는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났기에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책임감을안고 열심히 과거를 준비했다.

아홉 살 때 시를 지을 정도로 신동으로 알려졌건만 연거푸 과거 시험에 떨어졌다.

 

 

@스물두 살이던 어느 날 그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검은 베옷을 입은 촌로(村老)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가만히 살피니 별자리의 정령들인 28(宿)였다.

올해 과거에 합격할 수 있는지를 묻자 문예를 담당하는 규성(奎星)말했다.

 

자네는 꼭 장원급제할 것이네. 이는 천기(天機)니 누설하지 말게.”

그리하여 그는 규성을 맡은 노인이 알려주었다 하여

이름을 규보(奎報)로 바꾸고 과거에 응시, 일등으로 급제했다.

실로 34기 끝의 결실이었다.

 

 

@그는 앞길이 활짝 열릴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무신들이 권력을 잡고 있던 상황이라 문인이 참여할 기회가 적었다.

식량이 떨어져 끼니를 잇지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주눅 들지 않고 즐겁게 살려고 했다.

술을 엄청 좋아해서 누군가 부르면 달려나갔다가 잔뜩 취해서 돌아오곤 했다.

시와 거문고, 술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스스로를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자처할 정도였다.

그는 기분파였고 즉흥적으로 행동했다.

거침없는 성격은 주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

벼슬길은 열리지 않았고 가난한 생활은 계속되었다.

게다가 스물네 살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답답해진 그는 개성 북쪽에 있는 천마산으로 들어갔다.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삐져나오는 바람, 높은 산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연은 그에게 바람과 같이, 구름과 같이 살아가라고 권하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구름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호를 백운거사(白雲居士)라 지었다.

이름이 온전한 의미를 드러내 주지는 못하는 법, 누군가 물었다.

자네는 속세를 벗어나 푸른 산에 들어가 흰 구름 속에 누우려는 건가?

어째서 그런 호를 지었는가?”

 

위의 글은 이에 대한 이규보의 대답이다.

구름은 자유롭다. 뭉게뭉게 피어올라 자유자재로 떠다닌다.

높은 나무도 높은 산도 구름이 가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 동서남북 어디든 훨훨 떠다닌다.

비울수록 높이 떠올라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유유자적 떠간다.

또 구름은 순수하다. 구름의 본래 빛깔은 희디희다.

상황에 따라 푸르렀다 검었다 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빛깔만을 한결같이 간직한다.

억지를 부리지 않으며 순리를 따라 흘러간다.

거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산들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상황에

몸을 맡기고 떠간다. 또 구름은 생명을 살린다.

만물에 차별 없이 비를 내려주고 자신은 온전히 비운다.

무엇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빛깔도 없는 텅 빈 세계로 사라진다.

 

 

@보장할 수 없는 막연한 미래,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

나의 행동을 욕하는 사람들,

이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나 그는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이 평등한 차별 없는 세상을 소망했고,

약자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좋은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그는 이 모든 소망을 자신의 호()에 담았다.

하지만 삶이란 늘 그렇듯이 기대는 현실과 어긋난다.

이후의 삶이 그의 바람대로 나아간 것 같지는 않다.

서른두 살에 비로소 벼슬살이를 시작했고 낮은 관직을 전전하다가

노년에 이르러 그의 능력을 펼치며 높은 벼슬살이를 했다.

그러나 무신 정권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삶의 처신에 대한 분분한 논란을 일으켰다.

어지럽고 혼란한 시대에,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곳에 몸을 두는 삶을

살아가야 했던 그였기에 백운(白雲)의 소망은 항상 간절한 꿈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그 꿈은 그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문학으로 실현되어 갔다.

그는 당시의 규범이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사상을 두루 포용하여 자유로운 정신으로 나아갔다.

만물(萬物)은 모두 똑같다[一類]’는 생각 아래 생명의 연약함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고통받는 백성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며 이들의 괴로움을 형상화했다.

심지어 쥐, ..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미물들도 소중한 존재로 그려냈다.

만물에 은택을 내리고 연약한 생명을 살리는 좋은 글쟁이로 살아갔다.

그는 문학의 공간에선 구름이었다.

 

 

@이규보가 남긴 시(쥐를 놓아주며 放鼠)

사람은 하늘이 낸 물건을 훔치고, 너는 사람이 훔친 걸 훔친다.

  똑같이 먹고 살려 하는 일이니, 어찌 너만 벌을 주겠니?”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Ti-story "늘빛사랑 조흥식"

daum blog "늘빛사랑 조흥식"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