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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회(2016-2017 지역부총재 동기회)

2019-1026. 일백회 워크숍 및 제11차 정기회의

by 조흥식 2023. 11. 21.

2019-1026. 일백회 워크숍 및 제11차 정기회의(10,26~10,27 보령,서천)

허백정(虛白亭)과 장자(홍귀달,성현)

 

 

 

 

허백정(虛白亭)과 장자(홍귀달,성현)

@허백정(虛白亭), 텅빈 마음에 빛이 생기나니...

아침 햇살이 작은 창에 비쳐들면 어둑하던 방 안이 밝아지면서

환한 빛줄기 속에 부유(浮遊)하는 먼지들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는 숨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마음도 지혜의 밝은 빛이 비추지 않으면 어두컴컴한 무지 속에

탐욕과 아집이 도둑처럼 숨어 살아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내면은 보지 못하고 바깥세상만 보는 사람들은

마음을 헐떡이며 한사코 세상을 원망하여 스스로 불행해지고 만다.

조선시대 홍귀달(洪貴達)은 남산 기슭에 단칸의 작은 초옥(草屋),

허백정(虛白亭)을 짓고 살면서 텅빈마음을 길상(吉祥)한 빛으로 채웠다

 

@허백정은 나의 벗 홍겸선(洪兼善)이 지은 정자이다.

어찌하여 허백(虛白)이란 편액을 걸었는가?”

장자(莊子)의 말을 취한 것이다.”

우리 유가(儒家)의 말을 취하지 않고

허황한 노장(老莊)의 말을 취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허령(虛靈)하여 어둡지 않아서 모든 이치를 다 갖춘다는 것과

방 안이 텅 비어 환한 빛이 생기면 길상(吉祥)이 와서 모인다는 것은

말은 비록 달라도 뜻은 같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밝다 하지 않고 환하다 하였는가?”

텅 비면 빛나고 빛나면 밝음이 생기니,

밝음과 환함은 같은데, 환함은 밝음의 극치이다.”

방 안이 텅 비어 환하다는 의미를 정자에다 써도 되는가?”

정자는 남산 기슭, 높은 솔숲 위에 걸터앉아 있어,

북쪽으로 성곽을 바라보면 저자거리가 눈 아래 다 모여들고

동쪽으로 교외를 바라보면 수십 리 들판이 아득히 펼쳐져 있다.

그 지세는 높고 넓으며 전망이 끝없이 틔었으니,

허백이란 이름을 붙여도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하지 않은가?

저 창살 사이로 빛이 들어와서 고요하고 밝으며

티끌과 먼지가 머물지 않아,

외물(外物)이 나를 귀찮게 하지 못하는것은 방 안이 비고 밝은 것이요,

하늘의 빛은 아래로 비치고, 땅의 기운은 위로 솟아올라

한밤중에 맑은 이슬로 엉겨 이른 아침에 구름도 아니고

안개도 아니면서 흐릿한 공기중에 떠서 움직이는 것은

정자가 텅 비어 환한 것이다.

나의 마음이 텅 비어 환할수 있다면 방에 있건 정자에 있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물었다.

정자가 텅 비어 환한것은 참으로 좋고 그대가 찬양한것도 옳다.

그러나 이른 아침 흐릿한 공기가 열려 해가 솟고 구름이 개면

아지랑이, 먼지와 같이 생물이 숨으로 불어 만드는 것이

가득 몰려와 일일이 응접할 겨를이 없을 터이니, 마음이 밖으로 치달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구속하게 되지 않을 수 있겠소?”

아니오. 내 마음이 본래 텅 비어 있음에 만상(萬象) 또한

이 텅빈 가운데 포함되어 참된 본체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않습니다.

()는 텅빈 곳에 모이니,

텅 비면서 가득차고 가득차고도 실()하면,

나의 마음이 곧 천지의 조화와 하나로 어우러진다오.

그렇게 되면 그 텅 빔은 한갓 텅 비고 마는 게 아니고

그 환함은 한갓 환하고 마는 게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천지가 만물을 화육(化育)하는 데에도 참여할 수 있을것이오.”

 

옛날에 춘추시대 비심(裨諶)은 야외에서 생각하면

좋은 계책이 잘 떠오르고 ,도회에서는 그렇지 못하였다.

지금 군()이 정자에 있으면 육감(六鑑)6) 때문에 혼란하지 않고

공무때문에 번민하지 않아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하고 평안하고

깊어져서 그칠 곳을 알수있을 것이다.

정심(正心)하고 修身하여 齊家, 治國, 平天下까지도 미칠수 있을 터이니,

명덕(明德)의 길상(吉祥)이 됨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정자는 어찌 한갓 술을 마시며

웃고 얘기하는 곳일 뿐이겠으며,

책을 읽고 시를 읊는 곳일 뿐이겠는가!

허백을 잘 지켜서 마침내 군자의 큰일을 이루는 데까지

이를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경숙은 기문을 쓰노라.

 

@홍귀달(洪貴達 1438~1504)에게 허백정(虛白亭)정자에 써준 글이다

친구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1504)名詩이다

홍귀달의 자는 겸선(兼善), 호는 허백정(虛白亭) 또는 함허정(涵虛亭)

경숙(磬叔)은 성현의 . 두 사람이 허백을 당호(堂號)로 썼으니,

허백의 뜻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만하다.

이 글은 대부분이 문답체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허백(虛白)莊子에 나온 말로 마음을 텅 비우고

무위(無爲)의 삶을 살겠다는 뜻이 들어있다.

그런데 朱子大學에서 명덕(明德)을 마음의 밝은 본체로 보고

허령하여 어둡지 않아서 모든 이치를 다 갖추고서 만사에 응한다.”

정의한 것과 같은 뜻으로 보고,

大學의 지어지선(止於至善), 또는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中庸의 화육(化育)에까지 연결한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당시 홍귀달이 병조참판으로 벼슬길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고,

또한 퇴계(退溪)에 의해 주자학(朱子學)이 토착화되기 이전에는

이와 같이 선비들이 노장(老莊)과 유가(儒家)의 경계선을 분명히

긋지 않고 은일(隱逸)한 삶을 즐기는 경향이 많았다.

 

@성종(成宗)시절, 한양 남산에

허백당이란 999칸 거대한 집이 있다는 풍문이 팔도에 퍼졌다.

민가는 100칸을 넘을 수 없는 법이거늘 999칸이라니.

상경하는 서생들은 그 집을 찾아 남산을 헤매다가

단칸의 허름한 초옥(草屋)인 허백정을 보고, 큰 감명을 받고 갔는데,

허백정 주인 홍귀달이 이 집에 누우면 999칸의 사색을 하고도

공간이 남는다고 했던 말 때문에 생겨난 소문이었다고 한다.

사방이 겨우 두어 장()에 불과한 혼자 거처하기에도 좁은 단칸집

빗소리 솔바람조차도 시끄러운 게 싫어라. 山雨松風亦厭喧라는

시구를 읊으며 무욕(無慾)의 고요한 삼매(三昧) 속에 노닐었다.

그는 높은 벼슬아치로 있을때에도 퇴근하면

수수한 선비차림으로 허백정에 들어가 세상속에서 세상을 잊고살았다

때로 벗들이 찾아오면 술을 마시고 시를 읊으며 유유자적하였으니,

참으로 청한(淸閑)한 유선(儒仙)의 삶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참고문헌

1.莊子, 양생주(養生主): 瞻彼闋者, 虛室生白, 吉祥止止

저 방의 빈틈을 보건대 거기로부터 빛이 들어와

빈 방이 환해지니 길상(吉祥)이 모인다.

 

2.大學章句: 明德者, 人之所得乎天而虛靈不昧以具衆理而應萬事者也

허령(虛靈)하여갖춘다

朱子는 명덕(明德)을 마음의 밝은 본체로 보고

명덕은 사람이 하늘로부터 얻어서 허령하여 어둡지 않아서

뭇 이치를 갖추고서 만사에 응하는 것이다.

 

3.莊子, 소요유(逍遙游): 野馬也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

아지랑이와 먼지는 생물이 서로 숨을 불어주는 것이다.

 

4.中庸章句: 惟天下至誠, 爲能盡其性. 能盡其性, 則能盡人之性;

能盡人之性, 則能盡物之性; 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可以贊天地之化育, 則可以與天地參矣 천지가있을

오직 천하에 지극히 성실한 이라야 자기 성품을 다할 수 있으니,

자기 성품을 다하면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할 것이요,

사람의 성품을 다하면 물()의 성품을 다할 것이요,

물의 성품을 다하면 천지(天地)의 화육(化育)을 도울 것이요,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천지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5.左傳 襄公(31): 비심(裨諶)못하였다

비심은 춘추시대 나라 大夫인데 계획을 잘 세웠다.

그런데 그는 사람이 없는 야외에 나가면 좋은 계책이 생각나고,

도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재상인 정자산(鄭子産)이 중대한 일이 있으면

그에게 수레를 타고 야외에 가서 계책을 생각하게 했다고 한다.

 

6.육감(六鑑): (), (), (), (), (), ()

여섯 감각 기관의 작용을 비추어 본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마음과 감각기관이 외물(外物)을 응접하는 것을 뜻한다.

 

7. 大學: 知止而後有定; 定而後能靜, 靜而後能安, 安而後能慮

안정되고깊어져서

마음이 그칠 데를 안 뒤에 안정되고, 안정된 뒤에 고요해지고,

고요해진 뒤에 평안해지고, 평안해진 뒤에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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