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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빛사랑 조흥식

2019-1217.사패산(도봉산)

by 조흥식 2023. 11. 22.

2019-1217.사패산(도봉산)

부모의 마음(아들에게 교육)

 

 

 

 

 

부모의 마음(아들에게 교육)

@박남수(朴南壽 1758~1787)제현현호일유부(齊賢懸弧日有賦) 수우전집(修隅前集)

득남을 기념하여 탕병객을 초청하니,

모두들 기뻐하며 농장시를 지어 주네

복잡한 혼인절차 그 신고를 감내하고,

한번 꿈에 사내아이 다행하고 기특해라

소동파의 말과 같길 간절히 바라노니

소강절의 만년 자식과 무엇이 다르리오

논어의 성인 말씀 천고에 전해지니

이름은 제현이요 자는 사로 지어보네

 

*박남수는 아들을 낳은 기념으로 손님을 초대하고 지은 시이다.

원제의 현호일(縣弧日)은 생일을 뜻하는 말로

예기(禮記)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문 왼쪽에 활을 걸어둔다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저자 박남수(朴南壽)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본관이 반남(潘南)이고 자는 산여(山如)이며 26세에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남공철(南公轍 1760~1840)이 쓴 박산여묘지명(朴山如墓誌銘)을 보면

그의 성격과 문장관 등을 다소간 짐작해 볼 수 있고,

그의 집안 가계를 살펴보면 부친은 사간원 정언을 지낸 상면(相冕)이고

조부는 대사헌을 지낸 도원(道源)이며,

그 선대로 박미(朴瀰)와 박동량(朴東亮)에 거슬러 올라가는 등

대대로 벼슬과 문한이 있던 집안임을 알 수 있다.

 

*시 자체로도 좋지만 자료적 활용가치가 높다.

우선 탕병회(湯餠會) 풍속을 알 수가 있고

또 소동파와 소강절의 시까지 풍성하게 음미하여

자식에게 거는 옛 부모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탕병(湯餠)은 문헌에 의하면

아이를 낳은 지 3일째 되는 날에 먹는 떡국을 말하는데,

그 모임을 탕병회(湯餠會)라고 하고 초대 손님을 탕병객(湯餠客)이라 한다.

 

농장시(弄璋詩)는 사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를 말하는데,

구슬을 가지고 논다는 농장(弄璋)이라는 말은

詩經 소아(小雅) 사간(斯干), ‘사내아이를 낳아서 침상 위에 재우고

치마를 입히며 구슬을 갖고 놀게 한다(載弄之璋)’에서 유래하였다.

 

웅비(熊羆)라는 말은 꿈에 곰을 본 것은 남자를 낳을 상서이다

.維熊維羆, 男子之祥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빙초(娉醮)는 구혼(求婚)과 초례(醮禮)를 말하고,

삼행(三行)은 친영(親迎)한 뒤 신랑이 신부 집에 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친영 이후에 차례로 재행(再行), 삼행(三行)이라 한다.

 

*박남수는 일찍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박남수는 3번 장가들어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이 시는 아무래도 그 때 지어진 듯하다.

이 시에서 언급한 소동파와 소강절은 모두 자식이 태어났을 때 시를 지었다. 소동파의 아이가 태어난 날에 장난삼아 짓다, 洗兒戲作의 시를 먼저 본다.

 

남들은 모두 자식 낳아 총명하길 바라지만

나는 총명 때문에 일생을 망쳤구나

그저 내 아이는 어리석고 노둔하여

재앙이나 난관 없이 공경에 이르기를

 

*재능에 비해 관로가 평탄하지 못했던 울울한 심사를 투영하고는 있지만

자식에게 바라는 마음은 솔직히 표현되어 있다.

앞의 두 구로 보면 그저 탈 없이 평범하게 살아다오, 이렇게 해야 할 텐데,

탈도 없이 자라고 벼슬도 했으면 좋겠다는 다소 과한 우리네 부모들이

가지는 희망적인 정서와 다름이 없다.

이 시를 보기에 따라서는 자신은 우직하지만 지금 공경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무사안일에 빠져있다는 풍자로도 읽힌다.

 

소식연보(蘇軾年譜)와 저자가 쓴 시에 의하면 이 시는 48세 때

황주로 귀양가서 그해 9월에 낳은 넷째아들 소둔(蘇遯)을 위해 지은 시인데

그 이듬해 7월에 요절하고 만다.

애통한 마음을 표하는 저자의 시 2수가 문집에 남아 있다.

그러나 장남 소매(蘇邁)와 막내 소과(蘇過)는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은데,

송원학안(宋元學案)에 보면 소매는 문학과 정사에 넉넉히 부친의 풍도가

있다.’라고 기록하였고 막내 소과는 효행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소강절은 가난 속에서 공부에 심취하여 45세의 늦은 나이에

자신보다 1살 많은 제자 태학박사(太學博士) 강우(姜愚)의 주선으로

그의 동학인 왕윤수(王允修)의 누이와 혼인하여

47살에 첫 아이 백온(伯溫)을 낳았다.

 

요즘 만혼하는 선남선녀들은 아래의 시를 특별히 기억해 둘만하다.

이 시는 부모가 된 기쁨과 자식에게 거는 기대를 노래하였는데,

천성인지 학문적 수양이 깊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쁨을 드러낸 것이

자연스럽고 아들에게 거는 기대도 사리와 인정에 부합하고 있다.

앞의 소동파의 시가 왠지 우울한 분위기에 자의식이 많이 노출되어

다소 가벼운 인상을 주는 반면 이 시는 밝고 담담한 느낌을 자아낸다.

 

*소옹(邵雍 1011~1077) 邵氏聞見錄

내 나이 어느덧 금년에 47, 아이를 낳아 이제야 부모가 되었구나

기르고 가르치는 건 진실로 내 몫이나, 수명과 자질은 너에게 달려있다

내가 만일 70세까지 산다면, 25세 된 내 아들 모습 보겠구나

나는 네가 대현이 되기를 바란다만, 하늘의 뜻이 어떨지는 나도 모르겠다

 

*소강절은 백온(伯溫)과 중랑(仲郎) 두 아들을 두었는데,

과연 백온(伯溫)은 부친의 학문을 계승하여 황극계술(皇極繫述

관물내외편해(觀物內外篇解)를 저술하는 등 큰 학자가 되었다.

 

*박남수의 시 마지막, 이름을 제현(齊賢), 자를 사()라고 한 것은

항렬자인 제()를 고려하여

論語남의 어진 행동을 보고는 나도 그처럼 되기를 생각하며,

남의 어질지 못한 행동을 보고는 나에겐 그런 점이 없는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라고 한 말을 취한 것이다.

고려시대의 유명한 문인 이제현 역시 자가 중사(仲思)인 걸 보면

틀림없이 이 구절에서 뜻을 취하였을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이 시 한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농장(弄璋), 웅비(熊羆)라는 말이 詩經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시에서 언급한 소동파와 소강절의 시도 알아야만 한다.

그 시를 이해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원제(原題)인 현호일(懸弧日)과 본문의 탕병객(湯餠客) 등은 풍습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이름과 자를 論語에 근거하여 지은 것을 보면 항렬자가 있다 해도

경서 같은데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약관(弱冠)이라 불리는 20세가 되어야 비로소 자()를 짓는다는 통념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정보를 아울러 제공해준다.

 

*미산(眉山) 삼소사(三蘇祠), 이천(伊川) 소강절(邵康節)의 사당이 있다

범중엄(范仲淹)이나 이백(李白)과 관련한 유적

이천의 한 변두리 고구마 밭에 정명도(程明道)와 정이천(程伊川)의 무덤,

범중엄의 묘, 진창을 지나 장자(莊子)의 묘, 주거지였던 호접동(胡蝶洞),

고인들이 살던 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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