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7. 세종로라이온스클럽 제1지역 합동봉사(광진구청)
*종로상공회 JCA 8기 동기회장 취임식(초대회장 김영자 2020,1,14 광화문)
비와 세월의 이야기
비와 세월의 이야기
@정수강(丁壽崗 1454~1527), 월헌집(月軒集)
*제목: 한겨울 밤에 빗소리를 듣다(仲冬夜聞雨聲)
“잠 못 이루는 삼경(三更) 밤에
근심은 찬 비 따라 생겨나네
내일 아침 이내 귀밑머리엔
흰 눈이 몇 가닥 더 내릴까”
*비는 사시사철 내리지만 겨울비라 하면 유독 더 쓸쓸한 감성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 그것도 눈이 되기 직전에 가장 차가운
상태로 내리는 비다 보니 맞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더 스산한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겨울이면 다들 하늘에서 눈이라도 내리기를 바랄 터인데,
날씨가 좀 풀린 겨울날에 냉랭하게 내리는 찬 비는 마치 부르지 않은
불청객 같기도 하고 몰려올 추위를 예고하는 소식꾼같기도 하다.
*이번 겨울도 유독 눈 소식보다는 비 소식이 많다.
어쩌면 찬 비는 건조한 겨울 대지를 적셔 화마(火魔)를 막아주는 고마운 비일런지도 모르겠다.
온 인류가 호주 땅에 겨울비가 쏟아지길 바라는 때라서 더욱 그럴까.
하지만 그래도 막상 닥쳐오는 겨울비를 만나면 ‘쓸쓸함’ ‘처량함’이란
단어들이 먼저 곁을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다.
@위 시의 저자인 정수강(丁壽崗)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500년전 사람에게도 겨울에 내리는 찬 비는 지금과 다름없이 쓸쓸하고
처량했다. 삼경(三更)은 현대 시각으로 치면 밤 11시에서 1시 사이로,
전기가 일상화된 요즘 사람들에겐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지만,
흐릿한 등잔불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새우곤 했던 옛날 사람들에겐 한참이나 야밤이다.
하지만 창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찬 비의 음산함 때문인지
저자는 미처 잠들지 못했고, 머릿속 한 켠에는 한가닥 근심만 생겨나고 있다.
*3구, 4구를 살펴보면 저자가 과연 무엇을 근심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이제 곧 노년을 바라보는 처지에,
이 차가운 겨울밤 지내고 나면 흰머리가 몇 가닥이나 더 늘었을지...
덧없이 구름처럼 흐르는 세월에 묻혀 이제는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진 인생에 대한 회한이 쌀쌀한 겨울밤
차가운 비를 타고 심상(心想)을 두드린다.
더욱이 밖에는 눈 대신 비가 내리는데,
역설적으로 저자의 머리에는 오지 않는 눈이 대신 내릴 판이니 말이다.
*예전에 시를 배울적에 시인들이 허구헌 날 읊어대는 귀밑머리 희어졌느니,
머리에 흰눈이 내렸느니 하는 소리들을 그저 심드렁하게 흘려듣곤 했었다.
그것도 연보(年譜)를 따져 보면 이제 겨우 마흔 문턱에 접어들었을
시인이 저리도 흰 머리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과장도 좀 적당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 말들이 과장이 아닌 진솔한 신세 한탄이었음을 그리 오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마흔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의 머리에도
하루가 다르게 흰 눈이 쌓이는 것을 거울로 볼 때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머리가 왜 그래?”라며 짐짓 놀란 눈으로
바라볼 때마다, 그 마흔 문턱의 시인들이 과연 이런 심정으로
시를 썼겠구나 여실히 느끼면서, 예전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지곤 한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흘러가는 세월은
마치 구렁으로 들어가는 뱀과 같아 미처 잡을 수 없다고 하였다.
사람의 힘으로는 붙잡을 수 없는 그 뱀처럼,
앞으로도 세월은 계속 흐르고 흘러 어느새 30년 후에는 바야흐로 2050년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과연 외계인을 만날지,
타임머신이 생길지,
기계와 인간이 본격적으로 전쟁을 벌일지,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장담할 수 있으리라.
소년은 동심을 잃은 장년이 되고, 청년은 청춘을 빼앗긴 노년이 되리란 것을.
하지만 야속하게 흐르는 세월에게 그저 잃고 빼앗기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돌아보면 소중한 추억들, 귀중한 인연(因緣)들을 빼앗긴 청춘의 대가로
다들 한 아름씩 안고 있을 테니 말이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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