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3. 세종로라이온스클럽 이사회(팔당숯불갈비 건대입구역, 자양동)
산비리속속리산(山非離俗俗離山)을 찾아서
산비리속속리산(山非離俗俗離山)을 찾아서
@황준량(黃俊良), 금계집(錦溪集)
*2일 유신(維新 충주(忠州))에 도착하여 속리산을 유람하는 김중원(金重遠 김홍도(金弘度))에게 부치다
“오래된 길에 사람 자취 사라져 울긋불긋 이끼가 끼었는데,
산이 속세를 떠난 게 아니라 속세가 산을 떠났구나!”
*어느새 바람도 제법 쌀쌀해지고 일교차도 커지면서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부쩍 줄었다.
조금 더 있으면 곱게 물든 단풍을 즐기러 산행(山行)에 나설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단풍 명소의 하나로 속리산(俗離山)을 꼽는데,
이 산에 관한 명구로 ‘山非離俗俗離山’이 자주 회자(膾炙)된다.
*이 구절이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의 작품이라고 한다.
더 찾아보면 그가 886년(헌강왕12) 속리산에 와서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도가 사람에게서 멀지 않은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이 속세를 떠난 게 아니라 속세가 산을 떠났구나”이라는 시구를 지어
산 이름이 ‘속리산’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막상 최치원의 전기(傳記)를 수록한 삼국사기(三國史記)나 문집인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고운집(孤雲集)을 검색해 보면
그가 이 구절을 지었다는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만년에 산천을 떠돌며 은거 생활을 하던 최치원이 어쩌면 속리산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상, 최치원 창작설은 일단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그렇다면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은 누가 지었을까?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이러한 내용이 있다.
임제(林悌, 1549~1587)가 속리산에 들어가 中庸을 800번 읽고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이라는 시구를 얻었으니, 中庸의 말을 응용한 것이다.
*여기서 “中庸의 말”은 中庸 제13장의 ‘道不遠人(도가 사람에게서 멀지 않다.)’을 가리킨다.
그런데 정작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은 임제의 문집인 임백호집(林白湖集)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임제의 종제(從弟) 임서(林㥠, 1570~1624)가 1617년(광해군9)에 임백호집을 간행하면서 쓴
발문과 임백호집의 내용에 따르면, 임제가 20살이 되던 1568년(선조1)에
대곡(大谷) 성운(成運, 1497~1579)의 문하에서 中庸을 배운 뒤
속리산에 들어가 몇 년 동안 글을 읽었다고 한다.
비록 임백호집에 없더라도 그의 작품이 맞다면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은 속리산 시절에 지었을 것이며,
적어도 이수광은 임제의 작품으로 알고 있었다.
*훗날 영남(嶺南)의 선비 노우(魯宇) 정충필(鄭忠弼, 1725~1789)이
1776년(정조즉위) 고향 친구인 이헌유(李憲儒, 1733~1804)에게 보낸 시에서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때마침 이헌유는 옥천 군수(沃川郡守)가 되었는데,
당시 옥천이 속리산 서남쪽으로 하루거리에 있었다.
예전부터 속리산 유람을 하고 싶었던 정충필이 이헌유의 옥천 부임 소식을
듣고서 반가운 마음을 담아 이 시구를 지어 보낸 것이다.
임제가 이 구절을 지었다던 때로부터 약 200년이 흐른 당시에도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이 속리산 관련 명구로 사용된 예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山非離俗俗離山’을 쓴 사람이 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제자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 1517~1563)인데,
그의 문집인 금계집(錦溪集)에 따르면 1557년(명종12) 3월 2일에 지었다고 한다.
이보다 한 해 전인 1556년 겨울에 황준량은 병으로 사직한 뒤 이곳저곳을 유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충주(忠州)에 도착했을 때, 그와 교분이 있던 김홍도(金弘度, 1524~1557)가 마침 속리산을 유람하고 있었다.
이때 황준량이 그에게 지어 보낸 시의 맨 앞에 ‘古徑無人紫蘚斑, 山非離俗俗離山.’이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현재로서는 ‘山非離俗俗離山’이 가장 먼저 쓰인 사례로 보인다.
*‘山非離俗俗離山’에 대해 ‘江似龍黑黑龍江 강이 검은 용을 닮아 흑룡강이네’이라는 누군가의 대구(對句)를 보았다.
문맹(文盲)조차 자기도 모르게 성어(成語)를 입에 올린다고 할 만큼 중국인들이
한국인에 비해 한문(漢文)이 언어생활에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江似龍黑黑龍江’만큼은 왠지 모르게 ‘山非離俗俗離山’과 같은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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