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0.불암산(당고개역~불암산 정상)
복사꽃과 금강철
복사꽃과 금강철
@茶山 丁若鏞(1762~1836)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눈 덮인 깊은 산속 한송이 꽃이 어찌 붉은 비단에 싸인 복사꽃만 하리
내 마음 이미 금강철이 되었으니, 풍로가 있다 한들 너를 어이할까”
@茶山의 동암 청재에서 혼자 잠자고 있었다.
.꿈에 한 예쁜 여인이 찾아와 장난을 걸었는데 나 역시 마음이 동하였다
.잠시 뒤에 그녀를 거절해 보내면서 절구 한수를 지어 주었다.
.꿈을 깨고 나서도 기억이 역력하였다.
@다산 정약용의 詩
“온통 눈으로 뒤덮인 산속 깊은 곳에서 매화꽃 한 가지를 만났다면
그 아름다움이 어떠할까? 아주 경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관념 세계의 꽃이다.
그 아름다운 꽃도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복사꽃,
그것도 붉은비단에 살포시 감싸인 꽃의 자태에는 견주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데 그와 진배없이 다홍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고혹적인 여인이
지금 내 눈앞에 와서 속삭이며 웃고있다.
아, 어지럽고 내 마음도 흔들릴 것만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오래 단련한 금강철,
설령 그대가 무쇠를 녹이는 좋은 풍로와도 같이 갖은 애교로
나를 유혹한다고 해도, 내 마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러니 미안하다. 그대는 잘 가시라.
내가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건, 이 시 한 수 뿐”
@論評
.서문(序文) 격으로 쓴 시제(詩題)를 보면 꿈속에서 지은 것이며,
.그 꿈이 깨고 나서도 선명할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을 알수있다.
.특히 중간에 인간적인 감정의 동요가 일어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설산에 핀 꽃이 복사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또는 금강철 같은 마음을 그 여인의 마음으로 볼수도 있다.
.쟁사(爭似)라는 어법은, 앞에 비교 대상을 제시한 다음 “쟁사”를 놓고
다시 자신이 정말 부각하고 싶은 사물을 제시하여,
앞에 나오는 그것이 어찌 뒤에 제시한 이것만 하겠는가?
이런 구문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내여하(奈汝何)”라는 문구도 눈길을 끈다.
.항우가 해하에서 四面楚歌를 당하여 지은 “해하가(垓下歌)”
“우여, 우여, 너를 어이한단 말인가! (虞兮虞兮奈若何)”에 등장하는
“내약하(奈若何)”가 “내여하”와 같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미인(虞美人)에 대한 비탄과 연민등이 담겨 있다.
.다산의 시도 이와 맥락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신의 강철같은 정신을 지키기위해 여인을 매몰차게 내쫓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은 자신의 것대로 지키고
상대도 머쓱하지 않게 돌려보내는 원숙한 도덕적 풍도가 혹 읽혀지지 않는가.
@쟁사 어법의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詩
“청컨대 천석 무게의 큰 종을 보라,큰 공이가 아니면 쳐도 소리가 없다
그러나 그것도 두류산이,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은것만 하랴”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의 “이정당종(以莛撞鐘)의 고사”를 원용하여
큰 공이로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천석종을 제시한 다음, 쟁사라는 말을 놓았다.
.그 결과 하늘이 울어도 울지않는 두류산이,
천길 봉우리에서 다시 천길 봉우리를 바라보는 듯,
독자들의 마음에 쿵하는 울림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정당종(以莛撞鐘)의 고사
.春秋時代에 조양자(趙襄子)가 공자에게 일침을 놓았다
.孔子가 열국(列國)의 제후들에게 등용되지 못한것을 비웃자,
자로(子路)가 응수하였다
“천하의 큰종을 걸어놓고 작은 막대기로 치면 어찌 소리를 낼수 있겠는가?” 에서 유래되었다.
.식견이 천박한 제후들을 작은 막대기에, 큰 종을 孔子에 비유한 것이다
@남명 조식의 “유두류록(遊頭流錄)”
.남명이 존경하는 한유한(韓惟漢), 정여창(鄭汝昌), 조지서(趙之瑞)...
세 군자를 “십층이나 되는 높은 봉우리에 옥 하나를 더 올려놓고,
천 이랑이나 되는 수면에 달빛이 비치는 격”으로 표현하였다
@쟁사 어법은
.이와같이 한 걸음 더 밀고 나가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감동을 안겨준다.
.남명(조식)의 시가 거대 세계를 극한의 점층적 이미지로 구사하여
독자에게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면,
.다산(정약용)의 시는 관념적이고 이성적인 꽃을 구체적이고
육감적인 꽃과 대비하여 그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그것을 이겨낸 정신을 생기 있게 표현했다고나 할까.
@쟁사, 唐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작품 “양류지(楊柳枝)”
“금곡원에는 꾀꼬리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동타가에는 훈훈한 봄바람 불어온다
성안의 도리화 잠깐 새에 떨어지니
어찌 오래가는 수양버들만 할까”
.동진 시대, 석숭(石崇)의 금곡원에서 노는 꾀꼬리와
唐나라 때 낙양에 있던 번화가인 동타가(銅駝街)의 봄바람을 들어
질탕한 봄 풍경을 제시하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복사꽃과 자두꽃은 쉬이 져버리니, 자신은 오래동안
두고두고 감상할수있는 수양버들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말을 하려니 쟁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천가시(千家詩)에 나오는 무명씨의 작품
“한 무더기 띠 풀이 뒤엉켜 있더니
갑자기 불길 치솟았다 이내 사그라든다
이것이 어찌 화로 가득 숯을 피워
오래도록 왕성하게 따뜻한 것만 할까”
.중국 숭산(崇山)의 법당 벽에 누군가가 써 놓았다고 알려져 있다.
쟁사(爭似)’를 전후하여 시상이 극명하게 갈린다.
.앞 두구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를 추구하여
갑자기 흥했다가 갑자기 망하는 사람을 비유한 것이고,
.뒤 두구는 안분(安分) 속에 착실하게 사는 삶을 형상화하였다.
.세번째 구절에 나오는 골돌(榾柮)은 나무 밑동의 옹이 같은 것으로
숯 대신에 썼다고 하는데 이것이 인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도 착실한 삶의 가치를 물거품 같은 부귀와 대비하여
드러내자니 쟁사라는 말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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