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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라이온스클럽(354-C지구)

2014-0701.세종로라이온스클럽 번개만찬

by 조흥식 2023. 1. 31.

2014-0701.세종로라이온스클럽 번개만찬(수라연, 강동구청역)    *회장 조흥식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전국시대 나라의 화자(華子)는 건망증이 심했다.

아침에 일어난 일을 저녁이면 잊고 저녁에 일어난 일을

이튿날 아침이면 잊었다.

온갖 방법을 써 보았지만, 화자의 건망증은 낫지 않았다.

어느 날 노나라 선비가 찾아와 화자의 건망증을 깨끗이 고쳐주었다.

그런데 화자는 고마워하기는커녕 화를 내며 창을 쥐고 선비에게 덤벼들었다.

사람들이 화자를 뜯어말리며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건망증이 있었을 때는 세상의 존재조차 잊었는데,

이제지난 일을 기억하게 되니 수십 년 평생 잘한 일과 잘못한 일,

기쁜 일과 슬픈 일,

좋은 일과 싫은 일,

그 밖의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잘한 일과 잘못한 일,

기쁜 일과 슬픈 일,

좋은 일과 싫은 일이 내 마음을 어지럽힐 것이 두렵다.

잠시나마 잊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열자(列子) 주목왕(周穆王)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망각의 기능이 없다면 평생 끝이 보이지 않는 슬픔과 괴로움,

번민과 수치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지만 잊지 못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이다.

화자가 건망증을 고쳐준 선비에게 화를 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망각은 축복이다.

하지만 망각을 마냥 축복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은 나머지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잊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익(李瀷, 1681~1763)

마음이 고요할 때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 같지만,

사물을 접하면 모두 대응할 수 있다.

마치 부자가 허다한 보배와 비단을 자루에 담아두고 부족함 없이 쓰면서

얽매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집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재물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삿된 것에 붙잡히지 않는다.

성품이 안정되고 성실을 보존하면 잊어도 해될 것이 없다.”

 

@금양(衿陽)에 있는 강세정(姜世貞)의 집 습망재(習忘齋)의 기문이다.

*‘습망은 남송(南宋)의 유학자 사양좌(謝良佐)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연평문답(延平問答)에 따르면,

만년에 불교에 심취한 사양좌는 망각을 익힘으로써[習忘]

양생(養生)하겠다는 뜻을 피력하였다.

하지만 정호(程顥)의 생각은 달랐다.

 

*양생을 위해서라면 괜찮지만 도()를 배우는 데는 해가 된다는 것이다.

정호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는 사양좌의 습망이 일체의

사념(思念)을 제거해야 한다는 불교의 교리에 가깝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라(勿忘勿助長)’는 맹자의 말처럼,

본디 유학은 망각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익은 망각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릇에 일정한 용량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도 일정한 용량이 있다.

열 되 용량의 그릇으로 한없이 쌓인 곡식의 양을 헤아릴 수 있는 이유는

그릇을 가득 채웠다가 깨끗이 비우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때 채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비우는 것이다.

깨끗이 비우지 않으면 그릇은 곧 가득 차서 헤아리는 기능을 상실한다.

사람이 사방 한 치 크기의 작은 마음方寸之心(방촌지심)”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기억과 망각을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으면 마음의 용량은 금세 한계에 도달한다.

따라서 과거와 미래는 잊고 오로지 현재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이익의 논리다.

*다만 조건이 있다.

성품의 안정과 성실의 보존이다.

이것은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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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mp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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