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8.송죽라이온스클럽 황을섭회장 이취임식
이규보와 고양이
이규보와 고양이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고서[得黑貓兒]"
"보송보송한 털은 푸른색을 띠고 동글동글한 눈은 짙은 초록이라
생김새는 범 새끼 견줄 만하고 우는 소리에 벌써 강아지 겁먹네
붉은 실로 목줄을 매어주고 참새고기 먹이며 키웠더니
처음엔 뛰어올라 발톱을 세우다가 꼬리를 살랑이며 점차 길들여지네
내 예전에 살림이 가난한 것만 믿고 중년까지 너를 기르지 않았더니
쥐 떼가 제멋대로 날뛰어서 날카로운 이빨로 집에 구멍뚫었네
(중략)
네가 우리 집에 있은 뒤로는 쥐들이 이미 기를 펴지 못하니
어찌 담장만 온전할 뿐이랴 됫박 양식도 보전할 수 있으리
너에게 권하노니 공밥만 먹지 말고 힘껏 노력하여 이놈들을 섬멸하라
@고려시대의 뛰어난 대문호 이규보가 지은 고율시(古律詩)이다.
이규보의 자는 춘경(春卿)이고,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이라
후에는 시와 거문고, 술을 즐긴다고 하여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고
자호하기도 하였다.
일찍부터 문장으로 명성을 떨쳐 죽림회(竹林會)의 모임에도 참여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과거에 장원급제도 하였지만, 벼슬길은 순탄치 못하였다.
32세의 나이에 뒤늦게 얻은 전주목(全州牧) 사록(司祿)의 자리마저
다른 이의 모함으로 파직되고 다시 경주로 내려와 불우하게 지내던
시기에 위의 시를 지었다.
@고려 시대에도 고양이를 키웠던가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고양이를 길러왔다.
농경사회에서 곡식을 좀먹는 가장 큰 적인 쥐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실용적인 효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 도입부에는 쥐잡이를 위해 얻어온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검푸르고 보송보송한 털을 지닌 초록 눈의 아기고양이가 붉은 실을
목에 두른 채 뛰어다니는 앙증맞은 모습이 눈앞에 완연하게 그려진다.
@처음에는 발톱을 세우며 뛰어오르다가 길들여지면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따른다는 표현 등 고양이를 길들이는 과정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실제 저자가
고양이를 키우며 느낀 점을 시로 적은 것이다.
반갑게도 어린 고양이는 활발하게 다니며
벌써 쥐떼를 내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어서 중반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집을 구멍 내고 살림살이를 축내며
멋대로 날뛰는 쥐떼에 대한 증오를 매우 노골적으로 강렬하게 묘사한다.
쥐는 보통 현인을 모함하는 소인배들을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에서도 실제 쥐의 해악을 자세히 서술하면서 여기에 자신을 모함하고
방해하는 무리의 모습을 은연중에 투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규보의 집안을 해치는 쥐떼를 몰아낼 구세주로 얻어온
이 작고 귀여운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하게도 이규보의 희망대로 되지는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그의 문집에는 다음과 같은 시도 실려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꾸짖다(責猫)
“감춰 둔 내 고기 훔쳐 배를 채우고, 이불 속에 잘도 들어와 고르릉대는구나
쥐떼가 날뛰는 게 누구의 책임이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횡행하다니”
@쥐떼는 여전히 창궐하지만, 고양이는 더 이상 힘들게 쥐를 잡지 않는다.
주인의 고기로 배불리 먹는 보다 편한 방법을 찾았으며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안일만 추구하는 모습에는 또 당시의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 벼슬아치들의 그림이 겹쳐지기도 한다.
그런 고양이를 보며 내쫓기는커녕 이를 두고 시를 지었으니
이규보의 고양이는 아마 끝내 편히 살 수 있었을 듯하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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