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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동우회(2014-2015)

2015-0622.선덕라이온스클럽 조성근회장 이취임식

by 조흥식 2023. 3. 19.

2015-0622.선덕라이온스클럽 조성근회장 이취임식

春秋의 미언대의(微言大義) 찾기

 

 

 

 

春秋의 미언대의(微言大義) 찾기

@천쓰이(陳四益),

현대 중국 지식인의 책(동양 고전과 역사, 비판적 독법) 序文

 “죽도록 책만 읽거나[死讀書]

죽은 책을 읽거나[讀死書],

책만 읽다가 죽지[讀書死] 마라!”라는 재미있는 말이 보인다.

고전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과거의 죽은 책이 될 수도 있고,

현재적 가치를 지닌 살아 있는 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고전의 가치는 오로지 그것을 읽는 독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동양의 고전 중에서 春秋는 책의 두께만으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읽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책 중의 하나이다.

노나라 은공(隱公)부터 애공(哀公)까지 12명의 군주가 다스렸던

242년간의 춘추시대 역사를 담고 있는데,

이 책을 공부할 때 대부분 은공 시대까지만 읽고서 포기한다고 해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은공 春秋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전에 서울대 규장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春秋고서를 연구하기 위해

조선 왕실에서 읽었던 고서를 직접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고서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은공 조목까지만

현토를 달면서 열심히 읽은 흔적이 있고,

그 뒤로는 처음 인쇄된 상태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은공 春秋라는 말이 조선시대에도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보았다.

무려 7년에 걸쳐 소주를 포함하여 春秋左氏傳 전체를 일독한 적이 있다.

그 오랜 세월을 투자한 노력의 대가로 우리가 얻은 진리는 春秋에 담긴

오묘한 철학이 아니라, 역시 어려운 책이라는 현실적 깨달음이었다.

 

@春秋 읽기의 어려움은 비단 현재 우리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대학자인 朱子 조차도 나는 평생 감히 春秋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성인 孔子1000여년이 떨어진 이 시점에 성인의 마음을

어찌 알수있겠는가?”(주자어류 朱子語類)라고 하여, 그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심지어 송나라의 학경(郝敬)이라는 학자는

春秋라는 책은 수천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미해결의 사안”(경의고 經義考)이라 하고,

 

@왕안석(王安石)春秋는 조각나고 낡아서

온전하지 못한 조정의 기록[斷爛朝報]”(宋史) 이라고도 하여, 春秋 읽기 자체를 거부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난해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春秋時代의 역사와 정치 전반을 담고 있는 경전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의 고전임에는 분명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春秋孔子의 저작이면서

春秋孔子의 저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孔子가 후세에 전하고 싶었던 무엇인가 대단한 것이 그 속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孟子에 의하면 세상이 극도로 혼란해져,

臣下나 자식이 君主父母를 죽이는 일이 발생하자,

孔子가 그러한 세태를 두려워하여 春秋를 짓고서 이렇게 외쳤다

나를 알아주는 것도 오직 春秋 때문일 것이다!

나를 죄주는 것도 오직 春秋 때문일 것이다!

(知我者其惟春秋! 罪我者其惟春秋!)”

 

@孔子가 자신에 대한 후세의 평가가 오로지 春秋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한 것을 보면,

春秋속에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기록해 놓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송나라 호안국(胡安國)

春秋孔子가 역사기록 밖에서 마음을 전한 핵심 경전

(춘추호씨전)이라고 단언하였다.

공자의 마음, 즉 후세에 전하고 싶었던 그 무엇인가는 춘추필법을 통해

글자의 이면에 감추어 기록되었으며,

그것을 일반적으로 미언대의(微言大義) 또는 春秋大義라고 한다.

이처럼 공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은 후대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상반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을 보면, 그 마음을 담은 미언대의를 간파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후대의 사람들은 미언대의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으며,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春秋三傳(좌씨전, 공양전, 곡량전)이다.

일반적으로 春秋의 대표적인 해석서를 사전(四傳)이라고 하는데,

주자가 천고(千古)의 정평(定評)’(주자어류)이라고 극찬한

호안국의 춘추호씨전이 여기에 포함된다.

사전 덕분에 春秋의 미언대의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호안국이 전을 지으면서

역사적 사실은 좌씨전을 참고했고, 의리는 공양전과 곡량전의 정수를 채택했다.”

(춘추호씨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른바 미언대의나 춘추의리,

예를 들어 사건을 기록할 때

행위자의 의도에 맞추어 기록한다는(여기의 如其意),

행위자의 마음을 따져 죄를 정한다는 논심정죄(論心定罪)’,

임금이나 부모에 대해서는 해치려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며,

그러한 마음만 품어도 주살한다는

군친무장, 장이필주(君親無將, 將而必誅)’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을 함께 읽어야 한다.

좌씨전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과 다른 해석서에 담긴 의리를 종합적으로

알아야만 春秋에 담긴 공자의 마음, 즉 미언대의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춘추 읽기는

춘추의 공인된 해석서인 사전을 함께 읽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조선시대에 국가의 주도하에 표준화된 춘추 해석서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때의 춘추경전집해(春秋經傳集解),

성종때의 춘추집전대전(春秋集傳大全),

정조때의 정본 춘추좌씨전 등은 조선조의 학문적 자부심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春秋 교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선시대와는 그 사정이 많이 다르다.

조선시대의 독자가 특정 지식인 계층이었다면

현재의 독자는 일반 대중이기 때문에

교본도 원전이 아니라 번역본이어야 한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표준화된 번역서가 없다면

대중 독자는 春秋에 대한 이해는 커녕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않을 것이다

현재 左氏傳은 몇 종의 번역서가 나왔지만,

나머지 주요 해석서는 제대로 된 번역이 전무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독자는 左氏傳이 곧 春秋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해석서는 그 실체조차 모르고 있다.

그나마 左氏傳을 읽어본 사람도 단순하게 나열된 역사 기록에

지루함만을 느낄 뿐, 미언대의나 춘추대의가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孔子는 후대의 사람들이 春秋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간절하게 바랐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 마음을

읽을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고전이 현재에도 살아 있는 진리의 책이 되기 위해서는 고전의 대중화가 필수 요건이다.

과거에는 고전이 국가에 의해 특별한 지위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 존재 의의와 가치가 대중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대중과 고전 사이에는 거대한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며,

대중은 스스로 그 장벽을 허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장벽을 허물고 대중과 고전이 만날 수 있도록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것이 전문 연구자들의 몫이다.

만약 연구자들이 고전을 특정 지식 집단의 전유물로 삼아서

관념의 유희를 위한 대상으로만 삼는다면,

고전은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중이 읽지 않는 고전은 곧 죽은 책이다.

대중 스스로가 고전의 해석을 통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진리를

발견하는 순간, 그 고전은 현재에도 살아 있는 진리가 된다.

대중이 春秋를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찾지 않는다면,

공자의 미언대의는 죽은 책 속의 낡은 관념에 지나지 않으며,

공자가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마음도 과거에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이처럼 고전과 대중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주선하는 것이

필자와 같은 전공자들의 중요한 역할이자 임무이다.

대중 스스로가 고전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서

공자의 미언대의 찾기에 동참하기를 기대하면서..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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