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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동우회(2014-2015)

2016-0121.회장동우회 번개모임

by 조흥식 2023. 4. 9.

2016-0121.회장동우회 번개모임(창동 정산포)

*신현종 지대위원장 노원상공회 회장 당선(축하연)

*걸인의 노래

 

 

 

걸인의 노래

@廳乞人彈琵琶 次東坡韻(정걸인탄비파 차동파운), 김태일(1637~1702)

제목: 걸인이 연주하는 비파소리를 듣고 소식의 시를 차운하여 읊다

옷차림은 남루하고 안색은 처량한데 재주팔아 살아보려 긴 비파 들고있네

높고 낮은 가락엮어 별학조 연주하니 슬픈소리가 가을매미 울음에 어우러진다

때때로 시장에서 빈 자루 쓰다듬고 몇번 촌가의 낮은 담장에 기대네

너를 보며 낮게 한숨쉬고 또 한숨쉬나니 부귀한 자와 거지의 삶이 너무도 다르구나

 

@백조는 원래 울지 않는 동물이지만

딱 한번, 죽음을 맞기 직전에 아주 아름답게 운다고 한다.

실제로 들어 본 사람은 없는 일종의 전설같은 소리이지만

서구에서는 이것을 ‘swan song’, 백조의 노래라고 부르며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비유하는 말로 쓰기도 한다.

사실 백조가 정말 운다고 해도 그것이 생의 마지막에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일지?

아니면 숨이 끊어질 때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위 시의 저자는 비파를 연주하는 걸인을 눈과 귀로 쫓아간다.

걸인은 수척한 안색에 낡고 해진 옷을 걸친,

그야말로 거지꼴을 하고서 자신의 신세만큼이나 처량한 별학조(別鶴操) 가락을 연주하며 동냥을 한다

 

@걸인이 원래부터 빌어먹던 신세는 아니었을 것이다.

비파는 평범한 백성들이 가질 만한 물건도 아니거니와, 능숙하게 연주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별한 학의 노래라는 뜻의 별학조

백성들이 일상적으로 부르던 민요나 대중가요가 아니라 원래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클래식이다.

비파로 별학조를 연주한다는 것은 이 걸인이 원래 음악을 업으로 삼은 악공이었거나,

여유있는 집안에서 취미나 교양으로 비파를 타던 사람이었음을 암시한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한 순간 몰락하여 가족과도 이별한 채 비파 소리를 팔아 살아가게 된 것이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동냥한 것을 담으려던 자루는 하루 종일 텅 비어 주인을 머쓱하게 하고,

끼니도 때우지 못하고 비파를 타던 몸은 힘이 빠져 남의 집 담장에 털썩 기대 주저앉는다.

가을 매미는 여름날의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아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 서글픈 노래를 부른다.

괴로운 것은 어쩌면 굶주린 몸이 아니라,

별학조의 가사처럼 이별한 부인을 그리워하는 걸인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걸인을 바라보며 한숨 쉰다.

같은 사람인데 삶은 왜 이리 다른가?

 

@걸인에게 비파 연주는 어떤 의미였을까?

거지의 행색으로 살지언정 거지근성에 젖어 공짜 밥 빌어먹으며 살지는 않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의 발로였을까?

모진 삶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같은 것이었을까?

지금의 우리는 그 노래를 들어볼 수 없고 걸인의 마음도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노래는 아름다웠을 것이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