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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빛사랑 조흥식

2016-0925.호남향우회연합회 산악회 발대식

by 조흥식 2023. 5. 2.

2016-0925.호남향우회연합회 산악회 발대식(불곡산, 양주)

*김용희 수석고문 회갑연(양주시 남면 신산리)

*발문에 대하여

 

 

 

 

발문에 대하여

@이서우(李瑞雨 1633~1709), 송파집(松坡集)

110책은 바로 나의 증조 송파공(이서우 李瑞雨)께서

남겨놓으신 책이다.

국포 강박(菊圃 姜樸 1690~1742)께서는 공의 외손자로

문집을 보관하여 전하고 후일을 도모하였으나 이루지 못하고 끝내 뜻만 품은 채로 돌아가셨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이다.

불초하여 잔약한 후손이 풍파를 모질게 겪은 나머지 영남에서 유락하고

나이는 노년에 가까운데도 혈혈단신으로 뒤를 이을 후손이 없으니

정말로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게 될까 두렵다.

 

나의 증조께서 나라를 빛내었던 문장과 불후의 사업이 끝내

후세에 일컬어지지 않게 된다면 죄가 더욱 클 것이다.

드디어 마을의 사우에게 분주히 내달아 울면서 호소하니,

사우 중에 이 소식을 들은 자들은 이 말을 기꺼이 들으면서도 불쌍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어

여러 글방에서 약간의 돈과 약간의 종이와 붓을 내어 사우 중에 글 잘 쓰는 자에게 부탁하여

4를 베껴 쓰게 한 다음 구본(舊本)에 합쳐 5부로 만들었다.

 

문집을 간행하여 명산에 보관할 수 없다면 사우 중에 현명하고 글을 잘하는 자에게 맡겨

후세의 양자운을 기다리는 것이 이 책이 이 세상에서 민멸되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되어,

드디어 각 권의 끝에 이를 써서 세상의 여러 군자에게 알리고,

책을 혹시 잃어버리게 되면 이를 본 자가 뛰어난 장인의 고심을 안타깝게 여기고,

잔약한 후손의 지극한 정성을 애처롭게 여겨 소중히 보관하여 물이나 불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면

어찌 불초한 후손의 다행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소식(蘇軾)이 사보살각기(四菩薩閣記)를 지어 책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자는 아비 없는 사람에 비유하였으니,

불초한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또한 마찬가지이므로 세상에는 선조가 없는 사람이 없으니

반드시 일그러뜨리거나 더럽히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조)이 등극한지 5년 되는 신축년(1781) 모월 모일에 불초손 수일이 상주의 우사에서 울면서 쓰다

 

@이 발문은 이수일(李秀一 17151783)이 증조 이서우의 시문을 엮은

송파집을 전사(轉寫)한 후 원고의 편집과 전사 과정을 비감어린 시선으로 쓴 글이다.

발문은 책이 끝나는 장()에 놓여 텍스트를 총론, 평가하거나,

특히 편집과 간행 사항 등을 개황한다.

그런 이유로 발문의 구상과 구성이 흔한 도식과 상투로 읽혀지는 것은

그 책의 문학성이나 공공성보다는 가문 의식이 우위에 놓여 있던 당시

출판문화의 특수성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

 

그러나 송파집의 발문을 읽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질문이 놓여 있다.

삶이 있었고, 글이 있었고, 그 글을 엮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글을 엮고 읽는 자의 목소리는 왜 초조한 어감과

절실한 간구(懇求)를 감추지 못하는가?

따라서 그의 문집을 읽는다는 것은 왜 그가 시인이었으며,

왜 고립된 텍스트였나를 스스로 찾아보는 여정일 수밖에 없었다.

 

@송파집(8)

작년에 큰 흉년이 들자 올 봄에 백성들이 더욱 위급하여

옮겨가지도 못하고 죽으니 참혹한 것에 마음이 상하여 절구 8수를 지었다중 여섯번째 시

늙은이 따라 가는 아이 정수리는 배꼽만치 오는데,

대갓집에 주어 아이종 삼으려네.

그저 애가 머무르며 오래도록 배나 곯지 않으면,

늙은이는 죽어 도랑이나 계곡에 버려져도 좋겠네

 

@이 시는 명나라 사진(謝榛)

마유천(馬柳泉)자식을 파는 한탄(賣子歎)”을 두고

한번 읽으면 낯빛이 숙연해지고,

두 번 읽으면 눈물을 떨구고,

세 번 읽으면 창자가 끊길 듯하다

(一讀則改容再讀則下淚, 三讀則斷腸矣)’고 한 시평(詩評)

그대로 적용해도 좋을 만큼 아린 시대를 증명한다.

필자에게는 이 한 편의 시만으로도 그가 시인인 이유가 충분하였다.

 

@아울러 당시 일서(逸書)로 알려져 있던 그의 문집을 찾아

서툴게나마 읽는 유일한 독자일 것만 같던 이수일의 전언(傳言)에 드러난 이면을 찾아

문집의 유전(遺傳)이 긴박했던 이유를 찾아야 했다.

이서우의 유문(遺文)이 문집으로 간행되지 못한 까닭은

그의 정치적 몰락과 서자(庶子)인 이익관(李翼觀)과 이순관(李順觀), 이인좌(李麟佐)의 난 때

서대문 괘서 사건에 연루되어 죽고, 외손 강박 역시 연좌되어 외직으로 나갔으며,

이후 손자 이상()*이 을축년(1745) 고변 사건에 관련되면서 죽고,

외증손 신후담(愼後聃, 1702~1761)이 모친의 청으로 외숙인 이상의 시신을 거두어들였다는 이유로

공초를 받는 등 여러가지 가화(家禍)가 겹쳤기 때문이다.

 

다만, 강박이 정리하여 둔 송파집을 상주로 낙향한 증손 이수일이 인근의 선비들의 도움을 받아 문집을 몇 부 필사해 둔 것이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상주에 거주하던 친우 이승연(李承延)이 순흥(順興)으로 후사를 구하러 떠나가는

이수일에게 준 글(강재유고 剛齋遺稿) 순흥으로 후사를 구하러 가는 이수일(: 문실)을 전송하며

쓴 글(送李文實秀一之順興求嗣序)에도 이러한 저간의 사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권말(卷末)에 발문으로 실린 옥구산인(玉丘散人: 미상)의 이송곡의 시집 뒤에 쓰다(書李松谷詩集後)

*·칠언율시를 뽑아 엮은 송파집초(松坡集抄), 개인소장

 

@또 다른 선본(選本) 송파집초에 실린 발문에는

이서우의 율시에 영롱하여 어여쁜 곳, 평안하고 한가하여 온화한 곳,

호방하고 장대하며 기품이 뛰어나 세속을 떠나 있는 곳,

말은 끝났으나 의미가 다하지 않은 곳등의

네 가지 오묘한 풍격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왜 시인인지를 웅변해 주고 있다.

 

이 책의 편집 목적이 시인으로서의 저자를 증언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가치를 부여하는데 집중되어 있어,

이에 대한 시각과 논점이 이 발문의 문면에 드러나 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발문은 책의 간행 목적과 역할에 따라 편집자가 보는 책과

저자의 위상을 확인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결국 발문은 문집의 유전과 간행에 대한 개괄적 상황을 말해 주는 한편,

그 문집에 도래할 독자들을 향해 가치를 부여해 준다

*이상(): 영조실록에서는 이색(李穡)으로 번역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족보의 표기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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