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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빛사랑 조흥식

2016-0923.팔마포럼 정기모임

by 조흥식 2023. 5. 1.

2016-0923.팔마포럼 정기모임(르미에르빌딩 더뷔페, 종로1가 청진동)

不道小考

 

 

 

不道小考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 명례률(名例律) 십악(十惡)

다섯째는 부도(不道)이다.

한 집안의 사죄(死罪)를 짓지 않은 세 사람을 죽이거나,

타인의 사지(四肢)를 잘라 내거나,

타인의 생기(生氣)를 채취하거나,

사람을 해치는 독충 따위를 기르거나,

염매(魘魅) 저주하는 것이다.”

 

@명례률(名例律) 十惡조 중 不道를 설명한 조선의 직해문(直解文)이다.

십악은 수() 문제(文帝) 때 명칭이 생긴 뒤,

당률(唐律)에서 구체적인 죄목이 정해지고 명률(明律)로 이어져 조문이 완성되었다.

인륜의 명분과 교화를 훼손한 가장 나쁜 범죄를 특별히 십악이라고 묶어서

대명률의 총칙(總則)에 해당하는 名例의 앞부분에 두었는데,

그 십악 중 다섯 번째에 배치된 것이 부도이다.

부도는 인간성에 반하는 사악한 죄로,

잔혹한 살인을 태연히 범하여 정도(正道)를 위배하였으므로

이를 통칭하여 부도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부도라는 카테고리로 묶인 잔혹한 살인 범죄 유형은

한 집안의 사죄(死罪)를 짓지 않은 세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을 지해(支解)하거나,

생기(生氣)를 채취하거나,

독충을 제조하거나 기르고 염매(厭魅)한 행위이다.

사람을 지해한다는 것은 복수 등으로 사람을 죽일 때

바로 수족(手足)을 끊거나 사지(四肢)를 해체하거나,

먼저 사지를 해체한 뒤에 죽이거나,

일부러 불을 질러 죽이거나, 죽인 뒤에 불태운 경우를 말한다.

 

생기를 채취한다는 것은 채생절할(採生折割)인데,

살아 있는 사람의 눈, , , 혀 등을 도려내어

혼백을 모으고 제어하여 부리는 사술(邪術),

사람의 오장육부, 임부(妊婦)의 태아 따위를 도려내는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독충을 길러 독극물을 만든다는 것은 여러 독충을 한 그릇 안에

모아 놓고 끝까지 서로 잡아먹게 하여 마지막에 만약 뱀만 남게 되면

곧 뱀의 독으로 독극물을 만들거나 기르는 행위이다.

염매는 형상을 그리거나 인체를 조각하여 심장을 찌르거나,

눈에 못을 박거나, 손을 묶거나 다리를 묶는 등의 방법을 써서

저주하여 타인의 생명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다.

 

이들 범죄는 인륜에 반하는 매우 잔혹한 살인행위여서

특별히 부도의 범주로 따로 묶은 것으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은 형률 인명(人命)편의 3개 조문에서 다루고 있다.

 

@대명률직해: 형률 인명 살일가삼인(殺一家三人)

한집안 안에서 사죄(死罪)를 짓지 않은 세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지를 찢어 죽이면 거열처사(車裂處死)형이고,……종범은 참형이다

 

@대명률직해: 형률 인명 채생절할인(採生折割人)

타인의 생기(生氣)를 채취하기 위하여 그 사람의 몸을 절단하면

거열처사(車裂處死)형이고,……종범은 참형이다

 

@대명률직해: 형률 인명 조축고독살인(造畜蠱毒殺人)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약인 고독(蠱毒)을 만들고 저장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주도하면 참형이고,

염매(魘魅)부서(符書)저주요술을 써서 사람을 죽이려고

모의하면 각각 모살(謀殺)의 예로 논한다

 

@이 부도의 기원을 논할 때

보통 한대(漢代)로 거슬러 올라가 한서(漢書) 적방진전(霔方進傳)

()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여순(如淳)이 말하기를,

율에 한 집안의 죄 없는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 부도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개념이 당률, 명률로 이어져 부도중의 한 범죄로 정의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당시에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부도는 그 쓰임이 훨씬 넓다.

 

@漢書에 쓰인 부도의 용례를 살펴보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임금을 속이며,

신하의 예를 다하지 못한 불충(不忠)과 불경(不敬),

그리고 요언(妖言)을 지어 나라의 제도를 어지럽히는 것 등을 부도라고 하였고,

도리에 어긋나며 포학하거나 교활한 범죄, 일반 도적 및 살인범을 부도로 쓰기도 하였다.

 

부도는 한대(漢代)에서 도적이나 살인 등 도리에 어긋나는 교활한 범죄를 가리키기도 하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임금을 위협하는 불충의 죄를 의미하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쓰였고,

당률과 명률에는 인간성에 반하는 잔혹한 살인 범죄를 지칭하는 법적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 한과 당률명률에서 파악하고 있는 부도의 개념이 같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조선에서는 부도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고, 부도는 어떤 용례로 쓰였을까.

 

@조선에서의 부도는 명례률에서 규정한 의미보다는 사전적 정의,

즉 도리에 어긋난다는 무도(無道)의 뜻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십악 중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의 범죄인 모반(謀反), 모대역(謀大逆),

모반(謀叛)을 지칭하거나 수식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었다.

모반(謀反)은 사직(社稷), 즉 황제를 위태롭게 하려고 꾀하는 것이고,

모반(謀叛)은 본국을 배반하고 몰래 다른 나라를 따를 것을 꾀하는 범죄이며,

모대역(謀大逆)은 종묘(宗廟)와 산릉(山陵) 및 궁궐을 훼손하려고 꾀하는 것이다.

모두 황제, 왕조, 국가를 위협하는 국사범이다.

이중 모반(謀叛)은 지리적 특성상 조선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범죄였으므로

모반, 모대역, 모반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세 가지 범죄는 통상 역모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부도가 합쳐지면서

'대역부도(大逆不道)', '모반대역부도(謀反大逆不道)', '무상부도(誣上不道)',

'무장부도(無將不道)' 등의 용어가 도리에 어긋나는 대역죄를

지칭하는 율명(律名)처럼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성종 6년에 승정원에 익명서(匿名書)가 내걸렸다.

경국대전이나 대명률에 따르면 익명서는 보는 즉시 소각하고

옮겨 말하지도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된 그 익명서는 말이 부도(不道)에 관련되어조정에서

논의가 되었는데 바로 대역(大逆)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숙종 31,

장희빈 옥사에 연루된 오시복(吳時復)을 비호한 혐의를 입은

남구만유상운을 신구(伸救)하는 논의 중 숙종은 이들이

만약 역적(逆賊)을 비호할 의사가 있었다면,

춘추(春秋)의 무장(無將)과 한법(漢法)의 부도(不道)로써 법률에 따라

정죄(定罪)해야 한다고 하였고,

 

영조 5년에는 사헌부에서 계를 올려 임징하(任徵夏)의 무장(無將)

부도(不道)죄를 성토하였으며,

영조 38년에도 역절(逆節)역모(逆謀)에 관련된 조재호의 죄를

춘추(春秋)의 장심(將心), 한법(漢法)의 부도(不道)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 사례에서 쓰인 한법의 부도는 춘추의 무장(無將)장심(將心)

같은 맥락인 역모, 모반의 의미이다.

 

헌종 2년 군기시(軍器寺) 앞길에서 부도죄인(不道罪人)으로

능지처사된 남공언(南公彦)은 남응중(南膺中) 역모 사건의 가담자였다.

, 조선에서 부도는 모반, 역모를 대체하거나 수식, 보충하는 용어였다.

 

@이처럼 조선시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었던 부도는

'잔혹한 살인 범죄'를 의미하는 대명률 십악의 부도보다는

'도리에 어긋나는 역모모반' 등을 지칭하는 부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구논문이나 특히 번역서에서 부도에 대해 주석을 달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문맥과 관계없는 대명률 십악의 조문을 주석으로

설명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한법(漢法)의 부도를 대명률 십악조의 부도 조문을 인용하여

기계적으로 설명한 주석들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한번 잘못 실린 주석은 반복되기는 쉬우나 바로잡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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