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1.청운산악회 소백산 철쭉제
너나 잘하세요(권필 편지), 때에 맞게 말하라(강박)
너나 잘하세요(권필 편지), 때에 맞게 말하라(강박)
@시주(詩酒)로 유명한 석주 권필은 평소의 행각만큼 죽음도 독특했다.
.光海君의 妃(유씨)의 동생(유희분)등이 방종하고,
벼슬아치들이 외척에게 아양을 떤다고 비꼰 궁류시(宮柳詩)가 발각되어
친국을 받고 귀양길에 올랐다.
.이미 곤장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벗들이 전별주를 주니 사양하지 않고 받아 마시고 44세에 죽었다
.또는 유배를 떠나기 위해 동대문밖 촌사에 머물렀는데
주인이 술을 대접하였더니 받아 마시고 이튿날 사망하여
주인이 집 문짝을 떼어서 널을 만들었다고도 전해오고 있다
.그의 문집에는 편지 한편이 있는데 그 내용이 자못 흥미롭다.
@권필이 송홍보에게 보낸 편지
필(韠)은 사룁니다.
보내온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저에 대한 칭찬은 지나쳤으나 책망하신 말씀은 참으로 맞는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을수 없어 제 속마음을 펼쳐 보입니다.
1)나는 본래 세상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고요.
저는 천성이 분방하여 세상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보면 반드시 침을 뱉으며 지나갔고,
뒷골목 누추한 초가 앞에서는 언제나 서성이며
혹시 안연(顔淵)을 볼수있을까 하며 기웃거렸습니다.
세상이 모두 어질다 하는 높은 벼슬아치를 만나면
호로처럼 더럽게 여겼지만,
동리에서도 멸시당하는 건달이나 개백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반가워
따라다니고 싶은 마음에
“아, 내가 오늘 드디어 형가(荊軻)를 만나는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세속에서 저를 괴상하게 보는 까닭인데,
저도 제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지를 모르겠습니다.
2)당신들이 옳다고 하는 그 공부도 해봤지만 아니더라고요.
때문에 굳이 세상에 맞추기가 싫었으며 산속에 숨어서 심성이나
수양하며 고인이 말한 이른바 道라는 것을 구해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周, 정(程), 張, 소(邵), 朱, 呂의 저서를 읽고 사색하였습니다
비록 감히 자득한 바가 있다고는 못하지만,
그중에 어떤 구절은 마음에 또렷이 새겨지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결심하고 공부에 전념한지 이제 6, 7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엄한 스승이 없고, 좋은 벗도 없어 그럭저럭 세월만 보냈으며
더구나 술과 詩를 좋아하는 습관이 온몸을 휘감고 있으니
비록 도에 뜻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그 말과 행실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足下께서 이리 책망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足下 “내가 당신의 발아래 있다”는 뜻으로 상대를 높여서 부르는 말
3)자신의 잣대로 남들 바루려 마시고 스스로나 바루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아! 足下께서 저를 책망하신 말씀은 정말로 옳고,
足下께서 저를 아끼시는 마음은 참으로 도탑습니다.
저는 항상, ‘벗이 선하고 어진 사람이 되도록 권면하고 도와주는
책선보인(責善輔仁)의 도리’는 옛날 성세(盛世)에나 있었던 일이고
지금 세상에는 더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 그런일이 생겨났고,
그것도 제게 생기게 되었습니다.
어찌 족하께 절을 올려 감사드리지 않을수 있겠으며,
또 저 자신에게 축하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남을 책망하기는 쉬워도 자신을 책망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만약 足下께서 저를 책망하신 것을 가지고 능히 자신을 책망하신다면
참으로 다행일 것입니다. 삼가 필은 사룁니다.
@옛날부터 오지랖 넓게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송홍보가 무엇이라 충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뛰어난 재주를 시주(詩酒)로 탕진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말씀과 朱熹와 같은 聖人의 글을 배워 혼탁한 세상을
제도해야 한다는 훌륭한 훈계였으리라.
.그런데 이에 대한 권필의 답변이 황당하다.
자기는 세상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멸시하고
사람이 귀하게 생각하는것을 무시한다고 하면서 어깃장을 치고 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어퍼컷을 올린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얼핏 보면 권필이 송홍보의 충고에 반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항(陋巷)의 봉실(蓬室) 옆에서 서성거리며 떠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있고,
임협(任俠)이나 도구(屠狗)를 만나면 흔연히 종유하고 싶다며,
진시황을 암살하러 가던 자객 형가를 그리는 그의 마음엔
역수가(易水歌)의 처연함이 배어 있다
더구나 세상 모두가 존숭하는 주돈이, 정이, 정호, 장재, 소옹, 주희,
여조겸을 6, 7년간이나 공부했지만, 자신은 달라진게 전혀 없다는
그의 말은 거의 자신의 정신적 고백에 가깝다.
@신유학이란?
.새로운 학문으로 朝鮮을 건설한 士大夫는 士禍를 거치며
비로소 심화된 性理學을 갖게 되고,
士林政治라는 조선의 독특한 정치질서를 완성다.
@때에 맞게 말하라, 강박(姜樸, 1690~1742)
“思而雖得 言之有時 匪時則妄 矧女弗思”
(사이수득 언지유시 비시즉망 신여불사)
“생각해서 좋은 말을 얻더라도 때에 맞게 해야 한다.
때에 맞지 않으면 망언이 되거늘 하물며 생각지도 않고 내뱉으랴”
@말 때문에 탈이 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자신도 영문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예로부터 말을 삼가라는 내용의 잠언들이 많았다.
.옛말에 세 번쯤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하라는 경구도 있는데,
이 잠언에서는 ‘때’라는 한 가지 요소가 더해졌다.
.고심해서 좋은말을 얻게 되더라도 때에 맞게 하는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적절한 때에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늘빛사랑 조흥식
010-3044-8143
0204mpcho@hanmail.net
매일밤 돼지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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