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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빛사랑 조흥식

2013-0616.도봉산 청운대

by 조흥식 2023. 1. 12.

2013-0616.도봉산 청운대

밤꽃 향기(적적한 초여름 밤에...조위,최경창,조경)

 

 

 

밤꽃 향기(적적한 초여름 밤에...조위,최경창,조경)

@6월중순, 도봉산에 밤꽃 구경삼아 청운대를 찿았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밤꽃이 필때면 외출을 금지시켰으며

특히 과부들은 밤새 잠을 이룰수 없었다고 한다(서거정, 동국여지승람)

.야릇한 상상을 찿아간 도봉산은 온통 밤나무 꽃향으로 그윽했다

.스페인 지중해 연안 평야지대 토속주 로즈베리 브랜드의 향기는

썩은 지푸락 향기가 물씬하여, 과부들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중국산 진한 보이차 향기와 비슷한 것이다

젊은 청춘남녀가 물레방아간 정사를 나눌때, 지푸라기 덤불의 향기에

취하여 뒹굴었던 옛추억을 되살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밤은 계절과 날씨, 장소에 따라 수만 가지 다른 형상과 소리로

우리에게 매일매일 다가온다.

.하지만 저녁 일찍 곤히 잠든 이들에게 밤은 그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밤은 반가운 벗과 술잔을 기울이게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게

하고, 책을 읽으며 옛사람과 이야기 나누게 한다.

.오늘 밤은 또 무슨 모습으로 나를 찾아 올런지 사뭇 기다려진다

 

@조위(曺偉, 1454~1503)

.梅花를 마주하고 밤에 周易을 읽다(對梅夜讀周易)

夜靜人閑獨閉門 伴燈看易對幽軒 讀來不覺梅花落 飛撲床頭點素痕

고요한 밤 한가로워 홀로 문을 닫아걸고

등불 짝하여 周易 읽으며 그윽한 헌창(軒窓) 마주하네

글 읽느라 梅花 꽃잎 지는 것도 못 느꼈더니

책상에 날아들어 하얀 흔적 한점을 남기었구나!”

 

@6월 중순! 초여름 밤이 찿아왔네...

.빛과 색이 사라지는 밤은 소리의 세계다.

나뭇잎과 풀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하늘에서 내려 萬物을 적시는 빗소리,

풀숲이나 뜰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열을 지어 날아가며 우는 기러기 소리,

야경꾼이 순찰하며 내는 딱따기 소리,

수심을 달래는 듯한 피리 소리,

산사(山寺)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여염집 아낙들이 두드리는 다듬이 소리……

.밤에는 눈보다 귀가 더 밝은 법.

밤이 내는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想念에 잠기게 한다.

 

@초봄의 밤은 고요할까?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생명의 노래를 부르던 동식물들은 모두 잠이 들고,

주위를 지나다니던 이들도 몸을 눕히러 돌아갔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어버린 밤.

적정(寂靜)의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등불밑에서 周易을 읽는다.

.周易의 철리(哲理)를 음미하며 얼마나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던 것일까?

.은은한 梅花 香氣를 느껴 눈길을 돌리니 책상 언저리에,

어느새 梅花 꽃잎 하나가 내려와 앉아 있다.

마치 나에게 천기(天機)를 누설하려는 듯이.....

 

@최윤창(崔潤昌, 1727~?) “밤에 읊다(夜吟)”

蟋蟀近床下 淸砧九月天 星河耿初夜 碧落淨無烟

鴈度翁吟處 燈明兒讀前 試開新秫酒 一歃卽陶然

귀뚜라미는 침상아래 가까운데

다듬이 소리 구월하늘에 맑게 울리네

은하는 밤의 초입에 반짝거리고

창공은 안개 한점없이 깨끗하여라

기러기는 늙은이 읊조리는 곳 지나가고

등잔불은 아이 글읽는곳에 밝구나

새로 빚은 차조 술 열어 보고서

한번 들이켜니 마음 흔쾌하여라!”

 

 

@가을밤의 소리는 처량하다!

.가까이 들리는 귀뚜라미 속삭이는 소리,

.멀리서 애원하는 듯한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

.청명하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하늘을 하얗게 가로지르고 있는 은하수.

.밤하늘을 울며 나는 기러기와 어느집 방문으로 새어나오는 등잔의 불빛.

.묵직하게 읊조리는 노인의 목소리와 낭랑하게 글 읽는 아이의 음성.

.나의 눈과 귀는 가을밤의 소리와 빛깔을 더듬으며 그 정취에 취하고,

.나의 맥박은 이 밤이 빚어내는 뭇 생명의 약동에 고동친다.

.벅차오르는 이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랴?

.술 한 잔 들이켜고 가을밤 속으로 젖어들어 보리라..

 

@조경(趙絅, 1586~1669) “우수원에 묵다(宿憂愁院)”

夜雨蕭蕭旅館幽 葉鳴窓外亂山稠 挑盡寒燈眠不得 地名何事更憂愁

후드득 내리는 밤비에 여관이 그윽한데

잎에 듣는 소리 창밖 산에 어지러이 가득하네

찬 등의 심지 다 타도록 잠 못 이루는데

지명은 또 무슨 일로 憂愁(우수)란 말인지!”

 

@가을 밤비가 내린다.

.가을이 저물어가는 때인 듯 차가운 등불 아래 앉아 창밖으로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온 산에 가득한 빗소리를 타고 한기가 엄습한다.

.잠 못이루게 하는 밤비 소리에 젖어 나의 상념은 어디에 가 닿은것일까?

.그 끝자락에 우수(憂愁)가 떠오른다.

.애초에 憂愁院이라는 地名때문에 나의 근심이 더 깊었는지도 모른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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