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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위원장 동우회(2015-2016)

2016-0305.지대위원장회 관동팔경 워크숍 1일차

by 조흥식 2023. 4. 14.

2016-0305.지대위원장회 관동팔경 워크숍 1일차(12)

*2016,3,5~3,6 강원도 강릉,속초,고성일대

*간언과 그릇

 

 

 

 

간언과 그릇

@하위지(河緯地 1412~1456), 세종실록 22917

신하가 말을 과감하게 하는 것은 신하의 이익이 아니라, 바로 나라의 복입니다

이 말은 하위지가 1440(세종22)에 올린 상소에 보인다.

하위지는 자()가 천장(天章), 또는 중장(仲章)이며, 호는 단계(丹溪),

본관은 진주(晉州), 군수(郡守) 하담(河澹)의 아들이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따르면 대책(對策)과 소장(疏章)에 능했다고 하며,

문집으로는 후손 하용익(河龍翼) 등이 편찬, 간행한 단계유고(丹溪遺稿)가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상소는 단계유고에 보이지 않는다.

 

이 상소를 올릴 당시 하위지는 29세로, 6품인 집현전 부수찬(集賢殿副修撰)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27세의 나이로 문과(文科)에 장원급제하자마자 부수찬이 되었던 만큼,

세종(世宗 1397~1450)이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상소를 접했을 때 세종은 44세의 장년이었다.

근무 3년 차의 하위지가 세종에게 이처럼 언로를 막지 말라는 상소를 올린 데에는 한 가지 계기가 있었다.

상소가 올라가기 전인 이해 3월에, 형조 참판 고약해(高若海, 1377~1443)가 세종의 정책에 반대할 때

말투가 불손하여 세종의 노여움을 샀다.

이에 세종은 사헌부를 시켜 고약해를 추국하게 하더니 끝내 파직시켰다.

 

이 사건이 있기 한 해 전인 1439년에 하위지는 사직(辭職)을 청할 만큼 병을 앓고 있었다가

상소를 올린 이해 9월 무렵에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듯하다.

이 상소에서 그는 고약해를 변호하면서 그의 파직이 다른 사람들까지도 간언을 꺼리게 만들 것이므로

파직 처분을 재고해 달라고 청했다.

당시 세종은 비록 이 상소를 윤허하지는 않았으나,

하위지에게 술과 음식을 내려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리고 이 상소가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듬해부터 고약해가 다시 관직에 등용되었다.

 

세월이 흘러 1455년 세조(世祖, 1417~1468)가 단종(端宗)의 양위를 받아 즉위하고 나서

하위지는 예조 참판이 되었다.

이해 8월에 세조는 육조(六曹)의 직무를 직접 임금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는데,

육조 판서와 참판 등 고위 실무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전까지 육조의 중요한 직무는 의정부(議政府)의 논의를 거쳐 임금에게 보고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하위지는 44세로, 공교롭게도 앞의 상소를 받아 본 당시의 세종과 같은 나이였다.

하위지보다 5살 연하였던 세조는 육조 당상(堂上)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겠으면 사퇴하라고 으름장부터 놓았다.

또 반대에 앞장섰던 하위지를 지목해 그에게 곤장을 치라고 명했다.

이에 태종(太宗)의 부마이자 정난공신(靖難功臣)인 박종우(朴從愚, ?~1464)가 놀라 만류하자,

세조는 승지를 시켜 하위지의 상투를 잡아 사정전(思政殿) 밖으로 끌어내게 하고서

의금부(義禁府)에 가두게 했다.

비록 이튿날 하위지를 용서하기는 했으나, 간언이 거슬려 차관급 관료를 욕보인 셈이다.

 

아랫사람의 입바른 소리를 너그럽게 포용하는 윗사람은 매우 드물다.

하물며 군신 상하의 구별이 매우 엄격했던 전통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임금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을 역린(逆鱗)이라 했을까.

세종 또한 분노를 가진 인간이었으나, 결코 감정에 휘둘리는 군주가 아니었다.

이러한 그릇이야말로 세종의 치세(治世)를 이룩한 근간이었다.

 

하위지는 세종과 세조에게 모두 직언을 올렸다.

출세가 빨랐으니, 개인의 이익만 생각했다면 굳이 직언을 하지 않아도 계속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위지는 과감한 직언이야말로 신하 개인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을지언정 국가의 복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이러한 직언을 대하는 두 임금의 태도는 달랐다.

세조는 처음부터 하위지를 포용할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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