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2.세종로라이온스클럽 제34차 월례회

2016-0212.세종로라이온스클럽 제34차 월례회(생생일품두부)

퇴계의 학문, 편지의 토론문화

 

 

 

 

퇴계의 학문, 편지의 토론문화

@퇴계 이황(1501~1570)

주자는 편지에서 상대방의 자질과 학문 수준에 따라 그 사람의 병통에 맞게 처방을 하거나 그 사람의 수준에 맞게 담금질을 하여,

경우에 따라 억누르기도 하고 추켜세우기도 하며,

권장하기도 하고 가로막기도 하며, 격려하여 적극적이게 만들기도 하고 주의를 주어 조심시키기도 하였다. (중략)

언제나 부지런히 공부하고 법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상대방에게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주자 자신도 이를 몸소 실천하였다.

때문에 남에게 충고를 해 줄 때에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감동하여 마음을 일으키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비단 당시 문하의 제자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라,

설령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의 시대에도 그러한 가르침을 들을수만 있다면 직접 그 앞에서 말씀을 듣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니, 참으로 좋은 내용이라 하겠다

 

@朱子의 학문은 13세기 말 안향(安珦)이 소개한 이래

사서집주(四書集註)를 비롯하여 小學, 근사록 등 수많은 주자학 서적이

간행되면서 전국에 보급되었다.

하지만 정작 주자의 문집인 주자대전(朱子大全)은

그로부터 250년이 지난 154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간행되었다.

당시 서울에서 관직 생활을 하던 퇴계는 처음으로 주자 문집을 접하였고,

3년 뒤에는 아예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주자대전의 독서에 심취하게 된다.

주자대전은 총 121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 일반 학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퇴계는 자신에게 배우러 온 학생들이 주자의 학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집 속의 편지 가운데 학문적으로 긴요한 내용만을 뽑아 주자서절요란 학습 교재를 만들게 된다

 

@주자대전에는 시(詩)와 상소(上疏)를 비롯하여

주자가 평생 동안 지은 각종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퇴계는 다른 글은 모두 제쳐 두고 유독 편지만 선별하여

교재를 편집하였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편지글이 학문에 들어가는 단초를 열어 마음을 흥기시키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학자들이 늘 곁에 두고서 읽는 四書五經가운데 학문의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경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책이 논어이다.

주자는 논어가 학문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말했다.

퇴계 역시 논어 한 책만 잘 읽어도

학문의 경지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논어는 과거시험을 위한 교과목으로 인식되어

입으로 달달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퇴계가 찾은 것이 바로

주자대전 속의 편지였다.

주자의 편지는 학문을 논하거나 공부에 힘쓰도록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논어 에서 공자가 제자들과 학문을 토론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단지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느냐 아니면

편지를 통해 대화를 나누느냐의 차이 밖에 없었다.

퇴계는 주자서절요를 통해 '주자의 논어'를 만듦으로써

예전에 논어가 가지고 있던 학문에 들어가는 단초를 제공해 주는

기능을 대신하려 했던 것이다

외우기만 할 뿐 더 이상 그러한 역할을 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퇴계도 주자와 마찬가지로 편지를 통해 제자들과 학문을 토론하였다

기대승과 주고받은 사칠논변이 그 하나이다.

편지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후대 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조선 전기 학자들의 문집에서 거의 보이지 않던 편지가

퇴계집을 기점으로 그 비중이 확연히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편지가 안부 인사 차원을 넘어 학문을 토론하는 중요한 매체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퇴계의 사상을 일본에 전파하는 데에도 편지는 큰 역할을 하였다.

퇴계의 저술 가운데 일본 학자들이 가장 즐겨 읽었다

자성록(自省錄)도 알고 보면 퇴계가 제자들과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이다.

에도(江戶) 시대 일본의 학자들은 퇴계의 편지를 통해 퇴계학을 연구했고,

손으로 쓰는 편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이제는 이메일과 SNS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정보교류와 여론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편지를 통해 진지하게 학문을 토론하던

옛 선현들의 전통을 잇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퇴계가 편집한 주자의 편지를 통해 주자학을 심화시켜 나갔던 것이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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