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8.세종로라이온스클럽 창립3주년 기념식 및 제35차 월례회
*2016,3,18,금,18:30~ 수담 한정식(봉은사로)
*딸에게 제문을 올리다
딸에게 제문을 올리다
@안동김씨 김수항(1629~1689), 문곡집(文谷集) 제망녀묘문(祭亡女墓文)
그렇지만 내가 험한 곳을 넘고 건너서 멀리 도는 길을 마다하지 않은 건 너 때문이 아니었더냐.
돌아보고 연연하면서 머뭇거리고 맴돌다가 하룻밤 묵은 건 또 너 때문이 아니었더냐.
나는 너를 만나 보고 위로받을 수 있으리라 마음속에 여겼는데,
도착하자 보이는 것이라곤 황량한 개암나무와 고목뿐이고,
너의 예쁘고 단아하던 용모는 볼 수 없구나.
들리는 것이라곤 골짜기에 부는 애달픈 바람 소리뿐이고,
너의 맑고 낭랑하며 유순하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구나.
불러도 알지 못하고, 말을 해봐도 응답이 없구나.
한 언덕 두 무덤에 모녀가 서로 의지하고 있어 손으로 어루만지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내 애통함을 배가시키지 않음이 없으니,
어떻게 내 심정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단 말이냐?…중략…
무덤 주위를 세 번 돌며 곡하고,
한 소반의 제수를 차려 놓고 땅을 치며 하늘에 울부짖건만 만사가 그만이로구나.
구천에 사무치는 한갓 눈물로 묵은 풀에 뿌리고 돌아가니,
네 무덤의 흙이 이제부터 다시는 마르지 않으리라.
아직 다 끊어지지 않았던 내 슬픈 애간장이 지금 마디마디 남김없이 찢어지누나.
@신안동 김씨 집안을 일군 문곡(文谷) 김수항은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라는 시조로 유명한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손자다.
그는 할아버지의 명성과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의 세력을 등에 업고
한 시대 정치판을 풍미했던 노론(老論)의 영수(領袖)였다.
또한 그는 일찍이 34살에 대제학이 되었으니,
31세 최연소 대제학이 된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게다가 여섯 아들까지 문명(文名)을 떨쳐 숫제 ‘육창(六昌)’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복을 누렸다.
@일견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그에게도 커다란 아픔은 있었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아홉 아들 가운데 네 아들을 앞세웠고,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딸의 요절까지 겪어야 했다
문곡의 외동딸은 1665년(현종 6)에 태어났다.
1678년(숙종4) 완남부원군(完南府院君) 이후원(李厚源)의 증손인
이섭(李涉)에게 시집가 1680년 딸아이를 낳고 3일만에 세상을 떴다.
그런데 6일 뒤에 그 아이도 죽고 말았다.
딸의 장례는 이듬해 2월 4일에 치러졌다.
@김수항이 통곡하다
“아, 하늘이시여, 나는 살게 하고 내 딸은 죽게 한단 말입니까?
내 딸을 내게 떠나게 해서 내게 끝없는 슬픔을 끌어안게 한단 말입니까?
하늘이시여, 애통합니다.
어찌 내 딸이 갑자기 죽을 걸 생각이나 했단 말입니까?
어찌 내 딸이 갑자기 나를 떠날 줄 생각이나 했단 말입니까?”
@이때 문곡은 어찌나 슬퍼했던지,
“내가 너를 잃은 뒤 숙환이 다시 심해졌고, 성복(成服)을 하자마자 곧장 병석에 쓰러져
오랫동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고 술회하였다
@1685년 11월 15일이다.
귀성(歸省) 휴가를 얻은 문곡은 내친김에 다시 소장(疏章)을 올려
숙종의 허락을 얻어낸 다음, 마침내 벼르고 벼르던 딸의 묘소를 찾았다.
그리고 제수를 차려 놓은 다음, 인용한 대목이 담긴 장문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깊고도 짙은 부성애가 눈물로 뚝뚝 떨어지는 제문이었다.
@예로부터 자식을 앞세우는 흉사를 악상(惡喪)이라 일컬었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 아픔은 동서고금에 다름이 없는지라,
팝송 가수 에릭 클랩턴(Eric Clapton)은 ‘Tears in heaven’이란 곡을 서럽게 노래한 바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별거중인 자신을 기다리던 아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그는 사고 직전 아들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
그는 아들에게 답장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그 답장이 바로 1992년에 직접 작곡한 ‘Tears in heaven’이다.
2004년 에릭 클랩턴은 더 이상 이 명곡을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때의 간절했던 그 느낌이 사라졌다는 이유였다.
문곡의 사위 이섭 또한 아내의 죽음을 아주 가슴 아파했으리라.
왜냐하면 그는 그 뒤로 끝내 재혼하지 않고 홀로 살다가 1692년에 일찍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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