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2.세종로라이온스클럽 7월 정기산행(아차산 고구려산성)
監察의 티타임(茶時)
監察의 티타임(茶時)
@성호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
‘성상소 감찰 다시(城上所監察茶時)’라는 말을 모든 사람이 쓰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성상소’는 옛 궁궐의 성벽 위를 가리키며, 당시 사헌부의 관원들이 모여 회의하던 장소인데,
간관(諫官)중에 공무를 행할 사람이 없으면 감찰들이 대신모이고 파했다.
茶時라는 말은 그들이 차를 마시고 모임을 파한다는 뜻이다. ……중략……
당시에 야다시(夜茶時), 즉 ‘밤에 하는 茶時’라는 말도 있었다.
재상 이하의 관원중에 불법적인 행위를 자행한 자가 있으면
감찰들이 밤중에 그 자의 집 가까운 곳에서 茶時를 한 뒤, 그의 죄상을 흰 판자에 써서 문 위에 건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그 문을 봉한 뒤에 서명하고 해산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결국 집안에 갇혀 오랫동안 폐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야다시라는 말이 민간에선 오히려 잠깐 사이에 사람을 때려잡는다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아! 국조(國朝)의 아름다운 풍속을 어디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평소에도 그렇지만 요즘 같은 수상한 시국에,
특히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관심이 집중되는 조직이 검찰과 언론이다.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여 법의 심판을 요청한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미있는 사건들을 다루지만
특히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공론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두 조직의 사회적 역할은 독립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범죄가 언론의 취재 덕에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검찰의 비리가 언론에 의해 밝혀지거나 언론의 범법 행위가 검찰에 의해 적발되기도 한다.
언론과 검찰은 상호보완과 견제의 기능을 번갈아 작동시키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뛴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얼마 전 뉴스에서, 어떤 사건에 대한 보도를 마친 기자가
“더 자세한 내용은 잠시 뒤에 있을 검찰 티타임 때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검찰 티타임’이라는 생소한 용어에 흥미가 생겨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주로 검찰 관계자가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비공식적인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공식 회동이지만 공식 브리핑에서 차마 밝히지 못한 고급 정보들을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를 더 캐내려는 언론과
정보 제공의 적당한 선을 고심하는 검찰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고 한다.
‘티타임’이라는 이름만 보면 여유롭고 편안한 자리일 것 같지만,
실상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넘치는 시간인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검찰 티타임’과 비슷한 말이 있었으니, 앞의 글에 나온 ‘감찰 다시(監察茶時)’이다.
다시는 글자 그대로 풀면 ‘차를 마시는 시간’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주로 사헌부의 관원들이 하루에 한번씩 모여 하던 업무회의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사헌부는 정치에 대한 언론 활동, 풍속의 교정, 백관(百官)에 대한 규찰과
탄핵, 서경(署經)을 담당한 관서로서 지금으로 치면 검찰 및 언론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다.
감찰은 사헌부 소속 관원이지만 임금에게 보고를 올려
처벌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언론 활동을 했던 간관들과는 달리,
중앙의 각 관서나 각 지방에 파견되어 일의 진행과 처리에
잘못이 있는지의 여부를 감찰하는 역할만 수행했다.
지금으로 치면 수사 권한만 있고 기소 권한은 없는 검찰 수사관과 유사한 직책이다.
수사 결과를 간관에게 보고하면 간관이 임금에게 간쟁하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사헌부의 간관들이 출근하지 않아 회의를 열 수 없으면 감찰이 대신 모여 다시를 했다.
사헌부는 굉장히 엄격하고 비판에 예민한 부서라
간관들이 사직 상소를 올리고 출근을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다시는 감찰만 했나 싶을 정도로 감찰이 다시를 행한 기록이 굉장히 많다.
다시에서 논의되는 내용 중 대다수는 패륜적인 사건이나 공직자의 비위(非違) 수사에 관한 것이었을 테니
‘차를 마시는 시간’이란 이름처럼 마냥 한가로운 분위기는아니었을 것이다.
검찰과 언론의 동상이몽인 ‘검찰 티타임’과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게 겹치는 구석이 있어 재밌다.
티타임도 다시도 어쩌면 너무 무거운 자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볍고 편안한 이름을 붙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행해지던 야다시가
잠깐 사이에 사람을 때려잡는다는 살벌한 의미로 변형되고 말았다는
성호 이익의 개탄은 또 다른 각도에서 현대사의 일면을 연상시킨다.
독재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무고한 시민을 때려잡던 검찰,
본연의 임무를 버려둔 채 정권에 기생하여 부패한 권력을 찬양하고
민주 사회의 발전을 저해했던 언론,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표면적인 명분은 걸핏하면 그 실상과 어긋났다.
이쪽은 재밌기보다는 씁쓸하다.
늘빛사랑 조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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